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서 갯가를 둘러
십일월 넷째 주말이다. 이번 달과 다음 달 주말에 걸쳐 대산면으로 나가 여섯 차례 작은 집 짓기 목공 강좌를 수강하는 날이다. 행정 당국에서 농어촌지역 주민들에게 개설한 교양 강좌인데 시내 사는 이한테도 청강 기회가 주어져 참여하는데 나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시간이다. 평일처럼 토요일도 자연학교 등교 시각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창원역 앞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창원천2교 좌회전 신호에 멈췄을 때 차창 밖에 바라보인 천변 창이대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가 인상적이었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사이 버스에 탄 승객에게 차창 밖으로 바라보인 만추 천변 풍경이었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만이 볼 수 있는 특권으로 승용차를 타고 가는 이는 눈높이가 맞지 않고 운전자들은 전방을 주시하느라 거기를 바라볼 겨를도 없지 싶었다.
명곡교차로에서 도계동을 거쳐 창원역으로 나가 평소와 같이 1번 마을버스를 탔더니 주말이라 승객은 적은 편이라 버스가 한산했다. 뒤이어 탄 두 아낙과 같이 도계동 만남의 광장을 거쳐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거리를 지났다. 다호리에서 주남저수지를 비켜 대산 산업단지에 이르니 승객은 거의 내렸다. 나는 삼봉마을에 내려 강의를 진행하는 나눔 문화센터를 찾으니 제1착이었다.
오늘이 네 번째 강의 ‘두 평짜리 모형 집짓기’시간인데 강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성교육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화면에 시드는 꽃을 한 송이 띄워 놓고 ‘시들다’의 어원을 쫓아 제 나름의 인생관을 피력했는데 수강생들은 공감이 갔다. 형용사 어간 ‘시’를 명사 ‘씨’로 바꾸면 ‘씨가 든다’는 뜻이 된다면서 볼품없이 보이는 시드는 장면도 씨앗으로 영글게 하는 희망으로 환치시켰다.
강사는 수업 진행을 지원하는 보조강사 두 분과 함께 재료를 누어주고 이미 만들어둔 모형 집을 견본으로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텃밭에 컨테이너로 설치되는 농막과 같은 규모의 목조 주택을 실제 10분의 1로 축소한 집이었다. 스무 명 수강생이 책상을 맞대어 세 개 모둠에서 마분지를 자른 골조로 사방 벽체를 먼저 만들었는데 정교하게 해야 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벽체 구조와 실제 시공에서 붙는 명칭을 익혀가며 접착제를 이용해 네 개 벽면을 완성해 집터에 해당하는 받침에 세우는 작업까지가 이번 강의였는데 세 개 분단 가운데 내가 참여한 분단에서 가장 먼저 마쳤다. 강사는 다음 시간에 지붕을 얹어 완성해 실내에 꼬마전구로 불이 켜지도록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앞 시간 사포로 문질러 둔 도마에 문양을 새기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 했다.
목공 강좌는 오전 강의가 종료되어 참여자들과 다음 시간을 기약했다. 나는 문화센터와 이웃한 식당에서 추어탕으로 점심을 들고 오후 일과가 기다렸다. 지난주는 거기서부터 냅다 걸어 주남저수지로 향해 그곳으로 찾아온 재두루미 떼들을 관찰했다. 마침 그날 주남 들녘에서 생태 사진과 영상에서 널리 알려진 최종수씨를 만나 우리 지역 철새 이해해 도움이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번에 오후 일과는 대산 들녘에서 부산 갯가로 진출하는 동선이었다. 가술은 마산과 부산으로 오가는 시외버스 길목이다. 부산 서부터미널까지는 불과 40분으로 창원의 집으로 가는 시간보다 짧았다. 사상에서 지하철로 서면을 거쳐 자갈치로 나가 회센터와 꼼장어구이 골목은 눈요기로 지나고 생선 저자를 살펴두고 남항 다리와 파란 바다와 부두에 묶인 어선과 바다를 둘러봤다.
다시 생선 저자를 한 번 더 둘러 가격과 신선도를 확인하면서 충무동 저자 뒷골목까지 갔다. 거기에 노점에서 갈치를 팔던 아지매는 김장철을 맞아 생새우를 파느라 오징어만 사게 되었다. 다른 가게를 더 기웃거려 마른 조기를 사 배낭에 넣고 먹갈치와 고등어는 오징어와 함께 보조 가방에 채워 손에 들었다. 지하철로 하단으로 나가 장유를 거쳐 창원으로 복귀하니 날이 어두웠다. 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