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여행을 떠나며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입니다. 일상의 바쁜 생활을 뒤로 한 채 훌쩍 떠난다는 것 자체로 기쁨이 되겠지만, 미리 여행의 목적지와 그 주변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또 먼저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며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저절로 행복한 웃음이 입가에 그려지게 됩니다. 물론 아무런 준비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세심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행지의 날씨는 어떤지, 그래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맛집은 어디고 예약은 필요한지, 여행을 위한 경비는 얼마나 드는지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더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다른 이들의 취향은 어떤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헤아려 보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이러한 준비가 없다면, 기분 좋게 출발한 여행도 잘못하면 피로만 쌓이는 힘든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마르코 복음사가와 함께 떠나려는 우리의 여행 역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럼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이를 위해 이 여행을 계획하고 이끌어 가는 마르코의 의도를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마르코가 마련한 여행에 굳이 제목을 달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마르 1,1) 마르코는 우리에게 자신이 만난 나자렛 출신의 예수라는 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이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 약속하셨고 이스라엘 민족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 온 메시아, 곧 그리스도가 바로 예수님이심을 우리에게 증언하고자 이 여행을 준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르코복음을 함께 읽는 이 여행의 목적은 예수님을 만나 그분이 누구이신지 깨닫고 그분께서 전해주신 기쁜 소식, 곧 복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여 그분이 진정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또 인간을 구원하신 그리스도이심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여행이 본 목적을 달성하려면, 복음을 읽고 묵상하며 깨닫게 된 바를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려는 외적인 노력도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행의 출발점에 서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예수님을 만나 그분이 누구이신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 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복음의 기쁨> 3항)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그분을 찾고자 한다면, 협조자 성령께서 우리를 인도하시어 마르코가 전하고자 한 예수님을 더욱 생생하게 만나고 그분과 친교를 이루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마르코와 함께 걷는 이 여행은 엠마오로 떠나던 두 제자와 동행하셨던 부활하신 예수님(루카 24,13-35 참조)과 함께 걷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그분의 따뜻한 눈빛과 음성, 그분의 힘 있는 말씀과 행적이 마르코를 통하여 여러분의 마음, 여러분의 신앙을 새롭게 변화시키길 희망합니다.
[2024년 1월 14일(나해) 연중 제2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