10월 9일
홍도
순천 친구들과 아홉시 반에 만나 목포로 출발했다. 한시간 반 정도 걸려 목포항 여객선부두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나서 점심식사를 했다. 열두시 오십분, 흑산도 홍도 가는 배에 승선했다. 날씨가 아주 좋았다. 바람불지 않았고, 파도가 내륙의 호수처럼 잔잔했다. 흑산도 까지 두 시간, 흑산도에서 홍도까지 30분 합산해서 두 시간 반 걸린다 했는데 예정보다 삼십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홍도항에 네시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깃대봉 산행에 나섰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정도로 생각했는데, 봉우리를 넘고 넘어 세개정도 넘었다.
한시간 정도의 거리로 생각하고 나섰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깃대봉(368미터)에 오르니 바람 시원하고, 경관은 통쾌무비했다. 내려오는 길에 빠트릴 수 없는 경관이 낙조였다. 이제 막 수평선 아래로 해는 넘어가고 있었다.
내려와서 2부두의 포장마차로 향했다. 세번째 포차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다른 포차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천만의 말씀이었다. 손님이 순식간에 밀려들어서 꽉찼다. 포장마차의 아줌마가 육덕이 좋았다. 해녀인데 직접 물길을 해서 잡은 전복, 소라, 고동을 썰어서 내놨다.
소주 한잔 걸치고, 저녁식사까지 하려 했더니. 밥은 없다고 했다. 그들 홍도 사람들은 철저하게 분업화해서 손님을 맞았다. 한 사람이 매상을 독점하지는 않았다. 포장마차에서 그랬고, 식사는 숙소에 가서 하라 했다.
숙소인 금성모텔의 식당에 가서 식사를 주문했더니 매운탕이 아주 풍성하게 나왔다. 우럭, 볼락 등으로 매운탕을 해왔는데. 고기가 큰 냄비에 가득해서 먹다 남겼다. 다음 날 아침에도 생선구이를 내 왔는데 먹고 남았다.
주인 아저씨가 고기를 잡는 어부여서, 물고기 인심이 좋았다. 그들 부부에게 홍도주민들의 삶에 대해서 물었다. 그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데. 물걱정이 되어 물었다. 홍도는 바위산이고 물을 머금을 만한 여유있는 땅이 없었다. 몇십년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빗물을 받아 간신히 식수정도 해결한다 했는데 지금은 해수 담수화 시설이 되어 있어, 물걱정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유람선이 주민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었다.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유람선사를 운영하였고, 그 수익금은 주민들이 나눴다. 유람선이 세 척이었다. 아이들은 목포에서 학교를 다녔고, 그들의 어머니. 즉 아이들의 할머니가 같이 지낸다고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고개 넘어 몽돌해변에 나갔다. 밤바다가 어둡지 않았다. 드문드문 고깃배가 조업을 하고 있었다. 먼 바다이고, 홍도 어민 이외에는 조업을 할 수가 없게 통제를 해서, 황금어장이었다. 다음 날 홍도 일주 유람을 하면서 바위에 하얀 페인트로 그려진 신호 같은 것이 곳곳에 보였다. 뱃 사람들에게 물으니 그 것이 조업구역의 표시라 했다. 홍도는 사백 명의 주민에 백가호가 일구, 이구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10월 10일
아침에 서둘러서 유람선에 올랐다. 일곱시 사십분 우리 앞에 두 척의 유람선이 떠있었는데 수도승 바위에서 기념 촬졍을 하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남문바위
수도승 바위
실금리 굴
우리 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 탑승관광객 전원이 기념 촬영을 했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해설사의 해설에 의하면 홍도는 개미 형상이었다. 어제 올랐던 깃대봉은 개미의 몸통부분이었고, 우리가 묵었던 홍도 항은 개미의 목에 해당하는 부분이었고, 지금은 개미의 머리부분을 돌아가는 중 이었다. 남문, 부부 바위, 석화굴을 지나 개미목 부분에 도착했다. 어젯밤 산책을 나왔던 몽돌해변이다, 다시 유람선은 개미 몸통부분을 돌아간다.
시루떡 바위
부부바위
독립문바위
독립문, 만물상, 시루떡 바위를 돌아 슬픈 가족 의 전설이 있는 슬픈 바위 암초 곁으로 들어가 배를 멈춘다, 작은 배가 다가와서 즉석에서 썰어주는 생선회와 소주를 팔았다.
회 한 접시 삼만원, 소주 오천원, 단돈 삼만오천원에 홍도의 바다에 흠뻑 취할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때 작은 배에서 회를 썰어주는 아저씨가 어제 우리가 묵었던 금성모텔의 바깥 주인이었다. 인사를 건넸고, 아는 체 했으니 회 한점 더 얹으라고 했다, 한 점이 아니라 한 줌을 더 얺어 주었다. 홍도 인심 만점!
두 시간 동안의 홍도 일주는 홍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였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바다에 하늘은 쾌청했고, 물색은 투명한 코발트 빛, 홍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맛과 멋을 즐겼던 시간이었다.
흑산도
두 시간 유람을 마치고 돌아와서 바로 흑산도 가는 여객선에 올랐다. 유람선이 운항 시간이 여객선 출항 시간에 맞추어진 듯했다. 삼십분 후에 흑산도에 도착했다. 흑산도는 홍도에 비하면 큰 섬이었다. 흑산면 소재지가 있고 주위에 영산도, 장도, 대둔도 등의 섬을 거느리고 있다.
점심 때가 다되어 식당에 들어갔다. 흑산도 하면 홍어가 아닌가. 욕심을 내서 홍어 애국에 홍어회를 시켰다. 결과는 실망이었다. 홍어회는 냉장고에 저온 숙성시켜서 삭혀 나왔다. 씹기에 부드럽고 먹을 만했다. 홍어 애국은 엉터리였다. 애국에 애는 보이지 않아 어디에 애가 들어있냐고 물어보니 애를 끓이는 과정에 녹았다고 억지를 썼다. 저녁에 다른 집에 갔는데 거기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리지날이 가리지날 보다 못한 것을 느꼈다. 섬이라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아, 삭힌 홍어에 된장을 풀어 끓여왔는데 괴미가 없었다. 광주나 순천 유명 식당의 홍어 애국에 비하면 형편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흑산도 일주를 하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일주 버스가 있는데 주로 단체 관광객들 위주로 운행했다. 아무래도 단체 여행에 끼면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아 택시를 선택했다. 택시 기사가 우리 나이또레로 보였는데 경상도 말투였다. 흑산도 아가씨에 반해서 섬에 들어오게 되었다했고, 본인은 DJ선생 열혈팬이라 했다. 흑산도 문화해설사였다. 자칭 시인이라고 하며 자작시를 낭송해주었는데 , 낙락장송이 어떻고, 지는 해가 서글펐고, 바닷바람이 싱그럽고하는 글 뽄세가 경노당 할매 수준이었다. 그래도 훌륭하다고 박수를 쳐주었다. 동행했던 친구는 등단해도 되겠다고 헛바람까지 불어넣어주었다.
섬을 돌면서 몇 군데 차를 멈췄다. 당집이 있는 당산나무 아래서 쉬었고,
고갯마루 이미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는 곳에서 차를 내려 상라봉 전망대에 올랐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 신안군의 이미지 브랜드가 천사다. 여기 천사는 가냘픈 여성상이 아니고 남성성도 있는 중성화된 천사다.
다음은 다산 선생의 중형이었던 손암 정약전 선생의 유배지 사촌에 내렸다.
복성재라는 서당을 만들어 흑산도 젊은이들을 가르쳤고,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펴냈던 곳이기도 하다. 다산은 중형 약전을 손암선생이라 칭하며 지극히 존경했다. 다산의 유배지 강진과 흑산도는 그 당시 교통으로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먼거리였다. 육지로 나가는 고깃배에 몇년에 한번씩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다산은 손암의 편지를 받고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는 했다. 같이 유배 길을 떠나 나주 율정점에서 헤어졌던 두 형제는 결국 살아서는 얼굴을 다시보지 못했다. 유배 16년 째 약전은 흑산도에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산이 해배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흑산도 일주를 하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다.
흑산도 여행 팁으로 올리는 사진이다. 운전사가 무엇이라고 가르쳐 주었는데 너무 선정적이어서 올리기는 그렇고 읽는 분들이 알아서 작명을 하시도록
저녁식사후 방파제에 나갔다. 야경이 아름다웠고, 내륙의 호수 같이 바다는 잔잔했고, 기온은 온화했다.
10월 11일
하루를 더 묵고 늦게 목포에 갈까 했는데, 더 이상 구경거리가 없었다. 다른 선택은 산에 오르는 것이었는데 동행했던 친구들이 내키지 않아했다. 아침배로 목포에 가기로 했다. 다행히 목포가는 배에 자리가 비어 있었다. 아홉시 반 배를 타고 목포항에 내리니 열한시 반 점심 때가 되었다. 이참에 마음 먹고 목포의 유명한 민어를 맛보기로 하고 민어거리로 갔다.
민어정식 회,회무침, 전, 작은 접시에 담긴 것이 껍질과 부레가 있었는데 부레가 쫄깃쫄깃했고, 민어탕이 최고였다. 민어의 거리
제일 비싼 민어정식을 시켰다. 음식이 남았다. 다음엔 민어회와 민어탕을 시키면 충분히 가성비 좋은 식도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감이 생겼다.
점심을 마치고 신안의 섬을 연결해주는 천사대교를 지나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를 돌아보고 순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황회장의 고향인 영암에 들렸다. 월출산 아래 카페에서 월출산의 위용을 보고 쉬어왔다.
첫댓글 15년 전쯤인가? 자네와 같은 코스로 목포-->흑산도-->홍도를 다녀왔지.
흑산도에서 1박하면서 진짜 홍어를 먹었는데, 둘이서 당시 8만원. 아주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
홍도에서의 유람선 관광은 최고였어. 동백나무 숲을 돌아보고, 저녁에 포장마차 회도 맛보고, 몽돌 해안가를 거닐었던 추억이 있네.
이번 여행에 홍도, 흑산도 그리고 신안군 가는데 마다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정부에 흑산도 공항 신설을 탄원하는 내용이었는데. 흑산도 공항이 들어서려면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최회장 여행 갓을 때는 동백이 필 때 였구만, 좋았겠네.
바우님은 여행 작가로도 손색이 없어보입니다.
멋지게 찍은 사진에 맛깔나는 글이 현지를 직접본듯한 느낌입니다.
바우님 화이팅!
요즘 노는데 이골이 나서 소설이라고 끄적거려본지가 까마득합니다. 놀다가 지치면 다시 마음을 다잘을 때가 오겠지요.그러나 저러나 어서 코로나 정국이 가라앉아서 크루즈여행도가고 못가본 유럽 여행도 가봐야 할 것인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