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검언유착…기자들에게 간 돈과 '50억 클럽' 금괴
[시민언론 민들레]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승인 2023.01.07 11:00
기자들 수상한 금전 거래는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
검찰‧언론, 김만배가 조성한 비자금 248억 원 외면
고위 특수통 전관 검사들의 금괴 수수 의혹 파묻혀
'정영학 녹취록' 전문 공개 앞두고 검찰 일부만 흘려
짜맞춘 프레임 따른 선택적 수사‧보도, 경계할 필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9. 연합뉴스
‘대장동 일당’ 중에 핵심인 김만배와 언론사 기자들 간에 수상한 돈 수억 원이 오갔었고 명품 선물을 받은 기자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거론되는 기자들은 <채널A>,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의 법조팀 출신 간부급이다. 대부분이 법조팀장을 했고 사회부나 편집국의 고위직이다.
지금 일부 언론이 또 ‘단독, 특종’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뉴스타파>가 이미 지난 연말에 취재해서 보도했던 내용의 연장이다.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는 여기서 ‘대장동 비리의 핵심은 사실 남욱이 조성한 비자금 40여억 원보다 김만배가 조성한 비자금 248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 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
그리고 지금 검찰도 대장동 수사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는 ‘정영학 녹취록’을 기반으로 이 돈의 일부가 언론사 기자들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에 보면 이런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걔네(기자)들한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어. 그런 다음에 2억씩 주고... 분양받아준 것도 있어 아파트. 서울에. 분당” “(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
즉 검은돈이나 아파트 분양 등으로 기자들에게 로비를 해서 대장동에 대한 불리한 보도를 막고 유리한 보도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김만배는 이렇게 한탄하기도 한다.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 즉 입을 막아야 하고 돈을 요구하는 기자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는 다른 대부분의 기성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사실을 거듭 지적한다. 본인들이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분명한 증거도 나오지 않은 정진상과 김용에게 간 돈만 주목하고 정작 박영수, 김수남, 최재경 등 고위 특수통 전관 검사들(50억 클럽)에게 간 돈들은 수사와 언론 보도 모두에서 주목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뉴스타파>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이 고위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50억 클럽’(또는 ‘약속 그룹’)에 대해 언급하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세금을 안 떼고 현찰로 달래…. 그래서 문제야. 금괴하고 현찰로 달래”라고 말한 것을 주목한다. 즉 금괴로 뇌물을 받아챙긴 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240억대 '김만배 비자금' 사용처 추적..."50억 클럽이 금괴로 현찰로 달라 한다"
정영학 녹취록(2020.6.17일 녹음). 김만배는 이날 정영학에게 50억 클럽 멤버 중 누군가 자신에게 “세금을 안 떼고 금괴하고 현찰로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보도
결국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왜 어느 쪽은 증거와 진술이 존재하는데도 못 본 척하고, 어느 쪽은 증거와 진술이 아직 불분명한데도 기정사실처럼 몰아가는 식으로 진행된 것인지 다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자기들의 직속 특수통 선배들이 이 비리 사슬의 일부로 지목되는 상황이고 언론사와 기자들은 베테랑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를 통해서 얽혀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니 서로 긴밀히 유착한 검찰과 주요 언론(법조기자)들은 이 거대한 비리의 진실을 밝혀낼 의지도 능력도 없이 자기들이 짜맞춘 프레임에 따라 선택적 수사와 보도를 통해서 이심전심으로 몰아가기만 하는 것이다. 이러니 우리가 지금 대장동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런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정치적 주장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처럼 부패의 고리로 연결된 특수부 검찰과 기성 언론사의 법조기자들이 지난 검언대란(소위 ‘조국 사태’) 등에서 ‘내로남불’을 운운하며 그토록 집요하고 무자비하게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나 윤미향 의원 같은 이들을 공격하고 괴롭힌 것을 돌아보면 복잡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의원 등을 ‘파렴치한’으로 낙인찍으며 문재인 정부를 고립시키고,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등장하는 데 일조했다. 여기서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돈거래 보도를 보면서 <한겨레>의 검찰 관련 보도에 대한 여러 불만과 의구심이 풀리고 있다는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사실상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만이 탐사 취재와 보도란 무엇인가를 거의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면서 대장동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봉지욱 기자는 원래 JTBC에서 탐사 취재와 보도를 해오다가 얼마 전 <뉴스타파>로 이전해서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열정과 능력이 정말 감탄스럽다.
아마 검찰과 다른 언론들은 뉴스타파의 집요한 취재와 보도를 보면서 자신들의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했을 것 같다. 이번에 터져나온 ‘김만배와 기자들의 돈거래’ 보도에서는 어차피 <뉴스타파>가 찾아낸 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일부를 선택적으로 흘리며 수습하자는 검찰과 기성 언론들의 당혹감, 조바심, 계산도 보이는 것 같다.
<뉴스타파>는 정영학 녹취록 풀버전 전문을 며칠 내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었다. ‘정영학 녹취록’에 지난주에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검찰과 주요 언론사 법조기자들이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제야 이런 식으로 검찰이 흘리고 기자들이 받아쓰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김만배와 기자들의 돈거래’를 최초 보도한 SBS와 <조선일보>는 법조기자를 통해 특수부 검찰와 유착한 언론사들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았기 때문에, 과연 지금 거론되는 기자들만인지, 검찰이 왜 이 언론사들을 통해서 이런 내용을 흘리며 특히 <한겨레> 기자의 연루를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의구심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김만배와 골프를 치고 100만 원씩 받은 수십 명의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이 보여 주는 ‘검언유착’의 실체에 대해 확인하면서도, 그동안 검찰과 기성 언론들이 스스로 그랬던 것처럼 ‘의혹만으로도 유죄’라는 식으로 매도하며 몰아가기 보다는, 냉철하게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며 검언유착 세력의 의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뉴스타파>의 취재와 보도를 기본으로 삼고, 검찰과 다른 기성 언론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대장동 사건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