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권'이라는 말이 사회사업에 그다지 와 닿지 않습니다.
사회사업은 복지 당사자와 그를 돕는 사람들이 관련된 일입니다.
당사자가 복지를 이루고 누리는 데 함께하거나 돕는 사람들이 있거니와 적어도 사회사업가 한 사람은 있습니다. 복지기관이나 지역사회가 관련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사회사업은 당사자가 복지를 이루고 누리는 데 상대방이 있는 일입니다.
그것도 당사자와 그 둘레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라고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있는데 '일방이 결정'한다니 불편합니다. '권리'라 하니 더욱 불편합니다.
복지를 이루고 누리는 과정에서 어떤 것은 당사자가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상대방도 의견을 말하거나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사자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거나 그것을 '의무'라 함은 온당치 않습니다.
사회사업은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가 그 일에 주인 노릇 하게 돕습니다.
그런데 이는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당사자가 결정하는 대로, 그저 따른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회사업 가치 이상 철학, 기관의 정책과 형편, 사회사업가의 권한과 역량, 가용자원과 기회비용 따위를 헤아려 의논하고 선택하는 겁니다.
사회사업가 따위의 상대방이 없는 일이라면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사회사업가의 도움을 받을지 말지, 이것도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일은 사회사업 밖에 있습니다.
'자기 결정권'이라는 말이 사회사업에 그다지 와 닿지 않음이 이러합니다.
첫댓글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자기 결정권'이라는 단어가 적극적 표현이라며는
'의사 표현권'이라는 단어는 소극적 표현일까요.
'자주'가 교과서에 나오는 자기결정권과 같은 것이냐?
이렇게 묻는 사람이 더러 있었습니다.
교수 중에서도 몇 분이 그렇게 물었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게 있을까요?
클라이언트라는 말 안에 사회복지사라는 상대방이 있는데...
제 느낌은 이러한데...
한편,
내가 말하는 '자주'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남이 말하는 '자기결정권'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걸까...
싶기도 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그저 당연하듯 넘겼던 부분이 많네요..
하나하나 알아가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할때 생각을 하면서 해야겠네요..알면 알수록 어렵네요..
'클라이언트'라는 말과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을 함께 쓸 수 있을까요?
'자체 모순' 아닌가요?
'얼음이 뜨겁다' 처럼 그 자체가 형용 모순 아닌가요?
클라이언트가 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얼음이 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자주'가 다음의 등식으로 표현함이 아직 유효한지요?
기억에 의존하여 적다보니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주 = 자주하려는 의지 + 자주할 수 있는 역량
아직 유효하다는 전제로,
저는 자주가 통으로 자기결정권과 같다 보지 않습니다.
자주 중에서 일부인 '자주하려는 의지'가 '자기결정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라 봅니다.
(같지는 않다 보는데, 세분하여 더 생각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자기결정권을 이해하되, 만능 결정권은 아니어야 한다 봅니다.
자기결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중요하다 봅니다.
당사자의 자기결정이 사회사업가에게까지 확장되어,
사회사업가가 당사자의 결정에 기계적으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 봅니다.
그런 결정권이라면 자기 범위를 넘어선 결정이라 봅니다.
그럴 권리는 없다 봅니다.
선생님의 문제제기는 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사업가는 당사자와 논의하되, 때로는 사회사업가의 양심, 가치, 소견에 따라 당사자와 때로는 직면할 수 있고, 또 직면해야 한다 봅니다.
이 또한 사회사업가의 자기 범위 내에서의 자기결정이라 봅니다.
하지만 사회사업가의 직면을 받되, 당사자는 결국 자기 삶의 범위 내에서 최종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봅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당사자 자기 범위 내로 한정한다는 전제가 있는 자기결정권이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결정권은 그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상대를 기계적으로 제한하는 또는 상대가 기계적으로 수용하는 오류를 낳는다 봅니다.
범위를 자기 범위 내로 제한한다면, 이는 권리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당사자만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상대하는 모든 사람 특히 사회사업가도 포함하여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이라 봅니다.
다만, 사회사업가는 당사자를 의지가 없거나 역량이 없는 사람으로 보고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쉽게 제한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므로,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자기결정권'을 강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생각한 바는 이러합니다. ^^;
자기결정권을 잘못 접근하면 정말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상당히 존중을 해 주시는 모습에 좋기도 하였으나, 자기결정권을 통해 치료의 시기가 늦어졌을 때에 악화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복지계에서도 자기결정권이 자칫 잘못하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당사자 서비스를 거부하는 자기결정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에 서비스를 종결하는 것 또한 옳은 선택이기는 하나, 그 선택이 방임이냐 자기결정이냐에 모호한 경계를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