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찬묏길
한국에서 가장 기(氣)가 센 산은 일반적으로 계룡산으로 알려져 있다. 계룡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최고의 명당으로 꼽아 조선 도읍으로 정하려고 했던 산이며, 한때 무속인들이 계룡산의 기를 받으려 전국에서 모이기도 했다.
그러나 풍수지리에서 기가 센 산으로 단연 영암 월출산을 꼽는다. 조선시대 지리학자이자 풍수가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는 말이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으면 어느 정도일까?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다.
동양학자 조용헌은 자신의 책 <사주명리학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조선시대 남자들이 모이는 사랑채에는 <정감록>이 가장 인기 있는 책이었고, 여자들이 거처하는 안방에는 <토정비결>이 가장 인기였다는 이야기는 바로 풍수도참과 사주팔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풍수에서는 산의 형체를 오행의 형태로 설명한다. 종교인들이 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잘 받는 산을 화체(火體)의 산이라 한다. 불꽃처럼 끝이 뾰족뾰족한 산이 화체의 산으로 영암 월출산이 대표적이다.’
‘화승조천의 지세’나 ‘화체의 산’은 육산(肉山)에서는 불가능하다. 맥반석으로 된 화강암 바위산이라야만 가능하다. 실제 기가 얼마나 센지 수맥 전문가나 풍수학자를 동원해서 영암군에서 조사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기가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면 기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이 그 기를 받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일까?
몇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관선군수 시절 영암 부군수들은 새벽에 1,000번 월출산에 오르면 군수로 승진한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1,000번은 아니더라도 100번 올라 산악회에서 기념패를 받은 군수가 있다고 한다. 현 김일태 군수도 매일 월출산 언저리를 밟는다. 그가 직접 만든 ‘기찬묏길’을 걷는 사실만으로도 흡족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정을 파악하고 더욱 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월출산 암봉에서 나오는 기를 받으며 걷는 길인 기찬묏길은 2010년 7월 초 처음 개방해 인기를 끌고 있다. / 월간산영암군은 월출산이 가진 기를 길로서 표현하고자 했다. 영암읍 개신리 천황사 입구에서부터 미암면 미암리 흑석산 산림욕장 일원까지 40㎞에 이르는 거리를 5구간으로 나눠 ‘월출산 100리길 기(氣)체험 산책로’로 조성하기로 하고, 그 이름을 기찬묏길로 붙여 작업했다. 1구간은 천황사 주차장에서 기찬랜드까지를 영암군의 ‘기(氣) 체험’하고 이해하는 거리로 정했다. 2구간은 기찬랜드에서 월암마을까지로, 가야금 김창조 선생과 월출산 12대기암, 한옥과 장승, 영암도기를 체험하는 ‘문화체험’의 거리로 명명했다.
3구간은 월암마을에서 학산 용산마을까지로, 왕인 박사와 도선 국사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역사체험’의 거리로 조성키로 했다. 4구간은 용산마을에서 학산 학계마을까지로, 월출산과 영암의 자연 및 생태를 즐기는 ‘생태체험’의 거리로 만들기로 했다. 5구간은 학계마을에서 미암 두억마을까지 산림욕과 영암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오감체험의 거리로 만들어, 모든 구간을 지난해부터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키로 했다.
그 첫 단계로 탑동약수터가 있는 탑동삼거리에서 기찬랜드까지 5.5㎞를 지난 2009년 7월 초 공개했다. 천황사에서 탑동약수터까지 1.2㎞ 등 나머지 구간은 차츰 완성키로 하고 이미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영암군에서는 이 기찬묏길을 월출산 100m 이하 지역에 만들었다. 100m이상 지역은 국립공원관리지역으로 길을 조성하려면 여러 부처와 여러 단계의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공사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찬묏길을 지도상으로 보면 전부 100m 이하 지역에 절묘하게 그려져 있다.
기찬묏길의 시작인 1구간은 천황사주차장~탑동약수터~기찬랜드(3.8km 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