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모과를 찾아
소설을 이틀 앞둔 주중 수요일이다. 올해는 여름 더위가 가을까지 이어져 단풍이 늦게 물드는 편이다. 농촌에서는 단감 수확을 비롯한 가을걷이도 예년보다 철이 늦어지는 감이다. 남녘 산자락 단풍은 입동 무렵이 절정인데 올해는 열흘 정도 밀린 최근에 와서 근교 산자락 활엽수가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엊그제 다녀온 용추계곡과 우곡사 은행나무는 이제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갔다.
도심 추색은 뭐라 그래도 가로수에서 읽을 수 있다. 아파트단지나 거리의 벚나무는 단풍이 일찍 물들어 진작 나목이 되어 서리와 무관하다. 그제부터 추워진 날씨로 우리 지역에도 서리가 확실히 내려 초목의 생장을 멈춰 놓았다. 곳곳에 보이는 은행나무 가로수는 노랗게 물들어 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창이대로는 은행나무가 집중적으로 줄지어 자라 차창 밖으로 시선을 끌었다.
자연학교 등교를 위해 아파트단지를 나서니 외동반림로에 우뚝하게 자란 메타스퀘이아 가로수는 갈색으로 물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듯하다. 불모산동 기점에서 출발해 창원역 방향으로 가는 시내버스 차창 밖으로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고 느티나무는 갈색으로 바뀌어 낙엽이 되어 흩날렸다. 명곡 교차로에서 명서동을 지난 소답동에서 김해로 가는 시외구간 140번 버스를 탔다.
용강고개를 넘어 동읍 지구대를 좌곤리를 지나 부곡마을에서 내렸다. 진영에서부터 도심 주택과 들녘을 걸어 가술로 나갈 참이다. 버스 정류소에서 예전 경전선 철길이 옮겨지면서 조성된 공원을 지났다. 지난봄 어느 골목에서 봤던 수형이 잘 잡힌 모과나무를 살펴보려니 현장이 어딘지 헷갈렸다. 반려견을 데려 나온 산책객에게 그 나무 위치를 물었더니 쉽게 안내받아 수월히 찾았다.
정원수로 가꾼 모과가 분재 모양으로 곡을 잘 살려 층층이 키워 눈길을 끌던 나무였다. 봄날에 잎이 돋으면서 엷은 분홍으로 피던 꽃에서 모과가 몇 개 달려 노랗게 익어가는 중이었다. 담장 곁에 붙어 자라는 모과나무를 폰 카메라 앵글에 담아 놓고 골목을 지나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진영공설운동장으로 나갔다. 지역민들이 여가와 건강을 다지는 수영장은 장등공원과 이어졌다.
장등공원에서 밀포교를 건너 주천강 강둑을 따라 걸었다. 주남저수지에서 시작된 물길이 진영을 둘러 대산과 한림 들녘으로 빠져 가나는 주천강이었다. 밀포마을로 가지 않고 벚나무 가로수가 나목이 된 둑길을 따라 국도를 우회시킨 주천교에 이르러 굴다리를 통과해 밀포마을 앞으로 갔다. 진영에서 가술로 가는 25호 국도변은 아울렛 거리로 알려져 여러 제품이 점포를 펼쳤다.
도로변은 아울렛 제품을 팔아도 이면에는 규모가 작은 공장들과 주택이 들어선 마을로 회관까지 있었다. 평소 차를 타고 국도를 지날 때는 마을이 보이지 않던 지역이었다. 높이 자란 떫은 감나무가 선 농가 곁 마을회관은 ‘대진교’라고 했는데 무슨 교단 이름 같았지만 다리 ‘교(橋)’를 썼다. 대산에서 진영으로 가는 주천강 다리목에 있는 마을이라 그렇게 불리는가 싶기도 했다.
아울렛 상품을 전문으로 파는 특화된 거리를 지나니 행정구역이 진영이라 김해로 오가는 노선의 시내버스도 다녔다. 창원 대산과 경계를 이룬 샛강에 놓인 중포교를 지나자 옥수수빵 가게가 보여 빵을 한 봉지 샀다. 수요일은 가술 거리 식당들이 대체로 휴업하는 편이라 점심 대용으로 삼을 셈이다. 강변의 파크골프장이 수요일은 정기 휴장으로 정해 식당들도 같이 쉬는 날이었다.
국도변을 더 걸어 가술에 이르러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따뜻한 커피를 받아 삼봉 어린이 공원에서 쉼터를 찾았다. 날씨가 쌀쌀해져 따뜻한 볕살을 찾아 쬐면서 커피와 옥수수빵으로 점심을 한 끼 때웠다. 휴대폰 앵글에 어제 남겨둔 대방마을 싸움소 사진으로 시조를 남겼는데 지기들에게 아침 안부로 전할 작품으로 준비해 놓았다. 아침나절 봤던 진영 모과도 글감으로 삼았다. 2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