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시 : 이 원 필
낭송 : 임 솔 내
누구의 눈물인가 누구의 사랑인가
산허리 소화넝쿨 오백년 그리움 꽃
화관쓰고 원삼입고 하늘맺은 언약, 가약
사랑도 정녕 정해진 운명인가요 운명인가요
두려운 건 죽음 아닌 이별이에요
아쉬웁고 서러움에 시들 수 없는 꽃
당신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두려운 건 죽음 아닌 이별이에요
아쉬웁고 서러움에 시들 수 없는 꽃
당신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하늘 정원 꽃인들 두려움 없어요
능소화 넝쿨되어 당신을 그립니다
화관쓰고 원삼입고 하늘맺은 언약, 가약
능소화 넝쿨되어 당신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조선시대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 원이 엄마의 편지
글 : 임 솔 내
1998년 4월 14일 경북 안동시
정하독 택지개발지구의 한 무덤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미라와 함께 발견된 편지 한 통.
조선시대 한 여인의 사부곡思夫曲. 세계인을 울린 450년 전의 애절한 사연, 미완성이어서 영원한 사랑의 노래, 안동발 미완성교향곡 ‘원이엄마’, 다시 개봉박두!
가로 58.5cm, 세로 34cm의 한지에 한글로 쓰여진 이 편지 속에는 원이 엄마가 남편의 병환이 깊어지자 삼 껍질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아 함께 묻었다. 그녀의 남편이 빨리 병이 나아져 신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엮었을 것이다. 아내는 지아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하고픈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종이가 다하자 모서리를 돌려 써 내려갔다.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 갓 그곳에 가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모서리를 채우고도 차마 끝을 맺지 못하자 아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거꾸로 적어 나갔다.
그 당시의 언문과 짚신, 어쩌면 죽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과 그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한 신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삼과 머리카락 그리고 눈물로 삼은 짚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한 여인의 절절한 사랑은 450년이 지난 후에도 세계를 떠다니며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던 것이다. 다큐멘터리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 2007년 11월호와 세계적인 고고학저널인 “앤티쿼티”지 2009년 3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실려 시공간을 초월한 아내의 사부곡이 세계학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무용, 오페라 등으로도 만들어진 한 부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원이 엄마’.
여인 ‘여늬’와 그의 남편 이응태李應台(1556~1586)
한 여인이 사별한 남편을 그리면서 쓴 편지와 미투리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며 큰 감동을 주었다.
세상에는 미완이어서 더 애뜻하고 고귀한 일들이 많다. 삶이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못다한 사랑이어서 영원한 사랑이야기가 양반 선비의 고장인 경북 안동에 있다.
450년전 원이엄마의 그 편지 원문과 안동대 사학과 임세권 교수가 풀어 쓴 한글편지 전문을 읽어 드리고 이 편지를 모티브로 한 이원필님의 ‘능소화’라는 시를 낭송해 드립니다. 그 다음,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는 테너 류정필님의 노래와 국악버전 이병욱님의 노래를 들려 드리는 것으로 수백년 전의 사랑으로 불타던 애절절한 조선 여인의 사랑이야기를 끝 맺을까 합니다.
2011년 6월 10일
첫댓글 사랑과 이별은 시공을 초월하여 항상 슬픔과 기쁨을 안겨 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