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시인
참으로 값진 일이다. 순천에 걸맞은 시민작가발굴이다.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한다는 것은 싶지 않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스스로 찾아서 할 때 보람을 느낀다.
흔히 사람들은 문학과 예술 활동을 비생산적으로 여기며 가난을 연상시킨다. 더욱이 시인과 화가들의 가난한 행적을 들추며 게으름까지도 추가시킨다. 지극히 고집스럽고 이유가 많다는 등 별의별 비난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들에게 고집과 아집의 집념이 없다면 결코 좋은 작품은 탄생되지 않을 것이다. 한 시대를 음미하면서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길은 험난하다. 그것은 곧 금전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상혼과 금욕이 깃든 작품은 문학작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평설마냥 작가의 물욕은 금물이다.
맑고 청순한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글이야말로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언제나 물욕을 멀리하고 주어진 일에(글쓰기) 몰두하면서 살아가는 작가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를 쓴다는 시인들의 행적은 외롭고 쓸쓸한 길이다. 남들이 갈 수 없는 고독한 길, 혼자만이 가는 청순한 길을 가야한다. 그래야만이 한편의 고전될 수 있는 좋은 시를 건져 올릴 수 있는 것이다.
詩人이라는 한자를 풀어보자. 깊은 산속에 자리한 절간에서 혼자만이 말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자면 처자식은 물론 집안일까지도 책임질 수 없기에 그냥 시인으로 칭하는가 싶다. 왜냐하면 다른 문학인들과 예술인들은 집가‘家’를 붙여준다. 소설가, 수필가. 화가 등 모든 작가들에게는‘家’자가 따라붙는다.
어찌 보면 시인의 길은 조금은 어리석은 삶, 바보 같은 인생길이 아닐까 싶다. 하나의 가정을 꾸릴 수 없는 처절하게도 고독한 삶이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은 높이 사야한다. 맑고 청순한 생각으로 언제나 영혼을 부르는 정신세계를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제였다. 필자는 도농복합도시의‘텃밭체험’장을 찾았었다. 그곳에서 얻은 시상이나 글감이 부지기수였다. 아이들의 놀이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대자연의 품에 안겨 즐기는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채소를 뜯어서 요리하는 모습과 밥을 짓고 김치를 담그는 광경들은 놓치고 싶지 않는 참한 풍경이었다.
게다가 아빠엄마를 부르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온 가족이 삶의 근원인 의식주를 해결하려는 광경도 뜻깊었다. 어쩌면 이러한 광경을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글로 옮기는 작업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민작가양성은 필요하고 순천시사를 수록하는데도 절실함을 느낀다.
허석 순천시장은 설화작가다. 순천시장이기 전에 문단에서 익히 알려진 작가로써 심도 있는 글을 써왔다. 그에 삶에도 희로애락은 있을 것이다. 자신보다도 남을 먼저 배려하면서 살아왔던 그였기에 작가의 양심은 살아있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자체는 양심의 마지막 보루를 지킨다는 뜻일 게다. 또 작품을 만든다는 것도 양심을 지키며 작가정신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순천시의‘시민작가 발굴’을 살펴보자. 시는 오는 11월 8일까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지역작가를 발굴하고, 사라져가는 순천 이야기를 시민이 직접 쓴 책으로 남기는‘시민 작가 발굴 프로젝트’원고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공모분야는 수필(에세이 형식의 가벼운 실용·교양서 포함)과 단편소설 2개 분야이며, 총 10편을 선정해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주제는 자유지만‘순천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고 했다.
다수의 출판경험이 있는 허 시장은 “출판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쉽게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도 1인 1책 쓰기 프로그램, 시민 그림책 만들기 등을 통해 모든 순천시민이 한 권의 책을 출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들은 뭔가를 생각하고 갈구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삶을 글로 옮기기란 그리 쉽지 않을뿐더러 작가정신에 입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작가정신과 양심은 일치한다. 순천시민작가발굴은 잘한 일이다. 시민모두가 작가정신을 담고 글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