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군가 울고 있다 [제4편]
숲에 어둠이 내리자 올빼미는 날개짓을 하며 먹이 사냥에 나설 채비를 한다. 공중을 활강하던 새들이 둥지를 찾아드는 시각, 올빼미는 종일 주린 배로 사냥 채비를 하는 것이다. 누가 죽었는가? 어디선가 조종(弔鐘) 소리가 무겁게 울리고, 돌연 큰 문과 작은 문들이 닫힌다. 어느 닫힌 문 뒤에 소복 입은 여인들이 모여 있는데, 여인들은 슬픔에 잠긴 채 어깨를 들썩이며 운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학살당한 젊은 남자의 생애는 오래 기념되지 않을 것이다. 이른 죽음으로 그의 후반생이 생략되었으므로 망각은 빨리 이루어진다. 여인들의 비통함 역시 사라진 그 후반생에 대한 애도에서 비롯된다. 바람이 불고, 숲이 천천히 흔들린다. 나는 숲 가에 서서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된 음유시인 밥 딜런은 이렇게 노래한다. “얼마나 많이 귀 기울여야/사람들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될까?/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에 실려있네,/바람에 실려 있다네.”(「바람에 실려」) 어두운 숲은 야행성 짐승들의 움직임들로 부산하다. 가랑잎 위로 도마뱀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갈 때 들쥐를 사냥하려고 눈에 불을 켠 채 주의를 기울이던 들고양이는 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사방에 어둠과 함께 아주 오래된 과거와 현재에 걸쳐져 있는 고독이 그물같이 내려앉는다. 시인들이 고독의 심연에서 눈을 뜬다. “당신은 멀리 찾아갈 것인가? 당신은 분명 결국 돌아올 것이다.” 시간이 밤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를 때 시인들은 별과 둥근 지구, 사람들의 꿈과 역사를 모아 그것들로 빚은 망명 정부를 세우기 위해 손놀림이 바빠진다. 좋은 시인들은 저마다 항상 공정하고 평등한 하나의 정부다.
장석주 「은유의 힘」
2024. 3. 23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