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받은 물품을 포장하고 있는 신자들과 신학생. (사진 제공 = 소래포구본당 사목회) |
인천교구 소래포구 성당 공동체가 코로나19로 어려운 교우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나눔에 나섰다.
성당 교우 가운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100여 세대, 그리고 지역 주민에 현금 10만 원과 기증받은 물품을 나누기로 하고, 26일 신청 가정과 주민들에게 이를 배송했다.
나눔 프로젝트의 이름은 '오병이어 지원금'.
시작은 인천교구 한 원로사제의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려운데 교회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소래포구 성당 김성훈 신부는 주일 미사 강론을 통해 “고통받는 신자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만큼, 교회도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신자들에게 전했다.
이어 사목회가 나섰다. 긴급회의를 열고 지원과 나눔의 방법을 논의했다. 이제 막 본당 빚을 다 갚고난 뒤라, 재정상 전 신자 지원은 어려워, 논의와 전 신자 설문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신자 세대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지원금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했지만, 성당 지원금은 누구를 위해 쓸지, 어떻게 하면 좋은 곳에 쓰일지 고민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목회는 이번 '오병이어 지원금' 추진을 위해 전 신자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역시 신자들과 공유했다. (사진 제공 = 소래포구본당 사목회) |
설문 조사에 응한 신자들은 본당 재정 문제와 지원 대상 선별 기준의 형평성 등에 대해 우려도 했지만, 대부분이 지원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사목회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지원 신청을 받았고, 약 100명이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생필품 지원도 이어졌다. 본당 신자 몇몇은 라면 1600봉, 쌀 10킬로그램 200포, 마스크 2000개 등을 기증했고, 이렇게 기증된 물품과 지원금 10만 원, 편지 등은 약 120여 개의 선물로 포장됐다.
배송 역시 신자들이 직접 할 예정이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을 어려워 할 이들을 위해 지역의 사회적기업 택배를 이용했다. 본당 신자들을 우선 지원하고 남은 물품과 기금은 수해 피해 지역과 인근 주민 지원에 쓸 예정이다.
각각의 선물 상자에는 라면, 마스크, 사랑의 미역, 쌀 등과 편지가 함께 담겼다. (사진 제공 = 소래포구본당 사목회) |
사목회 총무로 실무를 총괄한 김학진 씨는 25일 <가톨릭뉴스지금여기>에 “이름을 '오병이어 지원금'이라고 붙였는데 정말 그런 기적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학진 총무는 “이런 일을 함께 꿈꾸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 일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받드는 것이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됐다”면서, “선한 마음들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커다란 파장이 된다는 것, 성경 속의 오병이어 기적이 이렇게 일어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신앙인이라면 함께 멀리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본당 주임 김성훈 신부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에 대한 선배 사제의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며, “비록 내가 신자들에게 먼저 이야기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논의하고 나눔에 적극 동참해 준 신자들의 마음과 실천이 더 크게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