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경주역에 도착했다. 세월이 좋아서 2시간 7분만에 경주에 도착되었다. 기다리고 있던 지인의 차를 타고 포항으로 이동하여 포항 여행을 1박 2일로 마치고 서울로 돌아올까했지만 경주를 그냥 지나치고 서울로 올 수는 없었다. 경주를 돌아보고 천년의 역사, 신라을 느끼고 와야하는 거였다.
해서, 경주박물관을 둘러보고 안압지, 반월지, 석빙고, 계림, 첨성대. 천마총까지 걷고 또 걸어 신라를 읽어보았다.
수학여행 때 다 둘러보았던 곳이고, 몇년전에도 아이들 역사 공부시키러 둘러보았던 곳이지만
겨울의 경주에 대한 정취는 사뭇 달랐다.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옛 왕조의 회한이 느껴지는 것도 같고....
▼ 다보탑입니다. 석가탑은 보수 공사 중이라 유리 상자 속에 갇혀있더라구요. 해어름 속에 다보탑은 석양의 그늘에 반쯤 가려져 있어서 양과 음을 반쯤씩 갖고 있는 어떤 존자와 같은 느낌. 4개의 돌사자 중에 3개는 일본놈들이 강탈해갔다는 설명을 들으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아프고 시린 시각을 갖고...



▼ 석굴암 앞에서 내려다 본 경주 시내와 산자락... 석양의 경주 시내는 쓸쓸한 해어름 속에 고즈넉하기만 했지요.

▼ 역사에 한점 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전불의 기둥 칠이 다 벗겨진 게 보이시죠? 단청무늬도...

▼ 불국사 본전불이라는 현판 뒤에 이렇게 복돼지가 한마리 숨어있었어요. 본전불 기둥과 지붕에 단청무늬는 낡을대로 낡아 비바람에 시달린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세월의 무상함과 권세의 덧없음. 화려했던 신라의 문화 몇개를 안고 많은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경주.
하루 전날 포항 해미곳에서 맞던 매서운 겨울 바람과는 대조적으으로 경주의 날씨는 몹시 포근했으나 왠지 풍경들이 스산하게 보이기만 했답니다. 우리 역사의 한자락을 더듬으려 여기저기서 모여든 많은 사람들.
그들은 경주를 왜 찾았을까요? 울산에서 왔다는 어린 여인( 시티투어 내내 내 옆자리에 앉아 하루 단짝이 되어준 친구)는 경주는 볼수록 아름답다고 했어요. 경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또 보고 싶어서 경주에 들렀다고...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은 경주에 왜 찾아왔을까요? 천여년 전에 막을 내린 신라의 흔적에서 무엇을 찾고 싶은 것일까요? 그들은?
그들 삶에 무엇을 조명하고 무엇을 얻고자 경주를 찾아온 것일까요?
나 역시 경주까지 왔으니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가야한다고 경주에서 숙박을 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하나라도 더 봐야한다고 발이 아프게 걷고 또 걸었을까요? 왜?
내 부모님 한번 더 찾아뵙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데, 천년전 신라의 흔적을 그토록 더듬고 싶었던 것일까요?
씨티투어 버스를 놓치면 경주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침에 서두르다가 진주 산호 브로치까지 숙소에 놓고 나오고야 말았어요.
브로치 보다 불국사, 석굴암이 더 가치있고 소중했으므로... 어느 시인의 시에서 읊은 다보탑을 또 보아야 했으므로
시인이 되고 난 후에 다보탑을 보면 어떤 감흥이 느껴질는지 내 자신도 몹시 궁금했으므로....

▼ 석굴암이 모셔져 있는 건물입니다. 석굴암의 모습은 촬영을 못하게 금하고 있어서.... 아쉽지만.... 석굴암의 모습이야 대단한 모습이었죠. 김대성이 통일신라 때 화강암으로 조각했다는 ...

▼ 석굴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천원짜리 한장 내고 종을 울려 보았어요. 종소리가 얼마나 은은하고 좋던지.... 그 종소리 또 듣고 싶네요. 밑으로 경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멀리 산자락이 발아래 펼쳐진 한폭의 그림.

1박 2일의 경주 여행을 마치고 경주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어찌나 춥고 쓸쓸하던지.... 낮 동안 포근했던 경주는 서울로 돌아가는 여행객의 마음을 몹시도 춥게 했답니다. 신라에서 빠져나와 현재의 나 - 서울의 나로 다시 복귀하려니 냉랭하기만 했나봅니다. 3박 4일의 포항 경주 여행으로 노독이 쌓여 며칠을 고생했답니다. 다리는 왜 그리도 아프고 마음은 왜 그리도 시리던지....
겨울의 경주는 조락한 왕조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여행객에게 겨울을 더욱 더 느끼게 했답니다. 단풍이 우거진 가을에 갔더라면 좋았을까요?
첫댓글 오똑하니 유적지에 서 계신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역사에 대한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꾸벅^^
겨울에 보는 불국사의 모습이 운치있네요.
신라의 유적지. 스러지지 않는 역사의 한점. 천년고찰.
저도 가보고 싶네요. 거기 가면 아사달과 아사녀를 만날 수도 있을까요?
겨울에 보는 불국사의 모습이 운치있네요.
신라의 유적지. 스러지지 않는 역사의 한점. 천년고찰.
저도 가보고 싶네요. 거기 가면 아사달과 아사녀를 만날 수도 있을까요?
신라의 역사를 더듬고 싶어집니다. 경주는 수학여행 때 가보았던 곳....
신라,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은 나라.
우리 역사의 한 줄기. 짚어봐야죠. 그래서 많은 이들이 경주를 찾는 게 아닐까요?
경주에 다녀오셨네요.
포항에 있을때 몇번 가봤는데 사진으로 보니 또 새롭습니다.
항상 역사를 탐구하시고 글을 쓰시는 모습이 보기 좋답니다.
경주에 다녀오셨으니 또 좋은 글 기대가 됩니다.
2012년도 얼마남지 않았네요.
몇달전 카페에 석양을 보며 썼던 댓글이 기억납니다.
해넘이.....
그동안 마음속에 있었던 아쉬움, 좋지않은 기억들은 모두 2012년 12월 31일 석양과 함께 보내시고,
새로운 일년이라는 선물 보따리에 좋은 글 많이 담아 주세요.
모든 사람들이 2013년 새해 새로운 바램과 기대로 시작하겠지요.
국어사랑님 기대하시는 모든것들이 이루어 지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복 많이많이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해넘이에 대한 댓글, 저도 기억나네요.
강화도 해넘이. 해를 넘긴다는 것은 묵은 앙금들을 넘겨 버린다는 뜻도 담겨있겠죠.
언제나 긍정적이고 새로운 일들로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