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류현진 MLB일기<1> 새로운 구종을 배우는 ‘교과서’ 커쇼와 카이클2018.02.28 오후 06:56 | 기사원문
해외야구 류현진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해 7년간 에이스로 군림했다. 2013년 LA다저스에 입단하여 현재 선발 투수로 활약중이다. <커쇼와 류현진. 류현진은 커쇼 외엔 다저스에 안정된 자리를 보장받은 투수는 없다고 말했다. 똑같이 경쟁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뿐이라고.(사진=이영미)>
어느덧 메이저리그에 입성한지 6년째입니다.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를 여섯 차례 경험하는 중인 거죠. 애리조나에 올 때마다 1년이란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시즌을 준비하는 곳이고, 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라 그런지 이곳에 있으면 그 감흥이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결혼을 하고 맞이한 스프링트레이닝 캠프는 예상대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안겨줍니다. 날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내 편이 있다 보니 든든하기도 하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더군요. 지난 해 캠프 때는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어깨 수술 후 복귀하는 시즌이었고, 마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보다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느냐, 못하느냐로 관심을 받았지만 그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레이튼 커쇼 외에는 모두 경쟁 중이니까요. 시범 경기에 순서대로 나서는 선발 로테이션이 시즌 들어가서도 그대로 이어질 거란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캠프에선 캐치볼 할 때마다 커쇼와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주로 커쇼와 캐치볼을 했습니다. 내 성격상 일부러 커쇼를 찾아가 캐치볼하자고 말하진 않았겠죠. 매번 커쇼가 날 찾아오는데 올해는 아예 둘이 전담 캐치볼 파트너가 된 듯 합니다.
커쇼는 캐치볼도 실전에서 투구하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진행합니다. 커쇼와 호흡을 맞추다보니 나 또한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공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서로 캐치볼하면서 많은 걸 주고받습니다. 난 커쇼의 공을 받으며 날아오는 공의 각도와 궤적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커쇼도 내 공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 갈 것입니다.
<류현진이 올시즌 투심 패스트볼을 선보일 예정이다. 커터처럼 새로운 구종으로 정착될 수 있을까? (사진=이영미)> 미국에서 야구하며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해야 할 훈련이 끝난 후에도 다른 투수의 불펜 투구를 지켜보는 일도 중요한 공부 중 하나입니다. 이건 커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불펜투구가 끝나도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의 투구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커쇼는 내게 체인지업을 배우려 했고, 난 커쇼의 슬라이더가 욕심이 났는데 서로 배워가는 과정은 상대가 던지는 걸 보고 내가 직접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끔 투구하면서 조절해야 자신이 원하는 구종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커쇼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상대라면 댈러스 카이클은 동영상을 통해 내게 많은 가이드를 해준 선수입니다.
지난 해 9월 즈음, 정규시즌 경기를 앞두고 캐치볼 하는 상황에서 ‘그냥’ 한 번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봤습니다. 이전에는 투심을 던지면 직구처럼 쭉 뻗어갔던 터라 아예 던질 생각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때 던진 투심이 이전과 달리 각도가 휘어져 들어가더라고요. 순간 ‘아, 이거다’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래서 곧장 댈러스 카이클의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이미 카이클의 영상을 통해 커터(컷패스트볼)를 배웠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카이클의 투심도 계속 관찰하고 있었는데 캐치볼을 통해 감을 느꼈고 다시 영상을 통해 내가 던진 방법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시즌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로스터에 제외된 나로선 그 시간을 새로운 구종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불펜에서 투구 연습을 하며 허니컷 코치님의 조언을 얻었고, 비시즌 동안 개인 훈련을 하며 그 구종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투심은 피홈런 등 장타를 줄이고 땅볼 유도를 높일 수 있지만 공이 제대로 휘지 않거나 밋밋하게 들어가면 오히려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죠. 그래서 어느 구종보다 제구가 중요한 것이고요.
앞으로 이 구종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시범경기에서도 계속 시험해볼 계획입니다. 여전히 제구가 제일 걱정이긴 하지만 처음 불펜 피칭했을 때보다는 상당히 안정된 편이라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를 것입니다.
내일(3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시범 경기에 첫 등판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다면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연습했던 투심 패스트볼의 효과를 맛보며, 작은 점이라도 하나 찍고 다음 등판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항상 그랬듯이 캐치볼을 마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커쇼와 류현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팀메이트이다.(사진=이영미)>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기사제공 류현진 MLB 일기
류현진 기사 목록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해 7년간 에이스로 군림했다. 2013년 LA다저스에 입단하여 현재 선발 투수로 활약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