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요구 LH 상대로 임차인 승소…"관련 소송 잇따를 듯"
2018년 12월 이전 모집한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다면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했더라도 계속 살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때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소급 적용, 개정 이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가 취득한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해 계약 연장을 거부했는데 이번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LH가 모집한 경기 고양시 내 10년 공공임대주택 청약에 당첨된 뒤 2015년 입주했고, 2년 뒤 2019년까지로 계약을 갱신했다.
그 사이 A씨의 아내는 안양 B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했다.
당시에는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분양권을 취득해도 임차인 지위가 유지됐다.
그러다 2018년 12월 11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된 이후 분양권을 취득한 임차인은 공공임대주택에 더 살 수 없게 됐다. 분양권을 주택으로 봤기 때문이다.
A씨는 임대차 계약을 재연장하려 했으나 LH는 이 분양권을 문제 삼았고, B아파트에 입주 전이라는 A씨의 소명을 들어 이때는 재계약했다.
그러나 2021년 갱신 때 LH는 주택 소유가 확인됐다며 A씨에게 퇴거를 요구했고 A씨는 지난해 5월 "부당하다"며 LH를 상대로 '임차인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합의1부(김도요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에서는 A씨의 분양권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LH는 주택공급 규칙 개정 이전 신청한 분양권이라도 현시점에서 주택으로 봐 갱신 거절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임차인의 지위를 분양권 취득 시기가 아닌 공공임대주택 청약 시점으로 판단해야 하고 해당 규칙도 소급 적용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적용례를 규정한 부칙 문구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 국민 주거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임대주택 공급제도의 취지를 감안할 때 임대차 계약 해지나 재계약 거절 사유는 문언이나 입법자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한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한유의 문성준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LH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임의로 소급 적용해 입주 기간 취득한 분양권 때문에 임차인 지위를 잃거나 갱신계약·분양전환이 거부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의 권리구제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LH가 개정 규칙을 부당하게 소급 적용해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 시작은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법규 유권해석 오류로 LH에 대한 행정지도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