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은 2월도 바쁘게 지났고, 3월이 다가왔다. 부지런한 복숭아 농가분들은 벌써 복숭아나무 가지치기를 마쳤을 것이다. 보통 3월 초까지는 가지치기를 마쳐야 한다. 나무가 물을 올리고 생장 활동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전인 나무의 휴면기에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병해충 방제, 적뢰, 적화, 적과, 봉지 싸기 등의 봄이 지나면, 초여름부터는 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는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이파리 따 주는 일을 하느라 복숭아나무 가지치기를 오늘에야 시작했다. 까마귀들이 철구조물을 잇는 유인줄 위로 모여들었다. 게으른 초보농군을 구경하려는 듯 우리는 모르는 언어로 깍깍대며 날아다닌다.
우리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게으른 농부는 아니라고, 우리만 아는 언어로 항변해 본다. 자주 와보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복숭아나무가 들을 수 있도록 여러 차례 말해 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까마귀들은 믿지 않겠다는 듯 오르락내리락 야단이 났다. 하늘을 유영하는 자유로움이 부럽게 느껴진다.
오늘은 유난히도 하늘이 맑고 푸르다. 바람 끝은 아직, 겨울색을 벗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이 이월의 마지막 날이다. 삼월이 오고 있다. 삼월이 와야 진짜 봄이다.
[복숭아 재배 교육]
2월에 농업기술센터에서 복숭아 재배 교육이 두 번 있었다. 병해충관리에 관한 내용과 월동 및 개화기 과원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였다. 1년에 작목의 품목마다 2~3회씩 오프라인으로 실시하는 교육은 필수로 참여해 듣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져서 그에 따른 병해충 관리나 양육환경 조성 등 변화에 발맞춰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다.
교육에 참석하면, 농가분들과도 실질적인 농사법에 관한 정보들을 나눌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다.
우리는 내일부터 가지치기를 시작할 계획인데, 다른 농가들은 이미 가지치기를 마친 것 같아서 마음이 바빠졌다. 블루베리 이파리를 따 주는 작업에 매달린 만큼, 복숭아밭의 일이 밀려 있다.
교육 강사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교육은 참고만 할 뿐, 자기의 농장 환경과 나무의 생육을 살피고 주인이 잘 판단해서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수차례 교육을 듣고, 작목반 분들의 농장에 현장견학을 가서 배우기도 하지만, 실제로 작업을 하려면 또 망설여지는 것이 나무 가지치기인 것 같다.
오늘도 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시는 화순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블루베리 이파리 따기 완성]
블루베리 나무 이파리를 따 주는 작업이 꼬박 2주가 걸렸다. 교육과 이런저런 일들로 작업을 못한 것을 제하면, 실제 작업한 날은 10일 정도로 예상하면 될 것 같다. 바닥에 떨어진 이파리를 빗자루로 쓰는 데만, 남편이 사흘 걸려 쓸었고, 둘째와 내가 쓰레받기로 담아 리어카로 실어 바깥으로 날랐다.
이파리에 벌레 알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바깥으로 분리한 것이다. 화분 위에 떨어진 나뭇잎까지는 치우지 못했다. 벌레가 달려 있던 나뭇잎도 바닥으로 떨어졌고, 물도 주고 그러면, 벌레들이 죽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까마득했던 작업을 마치고, 말끔해진 하우스를 보니, 큰 공정을 마친 보람이 느껴진다. 마음 같아서는 바닥을 밀걸레로 닦고 싶었다. 깨끗한 매트로 통로만 겹쳐서 깔면 좋겠다고 했더니, 비용이 어쩌고 저쩌고 한참 잔소리를 들었다. 나뭇가지가 없으니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꽃망울들이 잘 보여서 너무도 사랑스럽다.
지난가을에 가지치기를 할 때, 나무가 죽은 빈 화분에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를 꽂아 두었다.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뿔을 뽑아 주었다. 다른 살아있는 나무들과 똑같이 대접받은 나뭇가지다. 너무 놀랍게도 꽃눈이 생겼다. 가느다란 이 나무가 살아난 것이다.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수 있을까?
아니, 그냥 살아만 있어도, 신비한 존재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우리도 그렇겠지?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겠지? 사랑합니다~♡♡♡
첫댓글 블루베리 잎 따기 하느라 수고 많았네요.
깔끔한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것처럼 흐뭇하게 느껴집니다.
농원 일은 끝이 없는 과정이란 걸 올려준 글을 통해 실감하고 있어요.
우리 눈이 아무리 게으름을 피워도 차근차근 일을 해 나가는 손한테는 당하지 못해요.
3월 들어 다시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지는데 곧 따뜻한 날이 봄을 따라 오겠지요.
비가 오면 하우스에서 또 일을 하곤 합니다. 어제 오늘은 작은 하우스에서 블루베리 이파리를 따고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복숭아 가지치기를 서둘러서 마쳐야 하는데 날씨가 흐려서 걱정입니다. 내일도 비소식이 있어서 작은 하우스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열매들도 솎아야 한다고 해서 또 큰 숙제를 머리에 이고 사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