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 박물관의 첫 단추를 풀었다
로담 정안스님
전남 광양 출생, 1972년 출가. 1992년 『문학공간』으로 등단.
시집 『나 너답지 못하다고』, 저서 『꽃에 향기를 더하다』, 『잡변과 정론』등.
현, 가평 아가타 보원사 주지.
불교문화재 연구소 소장에서 문화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 문화부장은 혜일스님이었다, 혜일스님이 문화부에서 기획실로 가고 내가 문화부로 가게 된 것이다. 혜일스님은 문화에 대한 탁월한 지식으로 도난 문화재 백서, 도난 문화재 회수, 국외 소재 불교문화재 환수 등과 문화 사업으로는 각 지역 문화 축제 지원 불교 문화행사 계획, 불교 전통문화 조사, 전통사찰 조사. 불교전통문화재 보존방안, 사찰림 조사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불교계 기자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불교문화재연구소 소장을 지내다 문화부로 가게 된 나에게 간담회를 하는 날 기자가 문화재에 대한 지식과 포부를 물었다. 나로서는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있어 80년대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대학 강의를 수강하고, 삼국유사 스터디와 삼국유사를 토대로 현지답사를 故 김상현 교수를 모시고 십 년 이상을 했었다. 그렇다고 전문 지식이나 전문가이거나 전문 자격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런 간담회 질문이기에 뭐라고 말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출가수행 40년이면 내가 문화재 아니겠냐고 했다. 한바탕 웃음으로 그렇게 간담회를 마칠 수 있었다.
당시 문화부 집중업무로 미국 LA카운티 박물관에 전시된 대구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와 강원도 신흥사 영산회상탱화, 시왕도 3점 등 환수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1985년 도굴꾼에 의해 도난당했다. 신흥사 ‘지장시왕도’와 ‘영산탱화’는 50년 6,25전쟁 이후 미군 병사에 의해 절취당한 것이다. 1997년 LA카운티박물관은 한국 미술품을 대거 구입하는 과정에서 ‘지장시왕도’와 ‘영산탱화’를 얻었고, 대한불교조계종은 2010년부터 약탈문화재로 인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유출 과정을 조사해 LA카운티박물관에 공식 환수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회의를 위해 LA카운티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면서 신흥사 대표로 종단 사회국장 지상스님, 동화사 대표로는 동화사 성보박물관장 지경스님과 종무실장 한동기, 종단에서는 문화부장과 심주완 문화재팀장, 신유철 주임, 통역은 한 송이 등이 함께했다.
이전의 소임으로 호법부장 때에 일본에서 한 중 일 불교도 대회를 하게 되었다. 원장스님께서 일본에 함께 가자고 하시기에 심장 시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 타는 일이 힘듭니다. 하였더니 나하고 같이 가기 싫어서 그러느냐고 위로를 했다. 그런데 문화부 소임을 보게 되는 첫 일이 일본에 가는 비행시간보다 몇 배나 더 걸리는 LA를 문화부 자체에서 가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못 간다고 우겼다. 회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비행기 표 구매와 여권 등의 이유로 회의 참석 여부를 확정해야 했다.
문화부장으로서 소임의 중요성을 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의 성사와 부족한 건강을 위해 일등석 비행기 자리를 안배해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일등석 비행기 문화 활용이었으나, 출가사문의 일등석 비행기 문화 활용을 바라보는 일등석 비행기 활용 인들이 출가 사문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등석 비행기 안에 흐르는 에어컨 바람보다 차가움에 LA공항 내릴 때쯤에는 감기 기운에 머리가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등석 비행기 안에서 회의 의사 내용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말 서두로 나는 미국이 전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많은 노력과 봉사를 하고 있고, 그러는 과정 속에 많은 군인들이 희생하게 되는데 여러 나라에서 희생되는 많은 군인들을 한 분도 빠트리지 않고 본국으로 송환시키려고 하는 일은 가히 동경한다는 이야기로 시작을 했다.
열두시간이 넘는 비행 속에 한잠도 못 이루고 LA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에 도착해 달마사와 고려사를 방문해 신도들에게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자문과 관심 홍보를 부탁 드렸다. 카운티박물관 회의장에서는 LA카운티박물관 법률고문인 Mr. Fred Goldstein 수석 부관장과 Mr. Stephen Little 한국미술부장, Mr. Virginia Moon 학예사, Mr. Pamela Kohanchi 법률고문, Ms. Julie Wagner 현지 통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Michael Govan 관장이 보이지 않았다. Michael Govan 관장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순간의 전언에 괜히 왔다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참석한 사람들과 서로 간에 인사를 하고 있는데 조금 늦었다고 하면서 Michael Govan 관장이 회의 장소에 들어섰다.
문화부에서 업무 브리핑을 받을 때에는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논의 과정 속에 환수를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약탈문화재나 도난 문화재를 구입 전시에 지장을 받지 않으나, 미국에서는 국법으로 약탈 문화재나 도난 문화재는 매입하거나 전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법리적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세 점은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도난 문화재로, 기증받아 전시한 것은 카운티 박물관의 착오라며 관장이 사과를 했다. 문제는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세 점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회의 논제에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여러 가지 대안과 방법이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우리들은 6, 25라는 전란 속에 미국과 한국은 형제의 국가로 형제의 국가에 도움을 주려고 왔다가 약탈해 갈 수 있느냐, 영산 탱화는 우리에게는 신앙의 대상으로 약탈이 아니면 여섯 등분으로 나눌 수 없는 행위이며, 지금이라도 돌려주면 신앙심으로 잘 모실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들은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98년 기증받을 당시 신흥사에 두 번이나 편지를 보내 확인을 받으려 했지만 신흥사에서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고, 또한 카운티 박물관에서는 물품을 구입하거나 매입하는 일없이 100% 독지가나 기증자들이 매입하여 기증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구석으로 몰리듯 참으로 논리와 상황이 불리하게 되었다.
내가 곁에 있는 한송이 통역사에게 지금부터 하는 말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해 달라고 했다. 우리 불가에서는 기증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첫째 기증하는 사람이 청정해야 하고, 둘째 기증 받는 사람이 청정해야 하고, 셋째 기증하는 물건이 청정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것이 청정하지 못할 때 올바른 기증이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갑자기 이 문구가 생각났는지 모르지만 이는 보조스님이 정혜결사를 하면서 결사 대중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계초심학인문’에 나오는 삼륜(三輪)이 청정해야 한다는 문구(文句)이다.
이 말을 들은 Michael Govan 관장의 대화가 바뀌었다. 관장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관장의 결정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있는 만큼, 일의 전후 사정을 잘 살펴 차기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회의는 끝이 났다. 다들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후일담으로 Michael Govan 관장이 뒤늦게 참석한 것은 동화사 염불암 지장 시왕도는 돌려주고, 신흥사 영산탱화는 회의를 통해서 박물관 소유 전시물품으로 확실하게 점을 찍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뒤늦게 참석했다고 했다. 확답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문화부 신유철 주임의 세밀한 자료 챙김이 크다.
카운티박물관에 전시된 여섯 등분으로 나누어진 영산회상도를 보존처리 복원한 분은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장 박지선이였고, 복원 비용은 현대 자동차에서 후원했으며, 라크마 수장고에서 영산회상도를 처음 발견한 분은 김현정 전 라크마 큐레이터 이다.
극간을 생각해 보면 종단에서는 2010년 약탈문화재임을 인지하고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행하고 있었던 것이기는 하지만, 신흥사는 50년 6, 25 이전에는 38선 이북의 땅이었고 미군이 38선 이북의 땅을 수복하고 38선 이북의 유물을 남한의 유물로 보지 않고 약탈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군이 어디까지 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또 카운티박물관으로서는 98년 영산회상도를 기증받을 당시 신흥사에 두 번이나 편지를 보내 소재와 유출 과정을 알아보고자 했다. 편지 내용 가운데 “이 작품이 발견된 배경과 불화의 외관 및 조건에 근거하여 이것이 적어도 50년 이상 미국에 있었던듯 합니다.”라는 글귀로 시작된다. 한편 신흥사로서는 54년 민정 이양 이후 신흥사에 들어선 스님들이 극락보전에 영산회상도가 전란으로 유실된 것을 인지하고 56년 새로 조성하여 봉안하였기에 신흥사로서는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꼭 환수하는 것만이 최상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한국문화의 이해를 돕고 한국문화 우수성 확대를 위해서는 문화재 출처와 소유는 한국 사찰임을 인정하게 하고 장기임대로 전시하는 방안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차선을 삼았다. 생각을 더 하면 세계 각국 지역마다 한국미술관을 만들어 전시 홍보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송광사 오불도를 환수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 <불교와 문학> 2023년 가을호 中
첫댓글 佛法僧 三寶님께 歸依합니다.
거룩하시고 慈悲하신 부처님의 加被와 慈悲光明이 비춰주시길 至極한 마음으로 祈禱드립니다. 感謝합니다.
成佛하십시요.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I return to Buddha, Law, and Seung Sambo.
I pray with all my heart that the holy and merciful Buddha's skin and mercy light will be reflected. Thank you.
Holy Father.
Avalokitesvara Bodhisattva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