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선생님 수필
○백덕산엔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나무가 있다.
(백덕산 제3편)
筆 嶺/金 相 和
백덕산(白德山)은 볼거리도 많지만 매우 아름다운 산이다. 능선의 길이만도 4km나 된다고 하니 꽤 긴 능선이다. 이 산은 사자산과 함께 백덕산(白德山)이라 일컫는데 아마도 정상을 가는 도중 능선에 높게 솟아있는 곳이 사자산이지 싶다. 능선은 길기도 하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우리는 물 한 모금 마실 겸 능선에서 잠시 쉬었다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날씨마저 좋아 바라보는 곳마다 신비로 움이 가득하다. 그래서 마음도 상쾌하다.
산에 올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세상은 모두 신이 조각해 놓은 아름다운 한 점의 작품 같다.
백덕산(白德山)은 영월 북쪽 백덕지맥을 아우르는 주산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다. 또한 천연 원시림을 간직한 법흥계곡과 함께 겨울에는 설경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하얀 눈이 쌓였을 때 절경을 이루므로 겨울철 산행지로 유명하다고 하니 겨울에 한 번 더 와서 설경도 보고 싶다. 백덕산 남서쪽 연화봉 아래는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 하나인 법흥사(法興寺)가 있다.
지금 걷는 이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이니 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올라오고 보니 경이로운 풍경은 감히 100대 명산답게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신비롭기까지 하다.
능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떠한가? 눈에 들어온 모든 산줄기와 거기에 따른 골짜기들은 한마디로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 할 만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높고 낮은 산들이 시원하게 뻗어 내린 골짜기와 능선은 대자연의 작은 한 모퉁이지만, 역시 신이 빚어낸 예술 작품들이다.
*산자수명(山紫水明)= 산은 자줏빛이고 물이 맑다는 뜻으로, 경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
이렇게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걸으니 괜스레 신바람이 난다. 그런데 오늘 시간이 나면 이 산에 자리 잡은 법흥사(法興寺)를 꼭 들려보고 싶다. 법흥사(法興寺)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절이라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원래는 자장율사에 의해 흥령사(興寜寺)라 하였지만, 대한제국에 이르러서 법흥사(法興寺)로 이름을 바꿨다. 이 절은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백덕산(白德山)의 아름다운 경치와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봉안된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있기 때문이지 싶다.
*적멸보궁(寂滅寶宮)= 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법당을 가리킨다. 영축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월정사 말사), 설악산 봉정암(신흥사 말사인 백담사의 부속 암자), 사자산 법흥사(월정사 말사), 태백산 정암사(월정사 말사)가 한국의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으로 불리고 있다.
신바람 나게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이 산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원시림은 어찌 이리도 멋지게 눈에 들어올까? 하긴 원시림만 보아도 람파(嵐波) 강찬순(姜璨淳) 아우 덕분에, 백덕산(白德山)에 왔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능선의 마지막 깔딱고개를 올라왔다. 아마도 지금 올라온 이곳이 사자산(獅子山)이지 싶다.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이 산의 걸작품(傑作品)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 정문에 세워놓은 간판처럼 생긴 명품 나무가 나온다고 한다.
*걸작품(傑作品)= 매우 뛰어나게 잘된 작품
신(神)께서는 명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려고 우리나라 최고의 상아탑(象牙塔)인 서울대학 간판과 흡사한 나무를 탄생시켰다.
그것도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탄생시켜 놓았으니,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나 서울대학 정문을 닮은 나무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오솔길 한복판에 만들어 놓았으니 볼수록 신비롭다. 마치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위풍당당하게 보인다. 그러니 보는 순간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상아탑(象牙塔)= 1. 대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생트뵈브가 낭만파 시인 비니의 태도를 비평하며 쓴 데서 유래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고향 후배들을 여기서 또 만난다. 정상에서 만나 사진을 찍자고 약속하였는데, 우리의 걸음이 빠르지 않아 기다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다행히 우리는 명품 나무가 자랑스럽게 서 있는 오솔길에서 만나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필자는 고향 후배 두 부부와 명품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부부가 함께 산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아무쪼록 패기 넘치는 젊은 부부 두 쌍의 앞날이 찬란하게 빛나리라 빌어 본다.
이 두 부부는 다음과 같다. 이종근(李鐘根) 님, 이경진(李京眞) 양이 한 부부고 김형준(金炯俊) 님, 김소리(金蘇理) 양이 또 한 부부다. 잘 어울리는 두 부부의 산(山)사랑도 아름답지만, 얼굴이나 마음씨까지 어찌 그리도 아름다울까?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청주 후배들과 헤어진 후 람파(嵐波) 아우와 필자(筆者)는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깔딱고개가 시작되니, 이제 정상도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가 힘들어하는 것을 본 싸리꽃이 방긋 웃으며 말한다.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올라가라고~^^
그 말은 들은 필자(筆者)는 얼마나 반가운지 고맙다고 하였다. 싸리꽃까지 필자를 위로해 주는구나!! 탐스럽기까지 한 싸리꽃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인다. 6~7월에 산행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싸리꽃이다.
그러나 평소엔 꽃으로 보지 않았는데, 그놈들이 오늘따라 어찌 그리도 아름답고 예쁘게 보일까? 모든 것은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필자(筆者)는 팔순이 넘은 늙은 사람이지만, 마음만은 젊다. 그래서 자칭 청춘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그래서 필자(筆者)는 수필(隨筆) 한 편을 쓰기 위해 젊은 사람도 힘들어하는 높은 산도 마다하지 않고 산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흐르는 세월에 구애받지 않고 싶다. 다만 세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그러한 마음이 가슴에 요동치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하고 높은 산이라 할지라도 그 산의 정상도 마다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다.
*수필(隨筆)=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는 글을 수필(隨筆)이라 한다.
능선은 힘들이지 않고 왔는데 서울대학교 명품 나무를 지나고부터는 너무도 길이 험하다. 필자(筆者)는 안간힘을 다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젊었을 땐 이런 길 정도는 뛰어다니지 않았든가!! 그런데 힘이 들으니, 세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하였는데,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걸어보자. 그럼, 마음이 안정되면서 힘들다는 생각마저 사라질 것이다.
이제 정상까지는 200m 정도 남았을 것 같다. 이산을 거느리는 임은 아마도 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 산세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데 임은 오죽 아름답겠는가!! 그렇다. 앞으로 10분만 더 올라가면 아름다운 임을 볼 것이다.
정상 못미처엔 다음과 같이 알림판을 세워놓았다. 아마도 이 아름다운 산을 한 번 더 상기시키려고 이 산을 자랑하고 싶어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산은 평창 산림 문화 8경 중 3경에 속한다.
평창군 방림면 운교리와 영월군 무릉도원 면 법흥리에 위치한 산이다. 평창 이남 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운(白雲)이 뒤덮인 산봉우리의 경관 때문에 백덕(白德)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겨울엔 설경이 매우 아름다운 산이다. 북쪽으로는 해심 무덤봉 남쪽으로는 신선봉 동쪽으로는 사래산이 있다.
문재 터널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먹골과 비내릿골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제 정상의 임을 빨리 보고 싶다. 임은 내가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백덕산(白德山) 제3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4편에서는 정상의 임을 만나는 장면과 하산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그려 낼 것이다.
2024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