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30℃가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유류오염 피해 지역 확산 방지를 위해 공무원 510명, 주민, 군인 등이 총동원돼 증도면과 자은면 등지에서 방제 작업을 실시했다. <신안=이주열기자>
전남 신안군 자은도 유조선 충돌사고로 유출된 벙커C유 유막이 사고지점으로부터 13km밖 해상까지 확산되고 기름찌꺼기가 사고해역 인근 4개 섬 해안가를 덮쳐 어패류 양식장 등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남도와 목포해경 등은 방제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긴급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오일펜스 설치가 늦어진데다 장비 부족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신안 증도 일대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갯벌축제가 무산되고 해수욕장 입수마저 금지돼 수천명의 피서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관광·요식업계에 연쇄피해가 빚어지고 있다.
▲유류피해 확산
4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항공예찰을 실시한 결과 지난 2일 유출된 폭 20m 크기의 기름띠가 조류영향 등으로 사고지점에서 13km 떨어진 해상까지 확산됐다.
해경은 사고지점 13km밖 작은 섬인 수도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엷은 유막이 폭 3m·길이 50m 크기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전남도 집계결과 신안군 자은도와 증도, 임자도, 암태도 등 4개 섬 해안가로 기름띠가 유입되면서 자은면 둔장해수욕장 인근 전복양식장과 증도 방축리 일대 백합·고막양식장 수십ha를 덮쳤다.
4개 섬 인근에는 수확을 마친 김양식 시설도 밀집돼 있어 막대한 어패류 양식장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또 유출된 벙커C유 찌꺼기가 해안으로 상륙하면서 증도 갯벌축제가 중단되고 해수욕장 입수가 중단돼 여름철 관광 성수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안 일대 해수욕장을 찾으려던 피서객들은 발길을 돌렸으며 증도와 자은 일대 해수욕장을 찾았던 수천명의 피서객들도 서둘러 섬을 빠져 나가고 있다.
증도 주민 조모씨(44)는 “기름찌꺼기가 밀려오자 관광객들이 모두 철수해 버려 여름철 성수기에 큰 피해를 입었다”며 “방제당국은 유출된 기름이 2㎘라고 하지만 더 많은 양이 유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출된 벙커C유가 폭넓게 확산되는 것은 사고해역에 강한 조류가 흐르고 있고 벙커C유 찌꺼기의 밀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사고지점은 시속 8km 안팎의 강한 조류가 흐르는 면도수로가 위치해 있어 해상방제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대 조양기 교수(지구환경과학부 해양환경 전공)는 “기름띠가 조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사고지점 주변을 왔다 갔다 반복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방치될 경우 주요 진행방향은 여름철에 북상하는 해류의 영향을 받아 북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제작업
사고발생 사흘째를 맞아 전남도는 이날 행정부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신안 유류유출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이틀째 긴급 방제작업을 벌였다.
이날 공무원과 해경, 소방대원, 주민 등 800여명이 동원되고 해경 경비정과 행정선, 해군함정, 방제선 등 선박 34척이 투입됐다.
전남도와 해경은 4개 섬 일대에 오일펜스 1천25m를 설치하고 부직포(8천700매) 등을 활용해 기름찌꺼기 제거작업을 펼쳤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방제작업을 위해 예비비 각 3억원씩을 긴급 배정해 동원 어선 유류비 지원과 흡착포 구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이날 오전 휴가일정을 미룬채 헬기로 사고해역을 찾아 항공예찰활동과 함께 방제작업을 독려했다.
박 지사는 “사고면적이 비록 적지만 인근 해수욕장과 양식어장이 많아 피해확산이 우려된다”며 “신속한 방제작업을 위해 도민 자원봉사 활성화와 함께 해경 등 관계기관과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안가 오일펜스가 사고발생 8시간 만인 지난 2일 오전 7시30분께 설치되면서 기름찌꺼기가 이미 4개 섬지역을 덮친데다 흡착포를 건져올릴 장비마저 부족해 방제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사고해역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선박을 이용해야 하지만 고유가로 인해 어민들이 어선 동원을 꺼리는 등 애로를 겪고 있다.
▲사고원인
이번 유조선 충돌사고는 안전운항 부주의가 1차적인 요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목포해경은 이날 “사고 선박 관계자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선박 조절키를 ‘자동’으로 설정해 두는가 하면 충돌 직전까지도 소위 ‘피항 동작’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경 조사결과, 모래채취 운반선인 ‘금호 5호’의 경우 조절키를 ‘자동타’로 설정해둔 채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충돌 일보직전에서야 조타기를 좌측으로, 상대선박인 유조선 ‘여명 7호’는 우측으로 각각 급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관계자는 “현재로선 음주나 졸음운항의 흔적은 보이지 않으며 조타기를 자동으로 놓고 딴전을 피운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며 “여명 7호 관계자들을 상대로 추가 확인작업을 벌이고 나면 정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직후 금호 5호 선장 고모씨(53)와 항해사 황모씨(44) 등 3명을 업무상과실과 선박파괴 및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 데 이어 여명 7호에 대한 수리작업이 모두 끝나는대로 선장 장모씨(59) 등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해경은 이와 함께 수리용 선박을 현장에 보내 사고 당시 충돌로 여명 7호에 난 직경 2.6m, 가로 2.4m의 타원형 파공(구멍난 부분)을 보수, 침수나 기름 추가유출을 막는 한편 이날 오후 수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고선박을 목포항으로 옮길 예정이다.
한편 지난 2일 오후 11시45분께 신안군 임자면 자은도 북방 4.5km 해역에서 유류하역 작업을 마치고 귀항하던 여명 7호와 1627t급 모래 운반선 금호 5호가 충돌,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벙커C유 2㎘ 가량이 유출됐다.
첫댓글 그 넘의 유류사고 진저리 나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