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찌릿한 손 저릿한 발 추운 건 싫어
'손발이 저려서 겨울이 싫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추위에 노출된 혈관이 수축돼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경도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손발이 저린 것은 증상이지 병명은 아니다. 이에 대한 당사자의 반응은 두 갈래다. '며칠 이러다 말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배짱파'와 '뇌졸중(중풍)의 전조 증상이 아닐까'라며 불안해하는 '과민파'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도, 또 안심하는 것도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발 저림은 그만큼 증상과 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에 따른 질병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손 많이 쓰십니까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는 "손발이 저린 주된 원인은 수근관 증후군(카팔 터널 신드롬),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말초혈관질환 등 3대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이 중 수근관 증후군 환자는 엄지에서 검지.중지.약지(절반만)까지 저리고 아프면서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고 호소한다. 또 발과는 무관하며 주로 4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빈발한다. 남성의 발생률은 매우 낮으며, 증상이 보통 밤에 더 심해져 자다가 종종 깨는 것이 특징이다.
자가 진단(진단율 80% 가량)도 가능하다. 양쪽 손목을 90도로 굽혀 손등을 서로 마주보게 붙인 뒤 1분쯤 기다려 본다. 손이 저려오면 수근관 증후군이다.
수근관 증후군은 손빨래.아기 안기 등 손이나 팔에 힘이 들어가는 일을 하거나 골프채를 너무 꽉 쥐거나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잘 걸린다. 이 증후군으로 진단된 환자 3명 중 1명은 갑상선 기능저하증.당뇨병.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전신 질환이 있으므로 원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골프.빨래 등을 하지 않고 손을 쉬어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가벼워진다. 손목을 가급적 꺾지 말고 바로 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손이 저려올 때 손을 털거나 주물러 주면 증상이 한결 완화된다.
당뇨 있으십니까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은 먼저 양쪽 발가락 끝부터 저리기 시작한다(한쪽 발가락만 저리다면 디스크일 가능성). 이어서 발.무릎, 나중엔 손목.손끝까지 저려온다. 특히 잠자기 전 다리가 따갑고 저려 잠을 못 자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세월 고혈당으로 신경세포가 손상을 받아 생긴 신경합병증이다. 이 병은 당뇨병 환자의 50~90%가 경험한다. 따라서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혈당 조절을 잘하는 등 당뇨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초혈관 장애는 발이 저리고 심한 경우 발가락 색이 파랗게 되는 병이다. 100m쯤 걷고 나면 다리가 끊어지듯이 저려와 잠시 쉬어야 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승민 교수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심장혈관.뇌혈관이 막혀 심근경색.뇌졸중이 되듯이 말초혈관이 막혀 생긴 병"이며 "중년 이상의 남자, 특히 흡연자에게 잦다"고 강조했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동맥경화 등이 주된 원인이므로 담배를 끊고, 동맥경화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우유.생선 챙겨드세요
부산 일신기독병원 내과 박혜경 과장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손발이 저리다면 비타민B군과 마그네슘.칼슘 등 미네랄 섭취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신경 대사에 필수적인 비타민 B군,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
엽록소가 풍부한 푸르스름한 채소, 콩 등 마그네슘 함유 식품을 즐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를 통해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때는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칼슘이 부족해도 손발이 저릴 수 있다. 칼슘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혈관으로 칼슘이 유입된다. 이것이 칼슘 패러독스다. 혈관에 칼슘이 쌓이면 혈액의 흐름이 방해를 받아 손발이 저릴 수 있다. 나이 들어서도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하루 한 팩 이상 마시고,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 녹황색 채소 등 칼슘 함유 식품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말초혈관 순환에 도움을 주는 은행잎 추출물(일반의약품), 소염 효과가 있는 양파.마늘.생강(신경염이 있을 때 저림증이 올 수 있으므로), 우울증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허브인 성요한초(심리적인 요인이 저린 감을 부를 수 있으므로)도 손발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일러스트레이션=강일구 <ilgoo@joongang.co.kr>
*** 손발 저림의 주요 원인질환 대처법
■수근관 증후군
무리한 손목 운동 금지, 골프 금지
손목을 꺾임 없이 유지, 손목 보호대 착용
경구 약물치료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연 3회 이상 시술하지 않는 것이 원칙)
수술 치료(손가락 감각이 완전히 없거나 엄지손가락 근육이 위축된 경우)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당뇨병 등 내과 질환 치료
혈당을 엄격히 조절
당뇨 신경 합병증을 예방.지연시키는 약 복용
혈액 투석, 신장 이식
■말초혈관 질환
금연
동맥경화의 위험요소 제거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
큰 혈관이 막혔을 때는 풍선확장술 등 수술로 치료
자료=건국대병원 신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