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 ‘한국불교는 기복 불교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에게 복 받게 하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가르침을 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는 일체 중생이 원하고 바라는 모든 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그것 때문에 불교를 믿는데 ‘기복 불교에서 벗어나야 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소망을 버리라는 것이며, 복을 찾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히려 불자들은 더 열심히 복을 찾고, 복을 구해야 합니다.
부처가 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복과 지혜를 갖추신 분이 부처입니다. 복이 없이 부처가 될 수 없고, 복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복으로 살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에는 부모 복이 있어야 하고, 자랄 때는 형제 복이 있어야 하며, 공부하려면 스승 복이 있어야 합니다. 공부 잘 하려면 공부 복이 있어야 하고, 결혼하려면 남편과아내 복이, 건강하게 살려면 건강 복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오래 살려면 장수 복이 있어야 하고, 먹으려면 먹을 복이 있어야 하고, 제대로 잘 죽으려면 죽을 복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복을 충족시킬 수 있는데 ‘버려라, 비워라, 기복에서 벗어나라’라고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불교는 기복이 너무 없습니다. 기복을 멀리 하면 안 됩니다. 기복을 멀리하라는 것은 가져야 할 것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불교는 ‘갖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 제일 먼저 얻게 되는 것이 복입니다. 부처님도 일체 중생의 복을 위해 가르침을 펼치셨고, 보살님들도 중생에게 복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처음 공인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 때입니다. 소수림왕이 왕위에 오른 지 2년째 되는 해에 ‘불교를 믿어도 좋다’고 공인했습니다. 고구려 17대 왕인 소수림왕에 이어 18대 왕에 즉위한 고국양왕은 소수림왕의 동생입니다.
고국양왕은 백성들에게 “불법을 숭신해서 복을 구하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숭상해서 복을 얻도록 하라”는 등의 명령을 내렸습니다. 백성들이 복을 받게 하기 위해 왕이 불교를 믿으라고 했습니다.
고국양왕이 백성들에게 불교를 믿고 복을 받으라고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연유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고국양왕의 공주 가운데 한 명이 병이 들었습니다. 전국의 명의(名醫)를 불러 치료했지만 낫지 않던 차에 스님 한 분이 부처님 앞에 향을 사루고 공주를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스님은 얼마나 정성껏 기도했는지 공주는 씻은 듯 나았습니다.
이처럼 정성껏 기도를 올리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 말씀을 믿으면 마음도 편안해지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욕구도 다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백제 성왕은 일본 흠명천황(欽明天皇)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불법(佛法)은 제법(諸法) 가운데에서 가장 높고, 으뜸가는 것으로 알기가 어렵고 들어가기 힘들어 주공(周公)이나 공자(孔子)도 아직 알지 못하는 바다. 이 불법은 능히 무량무변의 복덕과 과보를 낳는 것이다. 이유 없는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니 비유해서 말한다면 사람이 수의보(隨意寶, 여의주)를 품고 바라는 바를 모두 다 뜻대로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묘한 법은 또한 뜻하는 바를 빌면 부족함이 없이 다 이루어주는 가르침이다.”
성왕이 천황에게 불상과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과 큰스님들을 보내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불자들께서는 열심히 복을 지어 금생에 원하는 바를 크게 이루시고, 불보살님의 가피력에 기대어 도를 이루고, 깨달음을 이루어 이 세계가 극락세계가 되는데 이바지하시기 바랍니다.
-원종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