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IMAX 70mm 상영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놀란은 이번 작품에서도 고전 서사를 단순히 영화를 통해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이야기를 해체한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쌓아 올립니다. 또한 놀란은 영상과 촬영 기술에 관하여서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장인이며 위대합니다.
우선 궁금하실 논란부터 말하자면, 캐스팅 논란은 가짜 뉴스에 가깝습니다. 엘리엇 페이지는 아킬레우스 역이 아닌 다른 역으로 등장합니다. 루피나 뉴용오가 헬렌으로 나오는 것은 맞으나 트로이의 헬렌보다는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렌으로 전쟁의 피해자로 등장하며 또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못생긴 모습으로 캡쳐되어 돌아다니는 사진도 루피나 배우가 1인 2역 분한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남편 아가멤논에게 절규하는 장면입니다. 배우가 절규하는 장면을 가지고 되도 않는 외모 논란을 만든거죠. 트로이 전쟁은 영화에서 시작점에 불과하며 전쟁의 원인이 헬렌으로 나오지 않고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등장조차 하지 않습니다.
압도적인 스크린
놀란은 압도적인 촬영 기술과 집착으로 호머의 고대 대서사시를 마치 다큐를 보는 것 같이 관객이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가게 합니다. 특히 영화의 대부분을 이루는 바다 행해 장면은 놀란이 말한 것처럼 스크린이 사라지고 정말 눈 앞에 파란 바다 밖에 보이지 않고 관객을 바다 한가운데에 던져놓는 것 같은, 오디세우스의 고행을 함께 경험하는 듯한 엄청난 몰입감을 줍니다.
이부분이 놀라웠는데 놀란이 고집을 하여 실제로 바다 한가운데에서 4개월에 걸쳐서 Imax 필름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기존 Imax 카메라는 소음이 너무 커서 대사 녹음이 불가능하여서 후시 녹음이 필수 였는데, 놀란의 요청으로 Imax 소음을 차단하는 특수 케이스를 개발하였고 케이스를 포함한 카메라 무게가 무려 100kg에 달했는데, 거기다가 세트장이 아닌 실제 해변과 바다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방수 케이스까지 개발하여서 무려 140kg의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Imax 필름 카메라는 최대 3분까지만 촬영이 가능한데 촬영 흐름을 끊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몇대의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전세계 12대의 Imax 카메라 중 7대를 빌려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놀란의 영상에 대한 미친 집착의 결과로 정말 압도적인 화면을 보여줍니다. 가능하면 아이맥스 70mm 상영관에서, 티켓 구매가 어렵다면 꼭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아야 합니다.
놀란표 서사
이번 영화 역시 놀란 특유의 연출인 뒷부분의 시간대에서 앞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합니다. 기존 놀란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역시 거대한 흐름 속에 던져진 한 인간의 고뇌와 선택에 집중합니다. 동시에 그 운명에 휘말린 주변 인물들까지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전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부분이 좀 늘어지긴 합니다.
전쟁의 광기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원칙과 가치가 무너진 뒤, 다시 그것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여정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보여줍니다. 또한 진정한 뉘우침과 용서, 변화 없이 자신의 잘못을 외면하거나 인간의 힘만으로 운명을 거스르려는 시도가 얼마나 부질 없는지를 말합니다.
사회적 가치의 붕괴와 회복
영화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제우스의 법(Zeus's Law)과 이를 짓밟는 인간들의 추악함입니다. Zeus's law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였던 '손님 환대의 법'으로, 주인은 여행자와 손님을 정중히 대접해야 하고 여행자는 주인의 자비로움을 악용하면 안 된다는 절대적인 규범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와 가치를 무너뜨린 인간들이 결국 파멸하고 신의 분노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긴 시련 끝에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10년의 트로이 전쟁에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지혜로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 승리합니다. 그러나 그 승리는 제우스의 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였는데,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를 선물로 위장하여 트로이 (집의 주인)를 속였고, 몰래 잠입한 그리스 군은 (손님) 도시를 불태우고 학살하였습니다. 그리고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석상의 목을 부셔버리죠. 목적을 위해 사회의 가장 중요한 질서를 무너뜨린, 가치와 믿음을 붕괴한 사건으로 그립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10년의 고행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여러 섬을 떠돌며 계속해서 크세니아, 즉 손님의 입장에 놓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우스의 법을 다시 어기고, 각 섬의 주인들과 갈등을 빚습니다. 트로이에서 시작된 가치 붕괴는 귀향길 내내 반복되며, 오디세우스를 서서히 갉아며 회복의 고행이 길어지게 됩니다.
총평
놀란은 거대한 서사와 영상 속에서도 결국 관객의 시선을 인간의 내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오디세이는 결국 목적을 위해 룰을 어긴 한 인간이, 그 대가로 10년에 걸쳐 자신이 무너뜨린 질서와 존엄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후반부의 몰입감과 압도적인 스크린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특히 트로이 전쟁 시퀀스는 제가 본 최고의 고대 전쟁 씬이이였습니다. 앤하서웨이와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히 너무 아름답습니다. 강추 또 강추합니다. 꼭 보세용. 가능하면 70mm 상영관에서 보세요!
첫댓글 오 기대되게 만드는 리뷰군요. 캐스팅 논란해서는 Kreco 님 리뷰를 PC가 뭔지도 이해를 잘 못하면서 좀만 뭐 다르면 찡찡 되는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지만, 말 해줘도 이해 잘 못할듯…
후기 감사합니다. ^^
전작인 오펜하이머도 굉장히 훌륭해서 이번작도 놓칠 수 없죠.
한국은 8월 5일 개봉입니다. 이미 아이맥스 좋은 좌석은 다 빠졌네요.
뉴욕 아이맥스 70mm 필름 상영관은 오디세이 첫주의 티켓 판매를 2025년 7월에 했고 전석 매진 되었었습니다. 보통 아이맥스에서 한 영화를 3주만 상영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상영관에서는 이미 일년 전에 전체 티켓의 1/3일이 다 판매가 된거죠 ㅎㅎ
휴 광주에 imax가 없어져 전주나 순천까지 가야하는데 시골사는 서러움이 크네요 ㅠㅠ
광주가 전주,순천보다 대도시아녜요?
@돌파맨 터미널옆에 하나있었는데 영업종료했습니다. 에휴
흑 ㅠ 놀란 영화 좋아하신다면 시간 투자하셔서 영화보시고 맛있는 것 먹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놀란이 찍는 영화 스크린에 대한 기대치가 다들 높지 않습니까? 이 영화는 그 끝을 보여줍니다.
아맥 근처 아닌 사람 웁니다...하...
버스타고 나가면 되죠 뭐
나들이 한번 다녀오시죠 ㅎㅎ
솔직히 캐스팅 논란 너무 별거 아닐거 같았는데 일론 머스크 같은 극우 똘추들이 너무 크게 논란을 만들었죠. 근데 여기 다음 카페에서도 그거 때문에 안보겠다는 분들 댓글로 봤던걸 보면 영화 나오기도 전부터 별거 아닌걸로 논란 삼는게 메세징이 먹히는거 같기도 해서 안타까운데, 다행히 놀란 감독은 그런게 씨알도 안먹히게 영화를 잘 뽑아내는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파닥파닥
덴젤 워싱턴이 '맥베스'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시대인데 본질을 벗어난 시각이 너무 득세하더라고요.
단순 역할을 잘못 알려진 것과 더불어 영화를 보시면 논란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었는지 다들 아실겁니다. 영화에 전~~~~~~~혀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조금의 스포도 하지 않기 위해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 오디세이 검색하면 엘리엇 페이지가 아킬리우스로 등장하지 않는 것이 확인이 되는데도 아직도 인터넷에서 똑같은 pc 논란이 반복해서 올라오고 있어요.
대구아맥 예매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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