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12월 15일 금요일 맑음
“장학사님 상욱이가 또 금메달을 땄어요”
매봉중학교 박선생님의 전화다. 오상욱 선수를 발굴하여 지도한 운동지도를 위해 청춘을 다 바친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그런 분이 몇 분만 더 계신다면 대전체육이 확 바뀌었을 것이다.
“뭐요 ? 박선생님 한 달 전에 항가리인가 월드컵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또요 ?” “예 이번에는 멕시코 대회에서도 개인전, 단체전 2관왕을 했어요. 인제 세계 1인자예요. 운사모 덕분이예요” 이런 고마운 말씀이 또 있겠나 ? “박선생님 , 모두가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상욱이를 발굴해서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가르치셨어요, 다 그 덕분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 뭘요. 저는 응당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그보다 운사모의 공이 더 큽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운동하기도 힘들었는데 운사모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4년간이나 도움을 받았잖아요. 그 게 큰 힘이 돼서 오늘의 상욱이가 있는 거지요” 하, 듣기만 해도 입이 절로 벌어진다.
“박선생님, 1월 5일 날 운사모 총회를 해요. 그 날 상욱이하고 같이 참석해 주세요. 운사모 장학생 중 세계를 제패한 선수가 나오면 특별 격려금을 주는데 상욱이한테 격려금 100만원을 주고, 상욱이를 키워주신 박선생님께는 감사패를 드릴 겁니다” “운사모에서는 장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그렇게 신경을 써 주세요 ?” “그럼요. 운사모는 우리 장학생들이 성공하기만 고대하고 있지요. 2년 전에는 처음으로 육상의 우상혁선수가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우승을 해서 격려금을 준 적이 있어요. 상욱이는 청소년대회보다 더 큰 성인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니 더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인제 도꾜 올림픽에서 금메달 딸 날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네요. 경사입니다. 운사모의 커다란 기쁨이지요”
사실 대전에서는 세계적인 운동선수로 성장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내가 88년도에 대전으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30년이 지났지만 88년 올림픽에서 김영호 선수가 펜싱에서 금메달을 딴 후에는 어느 해 올림픽에서인가 고개를 푹 떨구던 초롱 선수가 사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기억밖에 없다.
골프에서 세계 제일이었던 박세리 선수가 있었지만, 박세리는 중학교까지는 대전에서 육상을 했으나, 고등학교 때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서 공주 금성여고로 가서 골프를 했기 때문에 충남에서 자랑하는 선수다.
그런데 오랜만에 대전 출신으로 세계에 우뚝 선 선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 펜싱의 오상욱 선수가 나타났고, 운사모 장학생인 동산고의 탁구선수 안재현이 현재는 세계 2위이지만 머지않아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 이 선수들 모두가 운사모 장학생이라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운사모가 지금까지 10년이란 세월을 변함없이 활동하면서 그 보람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 만약에 운사모가 탄생하지 않았다면 가능했을 일이겠는가 ?
운사모가 지금까지 배출한 장학생들은 모두 50여명이 되는데, 현재 대부분의 선수가 이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위치에 있거나, 실업팀, 대학팀 선수로 맹열한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커가면서 세계 일등의 대를 이어 나갈 것을 생각하면 우리 운사모가 더욱 자랑스러워진다.
이 모든 게 본인을 희생하면서 긴 시간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있는 운사모 모든 형제님들 덕분이다. 모든 형제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 참을 멍하니 운사모 생각에 잠겨 있었지.
‘아차, 어제 돌아가신 외숙모 빈소에 조문할 일이 남아있구나’ 빈소는 천안인데 대전을 들려 가야 한다. 여기에는 예복이 없다. 작업복을 입고 조문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전을 거쳐 천안까지 빙 돌아야지.
충희가 함께 가잔다. 아빠 혼자서는 심심하다고.... 자식, 이런 때는 어른 다 됐네. 친척들에게 자식 인사도 시킬 겸 함께 나섰다.
데리고 가길 잘했지.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형제들과 얼굴을 익힐 때가 되었지. 졸졸 따라 다니며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도 아네. 그래, 자식은 좋은 거여. 늦은 시간에 아산 엄마 집에 들러 충희와 한 이불을 덮고 잤다.
내일 아침엔 장지로 가야지. 춥지나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