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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모 후기 2탄 어제 정모에는 회원들의 결실도 풍성하였다. 이길원,최금녀,이국자,서정란 선생님들이 책을 내셨고, 이길원 선생님은 윤동주 문학상을 받으셨으니 비록 와그르르~ 박수 한번으로의 기념이었지만 면면의 주인공들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회비(3만원)를 받지 않기로 하였지만 최금녀선생은 일금 십만원을 회비가 아닌 자축금으로 내셨다. 최일옥선생은 향기로운 꼬냑을 들고 와, 그것으로 잔을 채우고, 왕눈 선생님이 건배 제의를 하셨다. 일어서자 마자 ‘위하여!’ 만을 외치시는 바람에 나는 순간 무엇을 위할지 잠깐 해깔리다가 아하, 위할 게 어디 한두가지인가 하고 나도 얼른 “위하여!!!” 를 더 크게 외쳤다. 사람 스무명이 맥주4병, 소주 3병,그리고 민들레시인이 사온 복분자 4병, 그리고 꼬냑 1병을 미처 다 비우지 못하였다. 하긴 나만 해도 올 들어 주량이 많이 줄었다. 저렇게 좋은 술을 남기는 불상사의 꼴을 못봤는데, 역시 환갑이 웬수다.
동오제 사람들은 또 저마다 자신이 제일 고운 꽃이라고 생각하기에 아무도 꽃다발 같은걸 들고다니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이걸 모를리 없는 서정란 시인은 자신이 받을 꽃다발을 본인이 사 가지고 와선 남 밥도 다 먹기전에 꽃다발 증정식을 해야 한다고 하여 밥이나 좀 먹고보자고 핀잔(!)을 들었다. 밥을 다 먹고 마침내 꽃다발 하나를 네 분이서 돌려가며, 받은거 물려 받고 받은거 또 물려받고 그런 헤프닝이 일어났었는지 나는 모른다.(ㅎㅎ) 다만 서정란시인이 제가 사 온 꽃다발을 제가 받으면서 이번에는 또 모인 사람들에게 ‘박수치세요! 박수!! ’이러며 마구 압력을 넣으니 그녀의 막강한 파워를 잘 아는 우리들은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ㅎㅎ) 마당의 들마루에 앉아 그녀를 가까이서 자세히 뜯어보니 이또한 오밀조밀 귀엽게도 생겨 꼭 소싯적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나와 닮았다.”고 아부를 하였더니 곁에 있던 최일옥선생 그새 그말을 듣고, “아니,자기가 저렇게 이뻤단 마리야? ”이러는 거다. 참말로,참말로...돔이 안돼요! 낙선재는 아무래도 멋진 곳이다. 누군가가 어딘가의 고가를 뜯어 고스란히 그곳으로 옮겨 지었다는데 어찌 그리 주위의 자연과 그렇게도 잘 어울리던지. 낙선재 본채를 정면에 두고 띄엄 띄엄 자그마한 별채들이 대 여섯채 그 역시 주위의 나무들과 하나인듯 고즈넉히 들어 앉아 있는것도 특별한 정취였다.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웬지 아쉬운 곳이다. 그렇다고 딱히 뭘 한단 말인가. 기왕에 하려면 정말로 끝까지 잘 하여 ‘낙선재’라는 이름값을 언제까지나 해 주었으면 싶다. 그리고, 달마 선생의 꽁지머리도 생각난다. 꽁지머리를 하나도 아니고, 위에 하나 아래에 이층으로 묶었다. 인생의 한 부분 웬만한 확실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잘 할 수 없는 이층 꽁지머리다. 앉으나 서나 렌즈를 들이대어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주지만 막상 정모사진 어딜 봐도 그의 얼굴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전문인의 비애라고나 할까. 과천역에 내려 박진섭 선생님과 전철 4호선을 탔다. 나는 박진섭 선생님의 걸음이 불편한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뒷산에 오르다가 넘어져 큰일 날번 하고, 동네 시장길에서 자동차에 두 번이나 부딪쳐 큰 변을 당하실번 하였다니 듣고 봐도 서늘하다. 이수역에 내려 선생님과 같이 노약자와 지체장애인들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것도 오늘 처음 타봤는데, 정말 편했다. 지상으로 올라와 선생님은 마을버스 정류장에 줄을 서시고, 나는 시장통으로 걸어들어 갔다. (선생님, 더더욱 조심하셔요) 나에겐 일흔 일곱 살의 오라버니가 계시다. 그 오라버니는 우리들에게 자주 밥을 사주며 말한다. “야들아! 내가 이레 밥을 사면 앞으로 몇 번이나 사겠노. 그러니 나오라카면 바쁘다 카지 말고 나오너라! ” 시장을 봐 주렁주렁 봉지를 들고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왜 그 말이 떠오르던지. 잠시 비장해 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
첫댓글 아주 시리즈로 웃기셔요. 선생님 안 계셨으면 난 또 후기 올리느라 재미없는 글로 몇자 끄적끄적 좋지도 않은 디카로 잘 찍지도 못하는 사진 올리느라 줄밤 새야하는데 덕분에 저는 그저 웃기만하면 됩니다. 나 세월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하 드라마 한편을 보는 기분입니다. 미지의 유쌤~~~궁금함에 뵙고 싶네요~~~
내가 그렇게 기막힌(?) 축배 제의를 하였다니 좌우간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