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칠봉암 입구 → 칠봉암 → 헬기장 → 강아지바위 → 해산굴(벼락바위) → 벼락바위봉 → 회론재 → 수리봉 → 보름가리봉 → 투구봉 → 아흔아홉골 입구'의 11km, 6시간 30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1
벼락바위봉
높이: 939m
위치: 강원도 원주시, 충북 제천시
벼락바위봉은 충북 제천과 강원 원주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벼락바위봉 북쪽 기슭에 치악산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 한적하던 골짜기가 지금은 시끌벅적댄다. 매표소에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바위 아래 왼쪽 갈라진 급경사 굴속으로 들어서면 굵은 밧줄이 매여 있다. 밧줄을 잡고 10m가량 올라가면 아래쪽 지름이 50cm 되는 삼각형의 좁은 바위구멍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구멍 길이는 약 1m. 큰 배낭은 벗어야 한다. 배낭을 굴 바깥쪽으로 먼저 밀쳐 보내고 구멍을 빠져나와 오른쪽 급경사 바위로 10m 오르면 벼락바위다.
북쪽과 동쪽 아래가 20m 수직 절벽인 벼락바위에서는 사방으로 막힘없이 조망이 펼쳐진다. 북으로 깊고 길게 패어져 나간 금대리 협곡 끝머리로 원주 시내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영원사계곡 위로 향로봉, 망경대, 남대봉이 멀리 비로봉과 함께 웅장하게 펼쳐진다.
자연휴양림 계곡 아래로는 똬리굴을 빠져나온 중앙선 철길과 중앙고속도로, 5번 국도가 샅샅이 조망된다.
장수교를 출발, 치악산자연휴양림 상단부 취사장~동릉 사거리 안부~구멍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북릉을 거쳐 자연휴양림~장수교로 내려서는 산행 거리는 7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 한국의 산하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또는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 그래봐야 공지된 산행 중 30% 내외가 오지 산행이지만 - 공지한 산행 계획을 검토하다가, 내가 명명한 '대중교통 반경' 내의 산행지라면, 먼저,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물론 공지된 일자에 산행하기 힘들 때를 대비하는 것도 있지만, 언제부터 인가 발생한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산행하면 할수록 갈만한 산을 찾지 못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면, 산행계획을 세운 후 별도의 목록으로 관리한다. 물론, 안내산악회가 공지한 산행 계획은 무시한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한번에 갈 수 있는 근교 산이 거의 없고, 적으면 두 번, 많을 때는 세 번 이상 열차든 버스든 심지어 택시까지 갈아타고 가야 하는 산행이 대부분이라, 비용도 비용이지만 귀차니즘이 발생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해서 어떤 때는 미래를 위한 산행이라는 걸 무시하고, 안내산악회 산행에 동행하는 예도 있다. 지난 포천 지장산/연천 지장봉 산행이 그렇고, 이번 원주 벼락바위봉 산행 또한 그렇다. 원칙을 깨는 가장 큰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환승이 귀찮아서다. 환승을 위해 다음 교통수단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다음은 안내산악회 산행에서 대안을 찾지 못할 때다. 이번 주는 애초 갈만한 대안도 거의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장마철이라 전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 없이 목요 오지팀의 벼락바위봉 산행에 동행하기로 했다. 사실 이 산행이 공지됐을 때, 이런 상황에 대비해 바로 신청한 덕분에 소위 얘기하는 로열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대안이 있다면, 취소하고 그 산행을 신청하면 된다. 해서 이번 목요일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원주 벼락바위봉 산행에 따라나선다. 장마철임에도 목요일 16시 이후 한차례 소나기 소식만 있을 뿐이다.
산행 하루 전 신청자는 만석을 채우고, 3명의 대기자가 있어, 31인승 버스로 변경할 거로 예상했는데, 수요일 9시경 28인승 버스를 배정해 약간 놀랐다. 그리고 벼락바위봉과 가까운 치악산의 산악날씨에 의하면, 장마철임에도 구름이 약간 낀 맑은 날씨로 24℃~30℃, 바람은 1m/s~2m/s, 습도는 60%~75%로 약간 무더운 산행이 될 듯하다. 마감 시간쯤 8mm의 소나기가 내린다는 정보라, 그 전에 하산해 대장이 선정한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지만, 만약에 대비해 우산을 준비한다. 그리고 위에 약간 부담이 되지만, 체력 유지를 위해 연서시장표 김밥도 준비한다. 추가로 산행 계획을 보면 하산주는 날머리 부근 '궁중누룽지백숙'에서 마시는 거로 나와 있지만, 언젠가 인솔 대장이 식당 선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 궁중누룽지백숙'은 메뉴가 한정적이라 부근의 다른 식당으로 변경했다고 얘기했는데, 그 식당이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그 부근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다.
2 – 1
나이가 들어 잠이 없어진 건지, 알람을 5시에 맞춰 놨건만, 눈은 4시 30분경이면 저절로 떠진다. 더 자겠다고 발버둥 쳐봐야 별 소용 없어, 바로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볼일을 보며, 밤새 안내산악회 산행과 날씨에 변동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루틴이 되어 버렸다. 일단, 개인적인 일이 있는지 목요 오지팀의 열성 회원이 취소하고, 그 자리에 초면의 대기자가 들어간 거 외에는 변함은 없다. 그리고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둘 다 '좋음'이라, 날만 흐리지 않다면 조망은 좋을 듯하다. 그 외 기온이나, 소나기 예보는 어제와 다른 게 없으나, ‘폭염 관심’ 예보가 발령됐다. 습도가 높고, 불볕더위라, 후덥지근해 산행에는 최악의 날씨다. 어쨌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미리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연서시장으로 가 김밥 한 줄을 샀다. 그리고 연신내역으로 내려가, 대화 출발 6시 5분 열차는 보내고, 구파발 출발이라, 빈자리가 많은 6시 11분 열차를 타고 양재역으로 향했다.
6시 53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바로 12번 출구로 나와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면 길 건너 1번 출구 방향을 보니, 배낭을 멘 등산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보인다. 안내산악회는 그보다 조금 아래 스타벅스 앞에서 출발하니, 내가 모르는 안내산악회 아니면 동호회 산악회다. 오늘이 평일이란 걸 고려하면 동호회 산악회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동호회 명이 뭘지 추측하며, 국립외교원이 가까워져 산꾼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도착해 자세히 보니, 오지팀 중 양재에서 타는 선수들은 다 와 있는듯하다. 물론 선수가 아닌 초면의 등산객이야 알 수 없고! 길을 건너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으로 가 인사하자,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이 도리인지 백숙인지 묻는다. 응? 다른 식당에서 먹기로 하지 않았냐고 묻자, 주위에 다른 식당이 없어, 그냥 궁중누룽지백숙에서 먹기로 했다면, 안주로는 도리가 괜찮다고 부연한다. 물론 나도 동의하는 바라 좋다고 했다. 해서 우리 주당은 닭도리탕을 안주로 하산주를 마시기로 결론 났다.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 7시 6분 안내산악회 벼락바위봉행 버스가 도착했다. 해서 짐칸에 배낭을 넣은 후 보조 가방을 들고 버스에 타, 친숙한 오지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자리로 가,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양재에서 타기로 한 한 명이 보이지 않아, 공지 시각인 6시 10분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했다. 혹시 나처럼 지난밤 과음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운 차는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출근 차량으로 정체가 심해 거의 거북이걸음으로 간다. 그런데, 숙취 때문인지 잠은 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책도 눈에 안 들어오는 상태로 창밖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휴게소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현재 시각 8시 7분으로 양재를 떠난 지 57분이 지났을 뿐이다. 하긴 원주가 멀지 않으니, 시간이야 어떻든 쉰다면 여주가 딱 맞다. 어쨌든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화장실을 다녀왔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렇듯이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코스야 이미 공지된 계획에 잘 나와 있어, 다들 아는 것과 다른 건 없었다. 주의 사항 또한 오지 산행이라면 늘 조심해야 할 것들인데, 비가 온 바위에는 뱀이 광합성하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보이지 않는 바위에 오르기 전에는 등산지팡이 등으로 툭툭 치고 올라가라고 권한다. 평소 하지 않던 얘기고, 지난 목요일 지장산에서 내가 겪고 산행기에 쓴 거라, 혹시 그 산행기를 본 게 아닐까? 어쨌든 코스 소개가 끝나고, 식당 메뉴를 설명한 후 주문을 받았다. 물론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 공식적으로 식사에 주어진 시간이 한 시간가량이라,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지는 알 수 없이 바쁘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리와 백숙이라, 4인에 탕 하나씩으로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지는 않은데, 술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 이후 9시가 가까워져 오자, 버스는 고개를 힘겹게 올라, 9시 16분경 벼락바위봉 산행의 들머리인 칠봉암 입구에 도착했다.
2 – 2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두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하기 위성과 동기화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에서 내린 일행 중 빠른 산꾼은 벌써 저만큼 앞서가고 있고, 그렇지 못한 일행은 등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나야 준비는 끝났으나, 산행 전 루틴 중 하나인 고도차를 확인하기 위해 위성과 핸드폰의 동기화가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9시 17분 동기화가 끝난 앱이 보여주는 현 위치의 고도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430m~456m! 이번 산행 최고봉인 벼락바위봉의 높이가 937m니, 고도차는 481m~507m에 불과하다. 한국 산 기준 벼락바위봉이 낮은 산이 아님에도, 들머리의 고도가 높아, 실제 올려야 하는 높이는 평균 490m가량으로 부담이 되는 고도차는 아니다. 어쨌든 고도차를 확인하고, 선두의 뒤를 따라, 아스팔트 임도로 산행을 시작해 위로 가자, 임도 갈림길로 직진은 차단봉이 가로막고 있다. 좌회전은 B 코스인 칠봉암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이 오지팀 인솔 대장이 계획한 A 코스인 백운지맥이다.
차단봉이야 있든 말든 계획대로 백운지맥인 A 코스로 가려고 차단봉으로 접근하는데,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솔 대장이, '우리 지맥 타는 거 아니잖아?'하며, 칠봉암 방향으로 유도해, '네, 그렇죠!'하고 좌회전했다. 평소라면 무시하고 직진했을 거지만, 대장이 산행 소개에서 ‘칠봉암’이라는 이름 때문에 작은 암자라 생각하기 좋은데,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듣고, 가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정을 못 한 상황이라, 바로 좌회전했다. 길목의 카페를 구경하기도 하며, 급경사의 포장 임도로 칠봉암으로 향하는데, 같이 가던 노년의 산꾼이 오지팀에서 산 잘 타기로 유명한 여성 산꾼에게 아이가 몇인지 묻는다! 왜 묻는지는 모르나, 아는 바가 없어, '그런 얘기는 나눠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들 포장 임도로 가는데, 그 산꾼만 지맥으로 갔다며,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한다. 결과적인 얘기나, 날머리인 식당에서 우리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그 여성 산꾼에게 인솔 대장이 막아서 지맥으로 못 갔다고 하자, '응, 왜 나는 안 막았지?' 한다. 의례 그러려니 하고 안 막은 걸 거다!
경사가 너무 급해, 임도 옆에 따로 만든 계단으로, 칠봉암으로 향하며, 이 정도 경사를 올라가면, 칠봉암의 높이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 칠봉암을 날머리로 해, 벼락바위봉에 오른다면, 고도차는 더 적어질 거다. 9시 26분 칠봉암 일주문이 보이는 곳에 도착해, 먼저 대장 말이 맞다는 걸 인정했다. 작은 암자라면 꿈도 못 꿀 거대한 일주문이다. 그런데, 대략 1km가량 온 듯한데, 등산 앱이 조용한 게 무언가 잘못됐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앱을 확인했다. 들머리에서 고도만 확인했지, '기록 시작' 버튼을 터치하지 않았다. 갈수록 오락가락하는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 해서 바로 기록 시작을 터치하고, 일주문의 고도를 확인했다. 꽤 높이 올라왔다고 생각했으나, 고작 480m로 들머리에서 고도를 24m 높였을 뿐으로 도대체 GPS 데이터를 신뢰할 수가 없다. 평소 경험에 의하면 처음 동기화한 시점 즉 들머리의 데이터에 오류가 있을 확률이 높다.
암자의 일주문이라 보기에는 거대한 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따로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장마철이라 그런지 산의 규모에 비해 요란한 물소리를 내는 작은 계곡을 감상하기도 하며 다시 걸음을 재촉해, 고개를 돌자, 금강문이다! 정확히는 금강문을 지을 여력이 없었는지, 공간이 부족했는지는 모르나, 두 바위 사이로 난 길의 좌우 바위 아래 오른쪽에 금강밀적, 왼쪽에 나라연금강이다. 기와지붕의 금강문이 아니라, 바위 앞에 버티고 있는 금상역사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나라연금강 아래에 '백운산 감로수(白雲山 甘露水)'다! 감로수를 봤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곳으로 가 문을 열고 맛을 봤다. 사진은 뿌옇게 나왔지만, 보이는 것보다 맑고 깨끗하고, 그 맛도 좋고 시원했다. 이후 뒤에서 따라오던 인솔 대장에게 플라스틱 바가지를 넘겨주고 암자 경내로 들어서자, 징 소리의 장단에 맞춰 염불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찰이나 암자같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해서, 입구에서부터 암자 내의 여러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법당 즉 대웅전으로 향했다.
아주 당연하게도 대웅전이 가까워지자, 구수한 염불 소리도 커진다. 그리고 9시 40분 스님이 염불하는 대웅전에 도착해 먼저, 본존불에게 신고 후 잠깐 염불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본존불에게 신고했으니, 산신에게도 산행 보고를 해야 해, 산신각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니, 대웅전 뒤로 작은 전각이 있어, 자세히 보니, 산신각이 맞다. 거의 모든 산신각이 그렇듯이 칠봉암의 산신각 또한 가장 높은 곳에 있고, 왕복해야 하나, 산신에게 보고하는 게 중요해 급경사 포장도로로 올라가, 문을 열고 벼락바위봉 산행을 시작한다고 보고했다. 이후 건너로 보이는 봉우리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데, 목요 오지팀 회원 수준인 안내산악회 여성 인솔 대장이 산신각 뒤의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지 물어, 뒤로 돌아가 보니,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산신각에서 내려가 암자 경내를 지나, 백운지맥으로 올라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마침 잘 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다고 얘기하고 그 능선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등산 앱의 지도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백운지맥의 왼쪽에 있는 짧은 능선 위로, 그 끝은 절벽이라, 길을 잘못 든 등산객이 떨어지지 않도록 암자에서 콘크리트로 방벽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능선으로, 500여 미터를 가자, 정규 등산로와 만났다. 그런데, 백운지맥과의 거리 및 위치를 알기 위해 등산 앱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칠봉암의 고도를 알 수 있었다. 해발 643m! 일주문의 높이가 480m였으니, 163m를 올라왔다. 이러니, GPS 데이터를 신뢰하지 못하지! 어쨌든 정상까지는 294m만 올라가면 된다. 9시 50분 정규 등산로로 합류해 길을 재촉해, 9시 55분 헬기장을 지나, 9시 58분 우리의 '준·희'의 '백운지맥 741.1m' 명패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백운지맥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백운지맥을 따라 전진해 10시 1분 이번 산행에서 처음 만나는 갈림길 이정표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치악산 휴양림 관리사무소다. 결과적인 얘기나, 산행 내내 볼 수 있었던 이정표는 치악산 관리사무소 방향을 알려주는 게 다다.
이정표를 지나, 계속 가니, 앞이 소란스러워,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하며 도착하자, 생각지도 못한, 이제는 익숙한 '반바지'가 만든 봉우리 명패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찰방망이봉, 782.2m'다. ‘찰방망이봉?’ 산악회 코스 계획이나, 지도에는 없는 봉우리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도 계획에 없던 봉우리를 만났으니, 소란스러웠던 거다. 그중 몇은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중이다. 그들의 모습을 잠깐 지켜본 후 추월해 가니, 울창한 숲 사이로 벼락바위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여, 당연히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5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는 울창한 숲을 헤치고 고개를 향해 내려간다. 조금 전 봉우리를 지나왔으니, 고개로 내려가는 건 당연한데, 예상에 없던 고개라 약간 당황하며, 많이 내려가지 않기를 빌었다. 울창한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방해물이 등산객을 위협하고 있어, 따라오는 일행에게 주의를 주며 내려가, 10시 16분 휴양림 임도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찰방망이재'다! 얼마나 찰지게 두드리면 찰방망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찰지게 두들겨 맞은 거처럼 힘든 고개?!
명칭이야 어떻든, 고개로 내려왔으니, 높이를 확인했다. 680m~706m로 생각보다 많이 내려온 건 아니다. 와중에 네이버 지도에는 이 등산로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고, 산경표, 즉 대간, 정맥, 지맥 중심의 앱인 산경표에는 백운지맥이라 아주 잘 나온다. 산경표 기준 약간 붉은 선이 지맥, 노란 선은 일반 등산로, 녹색 선은 임도다. 그런데, 반바지의 찰방망이재 명패에는 높이가 665m로 앱의 GPS 값보다, 41m~26m 낮다. 어쨌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벼락바위봉 산행의 시작이다. 높여야 할 고도는 높게는 272m, 낮게는 231m로 생각보다 높지는 않다. 물론 봉우리 하나를 넘은 상태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원주와 제천의 오지고, 비록 백운지맥이라 대간꾼이 찾기는 하지만, 다른 등산객이 찾지 않아, 휴양림 이정표 외에는 이정표도 없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수시로 앱의 지도를 확인하며 전진해, 10시 27분 벼락바위 0.9km 이정표를 통과했다. 당연히 휴양림 이정표가 있고, 의외로 다른 기관에서 설치한 이정표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또한 휴양림에서 설치한 거다!
휴양림 갈림길을 지나, 벼락바위 방향으로 가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밧줄이 설치된 암릉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게 역시 암봉답다. 10시 38분에 통과한 휴양림 이정표는 방향만 알려줄 뿐 다른 정보는 전혀 없어, 앱의 지도로 남은 거리를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휴양림 갈림길 기준 1/3가량 왔다. 그럼 0.9km였으니, 남은 거리는 0.6km 정도 된다. 오지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산이 빨라야 한다. 10시 46분 역시 방향만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 10여 미터를 더 가자, 이번에는 거리까지 알려주는 이정표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4km! 정상이 멀지 않은 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재촉해 이정표에서 12분가량 가자, 앞이 소란스러운 게 무언가 있다는 얘기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다가, 병목으로 지체하는 동안 위를 보니, 바위 군락이 만든 굴이다. 말인즉 벼락바위 아래 ‘해산굴’이다. 해산? 애를 낳는 다는 의미의 해산? 그럼 자궁?! 좁은 굴이라, 병목이 당연해 차례를 기다렸다가,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반대편에 있던 산행 대장이 인증을 찍어, 덕분에 인증 하나 남겼다.
해산굴을 지나서도 계속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니, 위에서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홀로 지맥을 탄 여성 산꾼이 벼락바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역시 인사를 나누고 벼락바위 정상에 올라서 보니, 내 생각에는 이 구간 최고의 전망대다. 하지만, 날이 흐려 건너 치악산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진행 방향으로는 2021년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온[산행기] 백운산이 보인다. 통신 철탑 오른쪽이 백운지맥이라는 이름을 만든 백운산이다.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벼락바위봉이다. 바위 정상에 올라섰으니,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804m~830m, 코 앞의 벼락바위봉이 937m인데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등산로 표시가 없던 네이버 지도에 등산로가 나타났다. 네이버 지도의 갱신이 늦나? 어쨌든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이번에도 산행 대장의 도움으로 치악산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벼락바위를 떠나, 11시 3분 벼락바위봉으로 향했다. 와중에 기록을 위해 바로 아래 해산굴 자체만 사진으로 담았다.
지명은 지워지고 거리만 남은 이정표를 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오르다가,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6분 벼락바위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나무에는 초면의 '백두사랑산악회'의 '백운지맥, 벼락바위봉, 937.8m'의 명패가 매달려 있고, 그 아래에는 원주에서 설치한 정상석과 기둥에 '벼락바위봉 정상, 937m' 명패가 붙은 제천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있다. 고로 세 기관이 각자 설치한 정상 표지가 있어, 그걸 배경으로 선두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한 산꾼의 도움으로 단체 인증도 찍었다. 이후 11시 9분 정상을 떠나, 다음 봉우리인 수리봉으로 향해, 11시 12분 갈림길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가야 할 방향에는 정보가 사라지고, 지나온 정상 방향만 정보가 남아있어, 등산 앱으로 방향을 확인했다. 직진이 맞아, 계속 가는데, 앞이 절벽이다. 무언가 이상해 다시 지도를 확인하니, 이정표를 지나, 10여 미터를 간 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선두가 그걸 놓쳤다.
등산객은 찾지 않고, 대간꾼이나, 우리처럼 오지를 좋아하는 산꾼만 찾는 산이라, 등산로가 사라지는 일이 가끔 있다. 그럴 때는 주변의 나뭇가지를 유심히 살펴 산악회 리본을 찾아, 길을 확인한다. 와중에 울창한 숲에서는 나뭇잎에 가려 리본을 놓치는 일도 왕왕 발생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렇게 길을 확인하며 전진하자, 이번에는 절벽 옆으로 난 낙엽 쌓인 급경사 등산로다! 정확히는 절벽을 우회해서 내려가는 길이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며, 내려와 왼쪽의 우회한 절벽을 잠깐 감상한 후 길을 재촉해 내려가니, 저 아래 나무에 글은 확인이 안 되나, 명패가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31분 도착했다. 반바지의 백운지맥, 회론재, 765m' 명패다! 다음 봉우리인 수리봉이 910m가량이니, 150m 정도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상태가 좋지 않은 길로 오르내리느라 지칠 대로 지쳤는데, 150m는 쉽지 않다. 당연히 이정표 따위는 없으니, 수리봉까지의 거리는 등산 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와중에 앞의 봉우리가 수리봉이라 생각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갔으나 아니라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실망은 실망이고 계속 전진해, 이번에는 수리봉이 맞을 거라고 기대하며,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47분 '준·희'의 '백운지맥, 911.6m' 명패가 나무에 매달린 정상에 도착했다. 산세나, 분위기나, 수리봉 정상이나, 어디에도 수리봉이라는 표지는 없어, 별수 없이 등산 앱으로 확인해야 했다. 와중에 네이버 지도에는 수리봉이라는 지명은 없다! 현재 시각 11시 49분 간단히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정상 주변을 둘러봤으나, 공간이 없어, 식당을 찾아, 아래로 내려가자, 적당한 곳이 보여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속속 도착한 일행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 다시 길을 재촉해, 12시 2분경 전망대에 도착해 전면에 보이는 백운산과 원주 시내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후 급경사 등산로로 전망대에서 내려가, 다음 봉우리로 향해, 12시 16분 이정표가 있는 '차도리'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정표를 세운 주체가 제천이라서 그런지, 우리에게는 중요한 '보름가리봉'은 방향만 있지, 거리에 관한 정보는 없다. 혹시 몰라서? 그런데, 거기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나무에 의외의 명패가 매달려 있다. 반바지의 '백운지맥, 한해재, 755m'다. 한해? 큰 가뭄? 뭐든 수리봉과 보름가리봉 사이의 주요 고개라, 앱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다. 산세로 봐서는 좌회전하는 길이나, 직진하는 길이나, 어느 정도 지난 다음 다시 합류한다. 말인즉 좌회전하는 길이 우회로다. 그럼, 직진은? 앞선 선두처럼, 순순히 좌회전할 인간이 아니라, 직진했다. 예상대로 암봉이 막고 있어, 당연히 뱀을 조심하며 네발로 기어 올라가니, 또 다른 전망대로, 뒤로는 지나온 벼락바위봉, 수리봉의 전경이, 오른쪽으로는 치악산의 전경이다!
그 모든 걸 사진으로 남기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능선을 따라 100여 미터를 전진하니, 예상대로 정규 등산로와 만난다. 그런데, 대간꾼이라면, 내가 달린 암봉을 넘는 능선을 선택하지, 우회로로 가지는 않을 텐데, 등산로의 상태로 봐서는 대부분이 우회로를 선택한 듯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10분 정도 달린 12시 37분 산악회 리본이 잔뜩 달린 지점에 도착했다. 백운지맥에서 주요 지점이라는 건데, 주변에서는 어떠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어, 앱으로 확인했다. 보름가리봉 직전이다. 그리고 현재는 잘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으로 하산로가 있는 듯했다. 말인즉 백운지맥의 구암사 갈림길이다. 어쨌든 앞이 보름가리봉이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는데, 바로 앞의 목요 오지팀에 처음 온 산꾼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투덜거리며 오른다. 그 뒤를 따라 암릉으로 올라, 2시 41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반바지가 만든 '백운지맥, 보름 가리봉, 875m' 명패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뿐 정상석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나자, 산행 대장이 단체 사진을 찍자고 해, 초행인 산꾼의 도움으로 단체 인증을 남겼다.
보름가리봉 정상은 갈림길로 직진은 백운지맥의 주봉 백운산, 우회전은 접속구간 들머리이자 날머리 구암사다. 당연히 우리는 우회전해 구암사 방향으로 간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그나마 지맥 구간을 달릴 때는 갈림길이나, 길을 잃기 쉬운 지점에는 산악회 리본이 길을 안내했는데, 구암사 방향 하산길에는 리본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아, 제대로 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건 앱이 유일했다. 해서 지맥 구간과는 달리 수시로 앱을 확인했는데, 그나마 산경표는 등산로라도 있는데, 네이버는 그것도 없어, 다만 능선을 따라가고 있다는 거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길이라 생각되는 걸 따라 열심히 내려가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산행 대장 등이 등산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앱을 확인했다. 조금 전에 확인했을 때 이상이 없었는데, 무언가 이상해 지대를 확대했다. 그러자, 등산로에서 벗어난 게 보인다. 앱의 지도가 갖는 한계다. 넓게 보기 위해서 축소하면 등산로를 벗어난 게 안 보이고, 그걸 잘 보기 위해 확대하면 앞에 있는 갈림길이 안 보인다. 해서 앱 두 개로 하나는 확대 상태, 다른 하나는 축소 상태로 사용하는데, 네이버 지도에는 아예 등산로가 없으니, 쓸모가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두 앱이 아니라, 후미와 비교하면서 길을 찾으며 내려가, 1시 19분경 날머리가 멀지 않은 곳에 도착해, 물 한 모금하며 대략 3분 정도 휴식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어느 정도 가자, 오가는 차량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1시 41분 울창한 숲 사이로 중앙고속도로도 볼 수 있었다. 다 왔다! 신이 나서 내려가는데, 앞을 암봉이 가로막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리본이 등산로는 왼쪽이라고 알려줘, 당연히 왼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20여 미터를 가자, 뒤에서 산행 대장이 부르며, 정확히 듣지는 못했는데, 어떤 봉우리는 안 올라갈 건지 묻는다. 응? 봉우리가 또 있었나? 앱의 지도에는 없는데? 그러자, 대장 옆에서 따라오던 선두 그룹 중 한 명이, 시간도 없는데, 그냥 내려가자고 대장을 설득해 계곡으로 내려갔다. 산행 후 알게 된 거지만, 우회한 암봉이 이번 산행 마지막 봉우리인 투구봉으로 산악회 계획에는 오르기로 한 봉우리다. 앱에 의존해 가다 보니, 지도에 명기되지 않은 봉우리는 지나친 거다.
투구봉을 우회해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길이라 부르기에 힘든 구간의 연속이다. 해서 리본을 나뭇가지에 매달았을 거다. 다만, 우리 일행 중 홀로 앞서간 여성 산꾼의 것으로 보이는 인적이 있어 그걸 따라갔다. 하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산행 대장이 길이 맞는지 계속 물어, 우리 일행의 흔적이 있다고 얘기하고 가, 2시 정각 물소리는 진작부터 들렸고, 아흔아홉골의 급류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2시 2분 계곡 옆으로는 난 등산로에 도착해, 계곡을 건널 수 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며 그걸 따라 계속 가자, 구암사다! 인솔 대장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절이다. 해서 다시 뒤돌아 돌아가며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에게 절이라 알려주고 여기서 씻고 건너자고 했다. 그리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그걸 들고 계곡을 건너, 건너편에 가져다 놓은 후 배낭도 옮기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이번 산행에서 흘린 땀을 아흔아홉골에 돌려주고 있으려니, 투구봉에 갔던 여성 대장을 비롯한 일행도 속속 도착해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대략 15분 정도 아흔아홉골에서 땀을 씻은 후 윗도리를 깨끗이 빨아 입고, 포장 임도로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31분 중앙고속도로 아래를 지났다. 그리고 산행 전 지도로 하산주를 마실만한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카페를 지나며 오른쪽을 보니, 주렁주렁 매달린 담금주 재료로 최고라는 개복숭아다. 그 모든 걸 기록을 위해 사진으로 남긴 후 계속 내려가, 2시 38분경 5번 국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빠르게 오가는 차량이 뜸한 틈을 타 길을 건너, ‘궁중누룽지백숙’으로 향해 2시 43분 5번 국도변 '궁중누룽지백숙' 간판이 보이는 옆 건물에 도착해,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3
2시 44분 3층 건물의 궁중누룽지백숙에 도착했다. 도착해 오른쪽을 보니, 먼저 달린 여성 산꾼이 마당 한쪽 그늘에 앉아 있다가 우리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가워한다. 서로 몇 마디 얘기를 나눈 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이라, 등산화와 배낭을 벗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흔아홉골에서 옷을 입은 채 물로 뛰어든 일행은 식당 내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처럼 여벌의 옷이 없는 선수는 그냥 입어서 말렸다. 그런데, 개인 주문이 아니라, 도리와 백숙처럼 같이 먹어야 하는 음식의 문제가 네 명이 채워져야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는 거다. 우리 주당이야 주당 겸 선두라, 네 명이 다 채워졌으니, 바로 달라고 해, 목요 오지팀 회원 수준인 산꾼으로 참여한 여성 인솔 대장 그리고 혼자 먼저 달린 여성 산꾼 등 여섯이 같이 닭도리탕을 안주로 술을 마셨다. 몰론 네 명을 채우지 못한 일행을 불러 같이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후 일행이 속속 도착해 네 명을 채운 식탁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서 건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역시 도리를 주문한 다른 한 팀도 성원을 채워, 그래봐야 이미 같이 마시고 있던 두 여성과 주당에 속하는 산꾼이라, 우리 식탁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같이 마셨다. 결과적으로 두 식탁의 여덟이 닭도리탕 3개와 소주와 맥주 20병을 넘게 마셨다. 끝으로 여성 산꾼이 만든 볶음밥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4시 43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 식당이 음식 맛은 괜찮은데, 산행 중 채취한 나물을 못 먹게 하는 등 서비스에는 다들 마음에 안 들어 했다. 어쨌든 식당에서 나와 햇볕에 말리던 배낭을 짐칸에 싣고, 버스에 타, 내 자리로 가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6시 32분으로 양재다! 인솔 대장과 나머지 주당과 몇몇 산꾼은 양재에서 2차를 하러 가는데, 나는 마누라 생일이라, 바로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참고로 날머리인 궁중누룽지백숙의 고도가 궁금해 앱으로 확인했는데, 220.5m다. 들머리인 칠봉암 입구의 고도가 429.7m니, 고도차가 209.2m로 꽤 큰 차이가 난다. 해서 하산이 등산보다 더 급경사라 힘도 더 들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서 실수로 투구봉을 뺀 '칠봉암 입구 → 칠봉암 → 헬기장 → 강아지바위 → 찰방망이봉 → 찰방망이재 → 해산굴(벼락바위) → 벼락바위봉 → 회론재 → 수리봉 → 한해재 → 보름가리봉 → 아흔아홉골 → 궁중누룽지백숙'의 12.60km(산길샘) 코스를 5시간 15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14분, 휴식 1시간 1분! 트랙 기록을 칠봉암 일주문에서 시작해 들머리 기준보다 거리로는 0.8km가량, 시간으로는 9분가량 적다.
울창한 숲과 흐린 날이 조망은 내세울 게 없었으나, 오지 산행의 묘미는 만끽했다. 오지를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꼭 한번 달려보기를 권한다.
장마철 비가 내린 이후라, 아흔아홉골 또한 수령이 풍부했고, 예상과 달리 물이 차가워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으로 목욕하다시피 해 끈적거리던, 몸을 빠르게 식히고, 깨끗이 씻을 수 있어 좋았다.
16시경 소나기가 내릴 거라는 예보에 빠르게 달려 비가 오기 전 산행을 마감했으나, 14시 44분 우리가 떠날 때까지 소나기는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