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각>
2000년 어느 날, 할아버지와 함께
금남로에 있는 모란각에 갔어.
북한음식을 먹어보려고.
탈북연예인 김용이 창업했다는
모란각에서는 북한의 별미
평양랭면 하고 여러 가지
북한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이 먹었다는
평양온반을 먹었어.
할아버지는 평양랭면을 드셨지.
늙어버린 육이오전쟁 참전용사와
우리나라가 곧 통일 될 거라고 생각한,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의 식사.
할아버지가 밥맛이 없다고
하실 때면, 금남로에 있는 모란각에서
평양랭면과 온반을 먹고는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아무 이야기 없이
모란각이 사라졌어. 그 자리에 남은 건
바닥의 먼지와 공사자재들 뿐,
그 사이 할아버지는 대전에 있는
묘지에 가시고, 온반을 먹던 초등학생은
돼지국밥에 맛을 들이다,
불놀이가 벌어진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습관처럼 욕을 했어.
남아있는 모란각은 평양의 모란각과
서울의 모란각, LA의 모란각 뿐이라는데,
모란각에서 평양랭면을 먹을
시간이 있을까?
카페 게시글
시창작 실기
모란각 / 김호수
하늘은하수
추천 0
조회 26
16.04.05 17:48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