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 법정 / 문학의숲
-법정 스님 법문집 2
종교인 중에 처음과 마지막이 다른 경우를 간혹 접한다.
삶 또는 평소의 말이나 남긴 글과 다르게 은퇴하면서 어쩌고저쩌고 감회를 말하는 경우를 본다. 참회하는 형식이다. 한편으로는 참 신선하게 보이기도 한다. 참으로 그렇다. 그가 몸담았던 단체에 대해서 참회하듯 말하는 경우는 너무 구리니까 제외하자.
경제인이나 정치인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야기했다면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식의 동정 의식이나 마지막을 참 멋있게 마치는 모습에 존경심이 우러러 나올 수도 있겠다. 그들의 삶의 목적이 그러하니까. 그러나 종교인이나, 정신적 스승의 반열에 있는 사람의 경우 그런 고백을 했다면 충격을 받아야 한다. 구라였다니. 애초에 깨우침이 없었다면 정신적 사기에 해당하고 도중에 깨우침이 바뀌었다면 바뀐 사실을 숨기고 가르쳤다면 동일한 행위이다.
책은 1992년부터 2009년 사이의 법문으로 편성되어 있다. 20년 가까이 한 사람의 말을 모아둔 것을 읽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일반인을 위한 글이 아니라 다소 생경한 내용도 있으나 모든 소재를 이해하면서 읽는 책이 얼마나 있을까. 소재는 그렇다 치고 법문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없다. 개신교에서 늘 이야기하는 내용과 무엇이 다른지 나는 알 수 없다. 용어의 차이가 있다. 한자문화권의 용어와 영어문화권에서 오는 용어의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바라봄의 넓이는 광대하다. 광대하면서도 섬세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부터 온 우주를 언급할 수 있는 세계는 지극한 살핌과 깨우침에서 나오는 것 같다.
법문 제목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가르침이 있다. 지금 나의 짧은 생각으로 정리를 몇 개 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 내 마음의 모양대로 한정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제목만을 가지고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부처님 옷자락을 붙잡아도 ㅣ 2009년 5월 2일 부처님오신날
>> 아는 바를 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소욕지족 소병소뇌少欲之足 少病少惱 ㅣ 2007년 8월 27일 여름안거 해제
>> 적은 것으로 만족해야. 지구라는 자원은 공유하는 것이다.
마음속 금강보좌에 앉으라 ㅣ 2006년 12월 5일 겨울안거 결제
>> 다른 곳에서 찾지 말라. 내가 답이다.
영원한 것 없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ㅣ 2006년 8월 8일 여름안거 해제
>> 모든 것은 한때이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봄날의 행복론·1 ㅣ 2006년 4월 16일 봄 정기법회
>> 정신없이 살지 말라. 지금 옆에 핀 꽃을 보고 향기를 즐기라.
지금 출가를 꿈꾸는 그대에게 ㅣ 2003년 10월 5일 불교문화강좌
>> 모든 집착과 얽힘에서 벗어나는 초심을 유지하기를. 일회성이 아니므로.
봄날의 행복론·2 ㅣ 2003년 4월 20일 봄 정기법회
>> 행복은 현재를 받아들이는데서 시작한다.
때로 높은 봉우리 위에, 때로 깊은 바다 밑에 ㅣ 2003년 2월 16일 겨울안거 해제
빚지고 사는 삶인가, 빚 갚고 사는 삶인가 ㅣ 2002년 12월 15일 길상사 창건 5주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ㅣ 2002년 11월 19일 겨울안거 결제
한평생 몇 번이나 둥근달을 볼까 ㅣ 2002년 10월 27일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멈춘다면 ㅣ 2002년 10월 20일 10월 정기법회
하루를 기도로 열고 기도로 닫으라 ㅣ 2002년 8월 23일 여름안거 해제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다 ㅣ 2002년 6월 16일 6월 정기법회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 ㅣ 2002년 5월 19일 부처님오신날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ㅣ 2002년 2월 17일 2월 정기법회
길에서 검객을 만나거든 너의 검을 보여 주고 ㅣ 2001년 12월 16일 길상사 창건 4주년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ㅣ 2001년 11월 4일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그대의 가풍은 무엇인가 ㅣ 2001년 8월 19일 8월 정기법회
물은 낮은 데로 흘러 세상을 적신다 ㅣ 2001년 6월 17일 6월 정기법회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ㅣ 2001년 5월 8일 여름안거 결제
문명의 소도구로 전락하지 말라 ㅣ 2001년 2월 18일 2월 정기법회
허술하게 이은 지붕에 비가 새듯이 ㅣ 2001년 1월 19일 일요 가족법회
영혼을 깨우는 벗을 찾으라 ㅣ 2000년 12월 17일 길상사 창건 3주년
나무 위에 사는 선승의 가르침 ㅣ 2000년 11월 19일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미국에 와서 아메리카 인디언을 말하다 ㅣ 2000년 11월 17일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큰 연못과 작은 연못 ㅣ 2000년 11월 10일 겨울안거 결제
부처와 함께 자고 부처와 함께 일어난다 ㅣ 2000년 8월 14일 여름안거 해제
믿을 만한 제자가 누구인가 ㅣ 2000년 4월 16일 봄 정기법회
지금이 바로 그때 1999년 12월 12일 길상사 창건 2주년
잎 지고 난 자리에 새 움이 돋는다 ㅣ 1999년 11월 1일 선화회 초청법회
지구가 잠든 순간에도 깨어 있으라 ㅣ 1998년 9월 27일 원불교 서울 청운회 초청강연
얼굴에 낀 속기를 털어 내라 ㅣ 1998년 6월 27일 교보문고 초청 특별강연
이 마음이 중생 노릇도 하고 부처 구실도 한다 ㅣ 1992년 10월 1일 불교방송 초청법회
오늘 핀 꽃은 어제의 꽃이 아니다 ㅣ 1992년 8월 28일 약수암 초청법
옮겨적은 몇 개를 남겨본다.
8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야 되는데 그 그물에 걸립니다.
157.
길에서 검객을 만나거든 너의 검을 보여주고
그가 시인이 아니거든 너의 시를 보이지 말라.
여우는 사자의 무리에 둘 수 없고
등불은 해와 달의 광명에 견딜 수 없다.
- [전등록] 목주 진존숙 스님
171. (삼륜청전에 관하여)
"진정한 보시는 보시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받는 사람이나, 그 물건이 다 같이 청정할 때 공덕이 큽니다."
(2019.1.11 평상심)
첫댓글 소욕지족,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