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 脫 (풀 해 / 벗을 탈)
- 解脫조차도 이에 너무 집착하면 더 큰 굴레가 되나니 -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 일체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 解脫이라고 한다. 번뇌란 흔히 하는 말로 근심걱정이다. 하지만 匹夫匹婦(필부필부)가 속세의 연을 끊지 않고서야 근심걱정을 면할 길이 없으니, 죽는 날이 곧 解脫하는 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듯도 하다.
解脫은 vimukti 또는 vimoksa라는 산스크리트어에 해당하는 말이며, 이를 음차한 말이 毘木叉(비목차)와 毘木底(비목저)이다. 解脫은 지혜에 의해 미혹에서 벗어난 慧解脫(혜해탈)과 禪定(선정)에 의해 미혹에서 벗어난 心解脫(심해탈)로 나누어지며, 혹은 열반을 뜻하는 無爲解脫(무위해탈)과 아라한의 깨달음이라는 有爲解脫(유위해탈)로 나누기도 한다.
혹자는 欲界(욕계)․色界(색계)․無色界(무색계)의 三界(삼계)에서 벗어나 無碍自在(무애자재)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 解脫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욕망에 바탕을 둔 분노와 知覺(지각)에서 오는 편견과 같은 집착에서 벗어나야 평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解脫조차도 너무 이것에 집착하면 종전의 미혹보다 더 큰 장애를 입게 된다 하여, 解脫이란 말에 두 번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구덩이란 뜻의 深坑(심갱)을 붙여 解脫深坑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解는 얽히고 맺힌 것을 푼다는 뜻이고 脫은 어떤 범위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니, 사느라고 이리저리 얽힌 관계나 맺힌 한을 풀면 근심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解脫에 대한 한자식 풀이이다. 解에는 ‘풀이하다’는 뜻도 있다. 解明(해명)이나 解釋(해석)의 解가 그러한데, 解脫을 하려면 인연과 집착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풀이하는 것이 필요할 법도 하다. 흩어지게 하는 것 역시 解라 하니, 解散(해산) 解體(해체)의 解가 그러하다.
脫의 兌는 ‘벗어져 떨어지다’는 뜻이니, 脫은 살(月=肉)이 떨어져서 야위다는 뜻이 된다. 脫毛(탈모)나 脫腸(탈장)의 脫이 그 예이다. 비슷한 뜻이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빠지는 것 역시 脫이라 한다. 脫落(탈락)과 脫退(탈퇴)의 脫이 그러하다. 脫에는 ‘소홀히 하다’는 뜻도 있는데,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疎脫(소탈)의 脫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脫喪(탈상)의 脫은 ‘풀다’ 또는 ‘벗어나다’의 뜻으로 볼 수 있으며, 脫俗의 脫도 이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