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여름 재수생 시절이다. 동기생 포함 동네 친구 5명 도합
7명이 대부도로 캠핑을 떠났다. 지금은 시화방조제로 육지와 연결 되어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섬 아닌 육지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세 시간 삼십 분이나 소요되는 섬 이였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가족과 함께 배편도 알아보지 않고 연안부대에 도착해 오로지 대부도 배펀만 남아 있다고 해 무작정 타고보자고 해 연을 맺게 된 곳이 대부도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사전 정보나 예약도 없이 우리 일행은 연안부두에 도착했으니 대부도 행 마지막 배편은 이미 떠난 뒤였다. 배 시간을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가면 된다고 우긴 내게 모든 책임이 있으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아! 그런데 하늘이 나를 도우려 했는지 아니면 우리에게 인연을 맺어주려 했는지 모든 배가 떠난 텅 빈 대합실 한 쪽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일행이 있다. 다가가 말을 거니 그 일행은 아예 사전 계획이나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떠난 여행길 이었다. 일행은 다섯명 후에 알게 되었지만 나이는 수줍은 열아홉살 모든 것이 궁굼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너도 청춘 나도 청춘.
우리는 그녀들과 합의해 부두 근방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 날 첫배로 대부도로 함께 가기로 했다. 재수생 신분으로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 일행 모두가 방 하나를 함께 쓰기로 했으니 그야말로 혼숙이다. 지금 같으면 그 많은 일행에 방 하나를 빌려주는 숙박업소도 없겠지만 선뜻 따라 나서는 그녀들 또한 순박하고 풋풋하다. 지금은 하도 오래 전 일이라 방에 들어가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터지만 대화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한 기억은 재수생에서 대학 2년생으로 신분을 업그레이드 해 그녀들이 나를 오빠라고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고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미어지는 것은 우리가 잠든 사이 우리들이 벗어놓은 양말을 모두 빨아 놓았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인천 모 시내버스 차장이었다.
첫 배로 무사히 대부도에 도착하니 마침 우리가 가려는 곳으로 가는 소달구지가 있어 노인께 부탁하니 고맙게도 선선히 부탁을 들어주셔서 참으로 편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목적지인 대부도 끝 남사리 까지는 빈 몸으로 걸어도 족히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인데 한창 나이라도 캠핑도구와 짐을 지고 소녀들을 동반해서 걷기는 고된 여정, 정말이지 신선 같은 노인을 만나 편한 여행길이 되었다. 후에 대부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소달구지를 타고 오는 우리 일행을 보고 동네 사람들은 서커스 단원이 오는 줄 알았단다.
해변에 도착해 두 개의 텐트를 치고 우리는 3일간 그녀들과 많은 추억을 함께했다. 버리고 올 요량으로 무겁게 들고 간 석유곤로로
캠프화이어도 했고 조개껍질 묶어 그녀들의 목에 걸어주지는 못했어도 함께 별을 보며 수많은 이야기도 재잘거렸으리라.
지금도 그 친구들을 만나면 술좌석에서 회자되는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다. 대부도는 그 당시 염전이 대부분이었고 염전으로 큰 부자가 많다고 해서 대부도다. 허지만 그 시절 대부도라는 섬은 잘 알려진 섬이 아니었고 따라서 피서객도 드물어 우리가 머물던 해변에도 우리 일행이 전부였다. 마침 해변에 한가로이 떠있는 배 한척이 있어 우리 모두 함께 배에 올라 한쪽은 소년들, 그 반대편은 소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친구 하나가 노를 젖는데
잠시 후 소녀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얼굴을 돌리고 서로 보며 키득거리는데 나중에 우리도 그 이유를 알고는 배꼽을 잡았다.
다리 한쪽을 배 난간에 턱허니 걸치고 노를 젖는 친구의 수영복 밑으로 부랄이 축 늘어져 있다. 사연인즉 급하게 나오느라 수영복을 점검하지 않고 들고 나왔는데 앗불싸 수영복이 오래되어 밑이 터져 있었다는데 더 더욱 웃기는 것은 신문지로 그 구멍을 메웠다는 것이다. 수영을 하고나니 그 신문지가 온전할 리가 없을 터
이렇게 해서 그는 우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를 남겨 주었다.
우리의 여정은 일주일 그녀들은 3일 아쉬운 작별의 시간. 요즘 같으면 전화번호라도 따고 재회를 약속했겠지만 일반 전화도 귀한 시절 우연을 바라며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소녀들을 보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무척이나 순진했던 그 때 그 순간들.서로가 서로를 만나 아름다운 추억만을 함께 했고 비록 재회의 기쁨은 없었을지라도 그래서 더욱 빛나던 시간들. 그 소녀들도 나처럼 가끔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남몰래 미소 지을까 ? 그들 모두 이제도 앞으로도 영원히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첫댓글 어느 대학 2년생으로 둔갑이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