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SF, 미국, 147분, 2010년
SF 영화인 인터셉션에서 스토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면 이 영화의 매력은 스토리가 아니라 심리의 위상학이기 때문이다.영화는 인간의 심리의 구조를 다양한 위상으로 보여주면서 재현과 실재의 혼란을 현란하게 연출함으로써 우리에게 과연 실재란 무엇일까 묻게 한다. 참으로 고전적인 질문 아닌가? 인도인의 불교나 힌두교는 우리의 삶을 환상인 마야라고 말한다. 장장의 호접몽도 꿈에 너무나 현실감 있게 나비가 된 꿈을 꾸고 깨어, 과연 나는 나비가 사람꿈을 꾸는 건가, 아니면 내가 꿈에 나비꿈을 꾼 건가 묻는다. 근원적으로 우리가 실재라고 믿는 것은 우리의 감각인 인식한 정보가 펼쳐낸 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칸트의 불가지론처럼 실재의 실체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고 인간은 인간의 조건 안에서 불가피한 왜곡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동서양의 다양한 꿈이론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덕분에 우리의 의식은 무의식과 쌍을 이루게 되고, 이드, 에고, 슈퍼에고의 역동적 심리관계를 의식하게 되었다.
대학시절에 꿈 생각이 난다. 꿈 속에서 꿈을 꾸기도 하고, 꿈에 영화감독처럼 내 꿈을 통제할 수 있어서 꿈의 스토리를 바꾸며 전개했던 적도 있다. 그런가하면 일종의 데자뷰로서 꿈 속에 꾼 꿈을 예전에도 꾼 꿈으로 체험하기도 하고, 예전에 꿨던 꿈의 후속편을 이어서 꾸기도 해서 꿈에 나타난 현실 안에서 꿈을 다시 상기하기도 했던 적이 있다. 한편 꿈이 보여주는 핍진성은 놀랍다. 고통도 기쁨도 현실의 고통과 기쁨보다 더 리얼하다. 하늘을 나는 비행이나 음악의 감상이나 고원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렇게 풍부한 꿈의 세계를 가진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중 하나이기도 하다. 꿈의 체험이 그럴진대 과연 이 영화처럼 현실이 비참한 것이라면 현실보다 꿈을 택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달간 지속되는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된 파장과 청문회는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완고하고 철통같은 지배카르텔로 조정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현실이야말로 꿈보다 못한 현실이 아닌가?
저 꿈의 안쪽 무의식에 생각의 씨앗 심는다는 생각은 참으로 멋지고 위험한 생각이다. 결국 교육이든 예술이든 우리는 모두 그런 씨앗을 모의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변혁하기 위해, 혹은 장악하기 위해. 하지만 그것이 조작이라면 아무리 좋은 것도 거부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 요원이 우리들의 무의식에 침투해 조금이라도 이 사회를 정당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종북니 좌빨로 매도하며 극우기득권을 위해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것을 보라. 우리들이 사는 이 현실이 영화의 스펙타클을 압도하지 않는가?
= 시놉시스 =
생각을 훔치는 거대한 전쟁!
당신의 머리 속이 범죄의 현장이 된다!
타인의 꿈속에 침투해 생각을 훔칠 수 있는 가까운 미래, 이 분야 최고 실력자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채 도망자가 된다. 어느 날, 거대기업 후계자의 머리 속에 새로운 생각을 심어 기업의 합병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의뢰인이 내건 조건은 거액의 돈과 코브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
코브는 대단한 창의력으로 꿈의 공간을 설계하는데 놀라운 재능을 가진 건축학도를 비롯해 최고의 실력을 갖춘 5명의 드림팀을 조직해 작전에 나선다. 작전명 ‘인셉션’! 각각의 임무를 맡은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 표적의 머릿속에 생각을 입력하라!
그러나 그들의 침입을 눈치챈 표적의 무의식이 작전을 저지하기 위한 반격에 나선다. 물리의 법칙이 무너지는 가공의 세계, 이들은 ‘인셉션’의 성공을 위해 예상치 못한 적들과 불가피한 전쟁을 시작한다.
생각을 훔쳐라 VS 생각을 지켜라
가까운 미래,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