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은퇴 이전보다 더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은퇴라는 말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기회가 오면 약간의 돈벌이도 합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게 꼭 필요한 덕목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겸손입니다.
인생1모작에서 돈과 명예를 다 얻고도 인생2모작에서 또 그것을 추구한다면 지나친 욕심이라 생각합니다.
성경이나 불경 등 종교에서도 겸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 전체가 겸손을 사회적인 덕목으로 삼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유럽의 덴마크 입니다.
유럽 북부의 유틀란트 반도 및 그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고 인구 588만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국교는 루터복음교로 전 국민의 80%가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낙농업이 발달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선, 정밀공업도 선진국 수준을 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고 노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손꼽힙니다.
그런데 이 나라를 떠받치는 국민적인 문화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 '얀테의 법칙(Law of Jante)' 입니다.
이 법칙은 1933년 덴마크의 소설가 악셀 산데모제(Aksel Sandemose)의 풍자소설, [도망자 그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서 건너다]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허구의 작은 마을, 얀떼(Jante)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마을은 대단히 규칙을 잘 지킵니다.
그 규칙의 열 가지 내용입니다.
첫째,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둘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셋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넷째, 내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자만하지 말라.
다섯째,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여섯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일곱째,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다 잘 할 것이라고 장담하지 말라.
여덟째,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아홉째, 다른 사람이 나에게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열째,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가지수는 열 가지 이지만 한 마디로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더 낫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의 다른 표현들이라 하겠습니다.
이 법칙은 국교인 루터 복음교의 핵심원칙인 겸손과 결부되어 있으며 덴마크의 사회규범이 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UN이 공인하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입니다.
그 이유는
결코 남들보다 잘 나거나 부유해서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가 다 존귀하다’ 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반론도 있을 것입니다.
무한 경쟁시대에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어야 살아남는 우리 사회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외치는 얀테의 법칙이 좀 생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겸손이 지나치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는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만사에서 겸손은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퇴직 전에 한 자리를 했다고 은퇴 이후에도 계속 써먹고 다니는 팔불출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돈 좀 있다고 남을 업신여기며 깔보는 수준 낮은 인간들이 도처에서 날뛰고 있습니다.
나를 돌아봅니다.
은퇴 이후 늘 따라다니는 호칭(교수, 박사)때문에 조심 조심 처신하려고 애써고 있습니다.
좀 바보가 되려고 남들 하지않는 쓰레기도 줍고 치우기도 합니다.
죄우명을 '바보가 되자'라고 정하고
일부러 바보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겸손해 지자는 다짐의 표현입니다.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더욱 노력하기로 다짐해 봅니다.
오늘은 멋지게 늙어감의 기술을 얀테의 법칙에서 한 수 배웁니다.
첫댓글 덴마크의 사회규범인 '얀테의 법칙'에서 인생2모작을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덕목으로 겸손을 배웁니다.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들에 있는 풀이나 사람이나 다 똑같다"
자기를 너무 귀하게 여기지말라는 말씀입니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얀테의 법칙'에서 멋지게 늙어감의 기술을 배웁니다.
나라 전체가 어렵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모두 큰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이러한 때,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발짝식 양보하는 겸손의 미덕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덴마크 국민들이 부럽습니다.
11월 한 달도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