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편재영
문화원 여울반에 젊은 남성이 이모를 통해서 봄 학기에 새로 들어왔다. 이름은 이건희다. 삼성그룹 회장 아들 이름과 똑 같다.
수도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교대 근무 하는데 시간이 맞으면 쓴 시를 가지고 수업시간에 나온다. 직지사 백수문학관에도 나온다.
요즈음 보기 드문 참으로 성실한 젊은이다.
여울반 회원들은 여름 야유회를 당일치기로 갔는데 올해는 건희씨 덕분에 수도산자연휴양림에서 1박2일을 하게 되었다.
백수문학관에 나온 건희씨에게 알아보니 1박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회장님한테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건희씨가 숙소 예약을 하고 스케줄을 잡았다.
회장님과 총무님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준비를 했다.
드디어 출발하는 7월25일 아침 10시가 되었다.
차를 가지고 문화원 옆 빙그레우유대리점(조진순 회원 집, 건희씨 이모) 으로 가니 총무와 조여사가 차에 실을 짐을 꺼내놓고 차를 기다리고 있다.
먼저 온 내 차에 짐을 싣자고 하니 총무가 건희씨 차가 와서 길 안내도 하고 짐도 실고 가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오라고 한다.
곧바로 선생님 차가 오고 건희씨 차가 오고 회장님 차가 잇달아서 왔다.
나는 복지관 근처에 차를 세우고 와서 건희씨 차를 탔다. 네 사람이 되었다.
시내를 벗어나서 양천 방향으로 가던 건희씨가 일행이 따라오지 않는다며 도로가에 차를 세운다.
나는 차에서 내려 뒤 따라 온 차로 가보니 회장님이 혼자 타고 왔다.
선생님 차와 운현씨 차는 회원들을 태우고 먼저 갔다고 한다.
그래서 건희씨는 냉장고에 짐을 보관해야 되므로 수도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 갔다가 치유의 숲으로 가기로 했다.
회장님은 갈림길에서 기다리다가 건희씨 차를 따라서 좋은 길로 잘 가는데 선생님 차와 운현씨 차는 증산으로 가는 아흔아홉길로 간다는 전화를 받았다.
길을 잘 아는 건희씨는 운전도 잘하는데 나는 겁이 나서 낯선 길은 되도록이면 가지 않으려고 한다.
용추폭포 푯말을 지나서 아름다운 무흘구곡를 따라서 한참을 가니 국립김천치유의숲 힐링센터에 도착했다.
수도리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올라가야 되는데 건희씨 덕분에 차를 타고 잘 왔다.
조금 있으니 선생님 차와 운현씨 차도 도착했다.
그래서 모두 모여서 관찰의 숲길을 걸어가면서 수도산에 조성된 자작나무, 느릅나무, 층층나무, 일본잎갈나무에 대한 설명을 숲 해설가에게 듣고 사진을 찍었다.
산림치유를 하니 편안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힐링센터로 돌아와서 산촌마을에서 배달된 한정식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이층에서 소도구테라피 운동을 하고 아로마테라피 향수도 만들었다.
힐링센터에서 프로그램을 마치고 용추폭포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휴양림 입소 시간이 지나서 바로 휴양림으로 갔다.
우리 숙소는 계곡 맨 안쪽에 위치한 힐하우스 2층이다.
다락방 있는 거실과 방이 하나, 수도산 경관이 아름다운 별천지다.
저마다 가져온 짐을 숙소에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건희씨의 안내로 숙소 주변에 마련된 숙박시설과 부대시설, 야외수영장을 둘러보았다.
완식씨는 사정이 생겨서 늦게 합류를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여자들은 부엌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건희씨는 관리사무소에 가서 숯과 가스총을 가지고 와서 테라스에서 혼자서 불을 붙인다.
회원들이 테라스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도와주면 좋을 텐데… ….
깊은 산속에 해가 빨리 지는데 선생님은 개인 사정이 있는 사람들을 차에 태우고 저녁에 나간다고 하니 빨리 고기를 구워서 먹고 나가야 되는데 마음이 바쁘다.
더운데 밖에서 불 피우느라 고생하는 건희씨도 안쓰럽다.
여울반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젊은이가 아침부터 이래저래 봉사를 많이 한다
남자들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밖에 나오면 남자들이 고기를 굽는다는 데… ….
고기를 담은 비닐봉지를 누구에게 가져다줄까 생각 하다가 나이가 많은 구응씨에게 가져다주었다.
구응씨가 비닐봉지를 들고 테라스로 나가니 거실에 앉았던 회원들이 상에 차려진 반찬을 들고 야외 테이블로 나갔다.
함께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은박지에 싼 고구마도 구웠다.
우리 테라스에도 연기가 피워 올랐다.
선생님은 늦게 세 사람을 차에 태우고 떠났고 남자들은 공용샤워장으로 내려가고 여자들은 숙소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한다.
잠자리를 둘러보니 남자 세 명은 방에서 자고 여자 다섯 명은 넓은 거실에서 자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언제 들어왔는지 남자들이 다락방에 다 누워있다.
그래서 조여사와 총무는 거실에서 자고 나는 미란씨 종분씨와 방에서 자기로 했다. 미란씨는 핸드폰으로 게임 한다고 콘센트 옆에 붙었다.
얼마나 잤을까? 열린 방문으로 찬바람이 솔솔 들어와서 잠을 깨운다.
이불을 덮어 썼다가 벌떡 일어났다. 거실로 나가보니 총무도 조여사도 이불을 다 덮어 썼다.
에어컨 실내 온도 21도다, “이런?” 온도를 높이려고 리모컨을 찾으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 불을 켰다.
"에어컨 리모컨 어디 있어요? “
다락방에서 회장님이 여기에 리모컨 있다며 리모컨을 손에 쥐고 계단으로 내려온다. 다락방 온도에 맞추고 잔 것이다.
남자들이 거실로 내려오고 거실에서 자던 총무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조여사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마스크 쓴 총무가 탈이 날까 봐 걱정이 된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니 총무가
자다가 추워서 에어컨을 껐는데 누가 에어컨을 켰다고 한다.
남자들이 거실에 누워 자니 실내 온도가 5도나 올라간다
이튿날 새벽에 혼자 일어나서 어제 건희씨가 안내해 준 곳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매미 소리 풀벌레 소리 아름다운 하모니가 양쪽 거대한 산을 깨우고 앞장을 서서 나아간다.
수국 꽃길에서 활짝 웃는 꽃을 만났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나도 활짝 웃었다.
힐하우스를 지나가니
"반달곰 보호, 출입 금지"
쇠사슬 줄을 들어 올리고 들어가니 너럭바위와 폭포가 장관을 이루었다.
나무계단으로 내려갔다.
“우와! 이렇게 좋은 곳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최고! 최고다!”
안 보고 갔으면 후회할 뻔 했다. 동영상을 찍어서 날렸다.
수도산 옥수가 너럭바위를 지나서 폭포수가 되어 노래를 부르며 바위 길로 신나게 달려간다.
폭포에 다가가니 가슴이 서늘하고 두렵기도 하다.
몰래 들어 왔으니 누가 볼라 주위를 살피니 아저씨 한 사람이 보인다.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서 살그머니 나왔다.
숙소에 돌아오니 회원들이 폭포에 간다고 나와서 안내해 주었다.
운현씨는 아침을 먹고 설거지하고 차를 타고 나갔다.
우리는 숙소 정리를 깨끗이 하고 회장님 차와 완식씨 차를 타고 나왔다.
김천에 도착하니 10시가 되었다.
1박2일간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수고하신 선생님을 비롯한 회장님과 총무님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함께 하지 못한 회원들도 모두 방학 잘 보내고 가을 학기에 또 만납시다.
거대한 산들이 모여 사는
소백산맥의 아름다운 수도산 폐부 깊숙이
열두 사람이 들어갔다
녹색 바다에 풍덩 빠졌다
사방팔방으로 이름 난 거인들이 둘러앉아서
손바닥에 회원들을 올려놓고
어디에 고장이 났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구원해 줄 하늘은 손바닥만 하고 드센 산기운에 움츠려들었다
대자연 앞에서 너도나도 한갓 미물이 아닌가?
누가 수고 좀 하면 어떻고
누가 하지 아니하면 어떤가?
남은 세상
이렁저렁 어울려서 웃으며 살아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