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786]艱危寂寞(간위적막)
艱危寂寞간위적막
艱= 어려울 간.危= 위태할 위.
寂= 고요할 적.寞= 쓸쓸할 막.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역경이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초하고 무료하며,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는 것이다.
객중(客中) 나그네살이 중에
龜峯(구봉) 송익필(宋翼弼, 1534~1599)
客髮渾如雪 交情總是雲
(객발혼여설 교정총시운)
나그네 살쩍 온통 흰 눈과 같고,
사귐의 정 모두 다 구름이로구나.
艱危明物理 寂寞見心源
(간위명물리 (적막견심원)
시련 속에 사물 이치 분명해지고,
적막해야 마음 근원 드러난다
世遠言誰信 踪孤謗未分
(세원언수신 종고방미분)
세상 멀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외로운 자취 헐뜯음 분간 안 되네.
山花開又落 江月自虧圓
(산화개우락 강월자휴원)
산꽃은 피었다간 다시 또 지고,
강달은 둥글었다 이지러지네.
* 艱危明物理, 寂寞見心源(간위명물리 적막견심원)
간위가 사물의 이치를 분명하게 해주고,
적막이 마음의 근원을 드러나게 만드네.
위 구절에서 간위적막(艱危寂寞)이 나옴.
'간위(艱危)'의 시련만이 아닌,
'적막(寂寞)'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
역경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조롭고 무료,
인생에서 시련(試鍊) 누구나 찾아오게 되므로,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
원문=龜峯先生集卷之二 / 五言律詩 一百三十九首
구봉집 제2권 /오언 율시 139수
客中
旅鬢渾如雪。交情總是雲。
艱危明物理。寂寞見心源。
世遠言誰信。蹤孤謗未分。
山花開又落。江月自虧圓。
객중에서 읊다〔客中〕
나그네의 살쩍 온통 눈과 같으니 / 旅鬢渾如雪
사귀는 정 그 모두가 뜬구름이네 / 交情總是雲
위태하매 사물 이치 환하게 되고 / 艱危明物理
적막하니 마음 근원 보게 되누나 / 寂寞見心源
세대 멀어지면 말을 누가 믿을까 / 世遠言誰信
종적 외로우니 비방 아니 떠나네 / 蹤孤謗未分
산꽃은 피었다가 다시 또 지고 / 山花開又落
강 달 절로 이지러졌다 둥글어지네 / 江月自虧圓
[주-D001] 객중(客中)에서 읊다 :
초간본에는 이 시의 3, 4구에 대해서
“도를 아는 자가 아니면 말이 이 경지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非知道者, 語難到此.]”라고 평하였으며,
5, 6구에 대해서 “애석하다.[可傷]”라고 평하였으며,
7, 8구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데에 부쳐 버렸다.
[付之無可奈何]”라고 평하였다.
[주-D002] 誰 : 초간본에는 ‘難’으로 되어 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20
龜峯先生集卷之二 / 五言律詩 一百三十九首
客中
이하=[정민의 세설신어][86] 간위적막(艱危寂寞) 정민 한양대교수·고전문학
"이기기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지게 마련이다. 건강을 과신하는 자가 병에 잘 걸린다. 이익을 구하려는 자는 해악이 많다. 명예를 탐하는 자는 비방이 뒤따른다. (好勝者必敗, 恃壯者易疾, 漁利者害多, 鶩名者毁至.)" 청나라 신함광(申涵光·1619~ 1677)이 '형원진어(荊園進語)'에서 한 말이다.
앞만 보고 내닫던 발걸음이 주춤해지는 세밑이다. 언제나 좋기만 한 세월은 없다. 한꺼번에 내닫다가 걸려 넘어진다. 몸을 과도하게 혹사하여 병을 얻는다. 내 승리는 남의 패배를 밟고 얻은 것이다. 칭찬만 원하면 비방이 부록으로 따라온다. 한자락 쉬어 되돌아보고, 점검하며 다짐하는 내성(內省)의 시간이 필요하다.
송익필(宋翼弼·1534~1599)의 '객중(客中)'시는 이렇다. "나그네 살쩍 온통 흰 눈과 같고, 사귐의 정 모두 다 구름인 것을. 시련 속에 사물 이치 분명해지고, 적막해야 마음 근원 드러난다네. 세상 멀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외론 자취 헐뜯음 분간 안 되네. 산꽃은 피었다간 다시 또 지고, 강 달은 둥글었다 이지러지네."
나그네로 떠돌다 언뜻 물에 비친 제 낯을 보니, 귀밑머리 털이 어느새 성성하다. 그 좋고 많던 친구들도 구름처럼 흩어져 아무도 없다. 뼈아픈 간난(艱難)의 시간을 겪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세상 이치가 분명하게 보인다. 그땐 왜 몰랐을까? 적막 속에 자신과 맞대면하는 동안 내 마음의 밑자락을 가늠하게 되었다. 세상 길은 이미 저만치 비껴 있으니, 생각 없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에 마음 쓰지 않으리라. 홀로 가는 길에서 이런저런 비방쯤이야 개의치 않겠다. 꽃은 피었다간 지게 마련이니, 지는 꽃을 슬퍼하랴. 달은 찼다간 기우니,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