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제목 노래 얘기 좀 할까요.
얼핏 떠오르는 가요의 긴 제목은 김창완의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네요. 물론 더 긴 제목의 노래도 있지요. 강산에의 노래 등등..
pop song 은 Klaatu (크라투) 란 그룹의
'Calling Occupants of Inter Planetary Craft' 란 제목이 떠오르네요.
(행성간에 비행하는 물체는 응답하라)정도 인가요 해석이...
위 노래들은 제목도 길지만 노래 자체도 좋아서 생명력 역시 기네요.
길이만 긴 글이 아니라 생명력도 긴 글을 언젠간 쓰고 싶습니다.
[구타교실] -47- 육사의 수준 편~
새로 부임한 이사장의 조카 김형철 교장은 3가지의 지휘방침을
교무회의에서 내놓았다.
물론 우리들을 어떡하면 더욱 더 효과적으로 괴롭힐수 있나 하는 방침이었다.
첫째, 두발 및 복장 단정
가뜩이나 짧은 머리를 완전 빡빡 밀어버려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왜 이 동네엔 동자승이 이리도 많나 할 정도다.
(오방네 아니업진언 모타나 모타나 옴 도로도로지 사바하...)
<- 불경 틀렸다고 항의마세요. 비슷은 할걸요.
물론 뒷산 구보시 0.01초의 기록 단축이나마 도움이 됐다.
둘째, 대학 진학율 10% 향상이었다.
등교시간이 8시에서 7시 반으로 앞 당겨졌으며 물론 우리반은
예전부터 항상 7시다.
하교 시간은 뒷시간에도 보충수업을 한시간씩 부치는 바람에 1시간씩 늦어졌다.
우린 수업 시간이 적어서 대학 진학율이 낮은게 아니었다.
맞는 시간, 기합 시간을 지금의 반으로만 줄인다면
대학 진학율 10% 향상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신세대 축구 스타 이동국이 선배들 옷 빨래하랴, 맞으랴, 기합받으랴
사인하느라 골을 못 넣는데 거기다 대고 앞 뒤 훈련시간 1시간씩
늘인다고 골을 넣겠는가? 오히려 맞는 시간만 늘어나지
하여튼 우리는 수업시간이 늘어난 만큼 매맞는 시간만 늘어났다.
세째는 교내 운동부의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인근 S고는 전국대회 4강은 밥먹듯이 하고 우승도 가끔 하는데
우리 M고의 야구부는 봉황대기(예선 없이 모두 출전)에만 출전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부가 훈련하는걸 보면 배트로 공을 치는 시간보다
배트로 엉덩일 맞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야구부원들은 공을 두려워했다.
공에 맞을까봐 두려운게 아니라 수비연습중 실수로 그 공을 놓치는 날엔
그날 연습은 없었다.
천하의 이종범도 에러를 밥먹듯이 하는데 하물며 전국 꼴찌의 고교 야구부랴
두말하면 메스껍지 무삼 더 말이 필요하리오
결국엔 누구도 야구 연습이란 없었다.
그러니 실력이 늘기는 커녕 M고 야구부를 졸업하면 온몸은 부상병동이었다.
다른 운동 선수들은 어깨 관절이나 무릎에 보통 부상을 입는데 반해
M고 야구부는 가슴과 엉치뼈쪽에 주로 부상이 있었다.
스포츠의학의 풀리지 않는 신비다.
야구부 아이들은 야구는 안하고 매일 지옥 훈련만 받다보니
야구 실력은 안 늘고 성격만 점점 포악해지고 싸움 기술만 늘었다.
그리하여 야구부원들은 일반 학우들에겐 스포츠 스타로서의 동경따윈 없고
주먹스타로서의 두려움만을 갖는 외포의 대상들이었다.
이러한 신임 교장의 지휘 방침으로 가뜩이나 고단한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세상은 야만에서 문명으로, 후진에서 선진으로 진보한다지만
M고를 봤을땐 세상은 거꾸로 돌아간다.
여기에 우리를 더더욱 고통에 빠지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보차 고교를 초청 방문케 하는데
우리 M고가 방문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육사 초청은 넓고 정돈된 캠퍼스 소개와 함께
육사 졸업후의 장교로의 임관, 군인의 장래 전망등으로 이어졌다.
육사 교관은 우리들에게 육사의 엄격한 규율도 강조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의아심을 가졌다.
나도 묻고 싶었다.
'여기서도 알루미늄 배트로 학생들을 패나요?'
'물고문하거나 땅에 파묻기도 하나요?'
육사의 힘든 과정을 거치면 장교로 임관이 되지만 M고를 졸업하면 도대체
뭐가 된단 말이냐
대학은 떨어지고 깡패나 되겠지 뭐~
이어서 벌어진 육사생도들의 단 1미리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정확한 제식동작과
의장대의 총검술 시범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보다 교장의 감동이 훨씬 컸다는데 있다.
교장은 입을 헤 벌리고 침을 질질 흘렸다.
이른바 감동의 오르가즘 상태.
육사 방문 바로 다음날 교장은 한가지의 지휘 방침을 추가했다.
"내 어제 육사 방문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소
절제 있는 동작속에서 흐트러진 마음자세란 있을수 없다.
이주일후 제식 경연 대회를 하겠소.
육사의 수준을 능가하진 못하더라도 육사의 수준에 범접한 제식동작을
우리 M고 학생들에게 익히게 하시오.
우리 M고의 지상 과제중 가장 급선무요."
일단 목표를 정해 놓고 인민을 다그치는 타입
'동무들 이 지상 과업을 반드시 완수하시오'
정규 수업이 끝나고 1시간 늘어난 보충수업이 제식 훈련 시간으로 바뀌었다.
1시간이 더 더해져서 말이다.
역시 M고에서 공부를 할 시간은 없다.
어느날 나도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야지 다짐하면 구타에 기합
테니스장 공사, 거기다가 제식 훈련까지 그 다짐을 저절로 포기케한다.
이 역경 속에서 작은 형이 전문대라도 간게 기특하다.
우리 반은 이번 제식 경연대회에서 반드시 일등을 해야했다.
똥행패는 맹호부대에 공수부대 하사관까지 지낸 베테랑 군인 출신이 아니더냐
우리는 운동장에 모였다.
똥행패(이거 너무 오랫만에 등장하는걸 헐~헐~ 힘을 비축해 두었으니
짜식들 죽여놓겠어 크하하~)
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제식동작은 나의 주종목이다. 내 명령에만 잘 따르면 반드시 일등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고 어영부영 하는 놈은 이 운동장이 묘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 반은 아예 2등이란 건 없다고 생각해라.
우리의 적은 다른 반이 아니라 육사다. 알겠나?"
"넷~"
"전체 차려어어어어엇~"
양발을 90도 각도로 벌리고 무릎은 꼭 붙이고 양팔을 겨드랑이에 꽉 밀착시키며
양손은 계란을 쥔듯 살며시 턱은 끌어당기고 전방 상향 15도로 바라 본 하늘은
너무도 파아란 가을 하늘
'아~ 난 이대로 어디론가 멀리 머얼리 파란 하늘 속으로
영영 날아가버리고 싶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