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쯤 러시아와 수출(입) 대금을 정상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창구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생길 전망이다. 정부는 러시아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하나은행(옛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을 통해 러시아와의 수출입 대금 결제 시스템을 임시로 가동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정부는 또 러시아에 거주하는 교민·유학생에게 외교 루트를 통해 신속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송금액 한도를 기존의 3,000달러에서 8,000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로 급전이 필요할 때, 국내에서 외교부 계좌로 입금하면 현지 대사관·총영사관에서 현지 화폐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부가 구상하는 러시아와의 임시 대금 결제 방식/출처:금융위원회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임시 결제 라인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과 러시아 현지 법인간에 수출입 대금을 상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러시아 기업이 하나은행, 우리은행 현지법인에 대금을 입금하면, 우리 기업은 본점을 통해 그 대금을 찾는 식이다. 글로벌 중개은행을 통해 송금하고, 받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내부 시스템 속에서 주고받는 것이다.
물론, 전제 조건과 불편함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거래는 비제재 은행이나 비제재 대상 품목 교역에 한정되며, 개인 간에는 무역 거래 외에 다른 송금과 수금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 당국은 관련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같은 거래는 사실상 '은행 내부의 환치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기업이 우리·하나은행 러시아법인에 계좌를 개설해야 할 것인지, 비 제재 러시아은행과 우리·하나은행 러시아법인과의 자금 이체는 원활하게 돌아갈 것인지, 우리·하나은행 러시아 법인이 받은 루블(혹은 외화)을 러시아에 쌓아둘 경우, 감당해야 하는 환차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사전에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은행 러시아법인 네트워크(위)와 하나은행/사진출처: 각 은행
또한, 서방측의 대러 제재가 더욱 확대될 경우, 거래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관된 해외 주재원의 국내 가족에 대한 은행권 대출도 보다 단순화하기로 했다. 일부 은행은 그동안 해외 소득 서류 확인 방법 등 관련 규제 미비로 해외 체류자 대출에 인색했는데, 이를 시정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조치를 서둘러 마련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건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이 기업들로부터 주요 애로사항을 점검한 결과, 비제재 은행·비제재 품목 관련 거래 시에도 글로벌 중개은행들의 러시아 관련 거래 회피 등으로 거래가 지연·거절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러시아 측 해외송금 차단 조치로 러시아 교민·주재원이 국내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운영한 결과, 총 123건의 문의 중 기업의 대금 결제, 개인의 송금 문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과 기재부는 "한국에서 러시아로 송금은 아직 국내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 등 비제재 대상 은행을 통한 송금은 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이 해당 거래를 거절하거나 고객에게 거래가 불가능함을 안내하는 사례가 없도록 지도·안내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