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진정한 야구는 지금부터다. 10월 16일 잠실구장에선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LG’전이 열린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넥센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승선한 두산과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는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치를 예정이다.
‘스포츠춘추’는 포스트 시즌(PS)을 맞아 4인의 야구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포스트 시즌 프리뷰’ 코너를 마련했다. ‘프로야구 해설 32년 경력’의 감독 출신의 허구연 MBC 해설위원,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의 이용철 KBS 해설위원, 명쾌한 분석과 폭넓은 시각을 자랑하는 이효봉 XTM 해설위원, 프로야구 사상 첫 2천 안타의 주인공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그들이다. ‘박동희의 PS 프리뷰' 두 번째 시간은 플레이오프 예상이다.
‘PS 프리뷰’
양팀 정규시즌 순위 : 두산 71승 3무 54패 (4위) / LG 74승 54패 (2위)
양팀 맞대결 성적 : 두산 8승 8패 / LG 8승 8패
관전 포인트 : 허구연 “LG, 까다로운 상대 만났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는 장면
준플레이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정규 시즌 4위 두산과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로 직행한 LG가 만난다. 올 시즌 두 팀은 16번 싸워 8승 8패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서울 라이벌’인 두 팀이 포스트 시즌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4번째다. 이전 3번의 승부에선 LG가 2번 이기며 우위를 점했다. 처음 포스트 시즌에서 격돌한 건 1993년 준플레이오프에서였다. 그땐 LG가 OB(두산의 전신)에 2승 1패(3전2선승제)로 이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 번째 맞대결은 1998년 준플레이오프였다. 이 시리즈에서도 LG가 2연승으로 승자가 됐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00년 플레이오프에선 두산이 승자였다. 두산은 7전4선승제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1승 2패로 뒤지다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냉정하게 말해 LG는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넥센은 박병호, 강정호 등 강타자들이 있지만, 전체적인 타선의 힘은 다른 상위 3팀보다 떨어졌다. 특히나 두산은 다양한 색깔의 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LG로선 몇몇 타자만 막으면 되는 넥센보단 두산 타선을 상대하는 게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허 위원은 두 팀의 강점과 약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두산의 강점은 센터라인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증명됐듯 센터라인이 LG보단 다소 우위에 있다. 그러나 셋업맨과 마무리가 약점이다. LG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뒷문이 강하다는 게 강점이다. 반면 센터라인이 두산보다 약하다는 게 흠이다.”
투수진 분석 : 이효봉 “두산은 니퍼트, LG는 우규민의 보직이 중요”
시속 160km에 머금가는 완벽한 제구력을 갖춘 유희관
두 팀의 플레이오프 선발진은 일단 3선발 체재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두산과 LG의 선발진 무게감은 큰 차이가 없다”며 “두 팀의 관건은 과연 더스틴 니퍼트와 우규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일단 두산은 1차전 선발로 노경은을 내정한 상황이다. 준플레이오프 등판 간격을 살폈을 때 2차전 선발은 이재우, 3차전 선발은 유희관이 유력하다. 문제는 니퍼트다. 니퍼트는 10월 14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12일 4차전에서도 구원으로 등판한 바 있다. 구원투수라 투구수가 많지 않았다지만, 2차전 선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여기다 유희관의 컨디션이 원체 좋아 3차전 선발로 니퍼트를 쓰는 것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니퍼트의 선발 등판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이 위원은 “만약 니퍼트의 선발 등판 타이밍이 모호하다면, 두산은 니퍼트를 과감하게 불펜진에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랬을 때 니퍼트가 제 컨디션을 유지한 채 불펜에서 얼마나 잘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LG는 1차전 선발로 류제국을 공표했다. 2차전 선발은 레다메스 리즈, 3차전 선발은 신재웅과 우규민 가운데 한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정락이 이미 불펜진에 합류한 터라, LG의 불펜진은 두터워졌다. 야구계는 “좌완 선발 투수가 한 명 정도 필요하기에 신재웅이 선발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고, 우규민은 불펜에서 ‘1+1’ 투수로 뛸지 모른다”고 예상한다.
이 위원은 “선발이 무너지면 우규민이 바로 등판해 긴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LG 불펜진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LG에 강했던 노경은 : 올 시즌 노경은은 LG전에 4번 등판해 22⅔이닝을 던져 1승 1패 평균자책 2.78를 기록했다. 10월 5일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LG에서도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4번의 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던지며 실점은 2점 아래였다. 지난해에도 노경은은 LG전에 6번 등판해 1승 1패를 기록한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호투한 노경은은 “시즌 마지막 경기의 패배를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로 되갚겠다”고 다짐했다.
Ⓓ ‘미스터 컨트롤’ 유희관 : 준플레이오프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유희관이었다. 넥센 선수들 사이에서 ‘극강의 제구’란 말이 나올 만큼 유희관의 제구력은 대단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유희관의 호투가 필요하다. 올 시즌 유희관은 LG에 강했다. 7경기(4경기 선발)에 등판해 25이닝을 던져 3승 1패 평균자책 2.88을 기록했다. 좌타자에 약했다는 게 흠이다. 박용택과의 승부에서 14타수 6안타 2볼넷, 이병규를 상대론 9타수 4안타 1볼넷을 허용했다.
Ⓓ 니퍼트가 불펜에서 뛴다면? : 2011년 한국 무대에서 뛴 이후 니퍼트가 정규 시즌 중 구원투수로 나온 건 단 한 번이다. 지난해 8월 29일이었다. 당시 상대는 LG. 이 경기에서 니퍼트는 1이닝 동안 5타자를 상대로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니퍼트는 최근 3년간 LG전에 16번(1번 구원) 등판해 6승 3패 평균자책 2.35로 호투한 바 있다.
Ⓓ 두산 불펜, 믿을 수 있을까 :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불펜은 예상보다 선전했다. 3차전 이후엔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확실한 마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올 시즌 LG전에서 세이브에 성공했던 투수는 오현택, 정재훈(이상 2세이브), 홍상삼(1)이었다. 과연 변진수, 윤명준, 오현택, 홍상삼 등 젊은 불펜투수들이 얼마나 빨리 체력을 회복해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 승리를 부르는 사나이, 류제국 :올 시즌 LG는 류제국이 합류하기 전과 합류한 후로 나뉜다. 그가 합류하기 전까지 LG는 예년의 LG였다. 하지만, 류제국이 합류하자 새로운 LG로 거듭났다. 고비마다 류제국이 호투하지 못했다면 LG의 가을은 이렇듯 따뜻하지 못했을 것이다. 류제국의 포스트시즌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류제국의 큰 경기 경험 부족을 단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내 “포스트 시즌 첫 경험이라는 설렘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올 시즌 고비마다 팀을 살린 류제국의 투구를 봤을 땐 큰 경기라고 크게 흔들릴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올 시즌 류제국은 두산전에 2번 등판했다. 결과는 1승 평균자책 2.84였다. 최근 두산 등판은 5일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정규 시즌 2위가 결정되는 그 경기에서 류제국은 노경은과 맞대결을 펼쳐 7⅓이닝 동안 2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 200이닝의 주인공 리즈, PS에서도 이닝 이터가 될까 :올 시즌 LG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시 가장 많은 202⅔이닝을 던졌다. 리그에서 유일한 200이닝 이상 투구였다. 투구 내용도 좋아 32경기 가운데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가 22번, 퀄리티 스타트+(7이닝 3실점 이하)는 12번이었다. 퀄리티 스타트 리그 공동 3위, 퀄리티 스타트+는 리그 공동 2위였다.
올 시즌 두산전엔 5번 등판했다. 결과는 2승 2패 평균자책 5.11. 퀄리티 스타트는 1번에 그쳤고, 선발 평균 소화 이닝도 4⅔이닝밖에 되지 않았다. 관건은 포스트 시즌에 적용되는 타이트한 스트라이크 존이다. 정규 시즌엔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공도 포스트 시즌에선 볼로 판정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리즈의 9이닝당 볼넷은 3.91이었다. 지난해의 4.04개보다는 좋아졌다. 리즈는 구속보다 제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 리그 평균자책 1위의 막강 불펜 :올 시즌 LG 불펜진의 평균자책은 3.40이었다. 리그 부동의 1위였다. 플레이오프에선 ‘우완’ 이동현, 정현욱, 유원상, 임정우 - ‘좌완’ 이상열, 류택현, 봉중근 - ‘사이드암’ 신정락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불펜진 칼러가 이상적이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10일 정도 쉬면 투수들의 구위가 확실히 좋아진다”며 “LG 불펜투수들이 정규 시즌 말미보다 훨씬 더 좋은 공을 뿌릴 것”으로 내다봤다. Ⓛ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 세이브에 빛나는 봉중근 :루상에 주자를 내보내도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 마무리. 그가 바로 봉중근이다. 올 시즌 봉중근은 38세이브를 기록하며 1997년 이상훈이 작성한 37세이브를 넘어섰다. MBC 청룡 시절을 합쳐 LG 구단 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이었다. 올 시즌 두산전엔 10번 등판해 8세이브를 거뒀다. 특정팀 최다 세이브였다. 하지만, 평균자책은 3.18로 다소 높았다.
타선 분석 : 양준혁 “두산, 4점 이상은 기록해야 승산 있다.”
LG 주축타자 박용택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중심타선은 다소 무기력했다. 김현수와 홍성흔 모두 이름값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대신 이원석, 최재훈, 오재원 등 젊은 타자들이 이른바 ‘미친 선수’라는 소릴 들으며 분전했다. 두산이 LG에 이기려면 중심타선이 살아나거나 또 다시 미친 선수들이 출현해야 한다. 두산은 홍성흔, 김현수, 민병헌, 이원석 등 LG에 강했던 타자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투수진에서 LG에 뒤지는 두산은 최대한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게 승리의 길”이라며 “오재원처럼 팀 분위기를 ‘확’ 살리는 화이팅 넘치는 선수들이 자주 출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타선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은 많으나, 이들의 포스트 시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등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들이자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들”이라며 “포스트 시즌 경험이 있는 이들이 큰 경기에서 우왕좌왕할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포스트 시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문제”라며 “넥센의 예에서 보듯 정규 시즌에서 잘하고도 포스트 시즌에서 경험 부족으로 힘들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김현수, LG전의 키플레이어가 될까 : 준플레이오프에서 김진욱 두산 감독은 김현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김현수가 넥센전에서 타율 0.345, 장타율 0.564, 출루율 0.435, 3홈런, 14타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김현수는 브랜든 나이트를 상대로 14타석 11타수 10안타 1홈런 3타점, 볼넷 3개, 타율 0.909, 장타율 1.455, 출루율 0.929를 기록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정작 준플레이오프에선 15타수 1안타로 몹시 부진했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김현수는 현역 시절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가 비염으로 고생한단 소릴 들었다. 나도 그랬다. 비염은 봄과 가을에 증세가 심해진다. 내 경험상 비염이 심해지면 피로감이 증가하고, 힘이 쭉 빠진다. 여기다 김현수는 발목이 좋지 않아 훈련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것도 이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양 위원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타선이 살아나려면 어찌 됐건 김현수가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 시즌 데이터만 보면 가능성은 크다. 올 시즌 김현수는 LG전에서 타율 0.306, 장타율 0.468, 출루율 0.371을 기록했다. 홈런은 1개, 타점은 10개였다. 특히나 류제국과 리즈를 상대로 좋았다. 류제국엔 6타수 3안타, 리즈와의 승부에선 11타수 4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 LG전 홈런 4개의 홍성흔 : 올 시즌 홍성흔은 잠실구장에서 타율 0.303, 출루율 0.382, 장타율 0.472, 11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에서 200타석 이상 기록한 두산 타자 가운데 타율 2위, 홈런 1위, 타점 3위였다. 무엇보다 11홈런은 올 시즌 잠실구장 홈런왕이다. 재미난 건 홍성흔이 기록한 잠실구장 11홈런 가운데 LG전 홈런이 4개였다는 것이다. 홍성흔은 올 시즌 LG전에서 타율 0.340. 장타율 0.604를 기록했다. 김현수처럼 류제국, 리즈에게 강했다. 류제국엔 5타수 2안타 1홈런, 리즈와의 승부에선 10타수 4안타 1홈런이었다. 2홈런을 기록했던 임찬규는 플레이오프 명단에서 빠졌다.
Ⓓ 오재원, 이원석, 최재훈의 활약은? : 준플레이오프에서 오재원, 이원석, 최재훈의 활약은 눈부셨다. 오재원은 5차전에서 3점 홈런과 함께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팀 분위기에 활력을 집어넣었다. 이원석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적시타와 홈런을 쳤고, 최재훈은 양의지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이 가운데 주목할 선수는 이원석이다. 올 시즌 LG전에서 타율 0.485, 장타율 0.939, 출루율 0.553, 4홈런을 기록했다.
Ⓛ 타율왕? 해결사! 이병규 :이병규는 올 시즌 타율왕에 올랐다. 그것도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거둔 성과였다. 올 시즌 이병규는 두산전에서 타율 0.386, 장타율 0.455, 출루율 0.413, 10타점을 기록했다. 두산 선발투수들에게 유독 강했는데 노경은은 상대로 8타수 3안타, 유희관에겐 9타수 4안타 5타점, 니퍼트엔 5타수 2안타로 선전했다. 이병규 앞에 주자가 쌓이면 곤란하다. 올 시즌 이병규는 유주자 시 타율 0.383을 기록했고,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26에 이르렀다. Ⓛ ‘곰 킬러’ 박용택 :올 시즌 박용택은 타율 0.328을 기록하며 5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에 성공했다. 그가 기록한 156안타는 2009년의 168안타를 제외하면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였다. 전해보다 시즌 경기수가 5경기나 줄었음을 고려하면 156안타는 대단한 숫자다. 특히나 두산전에서 많은 안타를 기록했다. 26안타나 몰아쳤다. 두산전 성적은 타율 0.413, 장타율 0.587, 출루율 0.493, 3홈런, 12타점이었다. 올 시즌 자신이 기록한 7홈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홈런을 두산전에 집중한 것이다. 노경은을 상대로 11타수 4안타, 유희관에 14타수 6안타로 강했다. Ⓛ 김용의, 문선재는 ‘미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김용의, 문선재 같은 신예들을 주전급 선수로 성장시킨 것만으로도 LG 김기태 감독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두 선수는 LG의 정규 시즌 2위에 크게 공헌했다. 두 선수의 활약 여부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관심사다. 김용의는 두산전에 무척 강했다. 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7, 20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잠실구장 성적도 좋아 타율 0.321, 장타율 0.430, 출루율 0.396을 나타냈다. 그러나 노경은을 상대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게 흠이다.
수비 주루 분석 : 이용철 “수비는 두산이 안정적, 변수는 체력”
LG 베테랑 타자 이진영(사진 왼쪽부터)과 홈런을 친 정성훈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두 팀의 내야진은 비슷할지 몰라도, 외야진은 수비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한 두산이 조금 앞선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실책수만 본다면 확실히 두산이 앞선다. 두산은 61개로 시즌 최소 실책팀이었던 반해 LG는 77개로 최소 실책 부문 5위였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실책이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내야진의 결정적 실책이 적었던 것에 주목하며 “단기전에서 이기려면 돌발 실책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LG가 결정적 실책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유격수 오지환의 안정적 수비가 절대적 조건이다. 올 시즌 오지환은 실책 20개를 범하며 2년 연속 실책 20개 이상과 실책 1위에 올랐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오지환은 수비가 좋을 때 타격도 좋아지는 선수”라며 “안정적 수비만 펼친다면 타격에서도 오지환이 LG 타선의 핵심 키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수는 어떨까.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포수 양의지의 부상으로 최재훈에게 포수 마스크를 맡겨야 했다. 영리한 공배합과 강한 어깨로 최재훈은 훌륭하게 두산 마운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체력적 부담이 큰 상태라는 게 걸림돌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포수를 도맡아야 한다면 체력소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LG는 삼성 시절 포스트 시즌 경험이 풍부한 현재윤과 올 시즌 LG 마운드를 잘 리드한 윤요섭이 버티고 있다.
양의지 : 포수 출전 경기 112, 도루시도 125, 도루저지 38, 도루저지율 0.304
최재훈 : 포수 출전 경기 60, 도루시도 31, 도루저지 12, 도루저지율 0.387
윤요섭 :포수 출전 경기 84, 도루시도 75, 도루저지 18, 도루저지율 0.240 현재윤 :포수 출전 경기 53, 도루시도 39, 도루저지 7, 도루저지율 0.179
< 4인의 야구전문가 예상 >
LG 김기태 감독
허구연 : 포스트 시즌은 상대를 집중 분석하고, 해부하는 시리즈다. 따라서 감독의 작전 지시, 타순 배치, 투수 교체 시기 결정, 대주자 투입 등이 경기 승패를 좌우할 여지가 크다. 이번 시리즈는 감독 역량이 팀 성적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 2차전 승부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LG가 1차전을 잡는다면 체력 소모가 큰 두산은 궁지에 몰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두산이 1차전을 잡는다면 5차전까지 가는 장기전이 펼쳐질 것이다. 객관적 전력만 따지자면 체력이 우세한 LG가 다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두산에게 희망이 있다면 두산은 체력을 능가하는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용철 : 체력이 변수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플레이오프가까지 올랐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이다. 물론 넥센에 대역전극을 펼치며 팀 분위기가 상승한 건 호재다. LG는 방심해선 안 된다. LG가 두산을 잡으려면 1, 2차전에서 분위기를 타야 한다.
이효봉 : 공격, 기동력에선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어차피 야구는 투수 싸움이다. 선발과 불펜에서 어느 팀이 우세하느냐를 따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선 LG가 다소 앞선다는 생각이다. 여기다 관건은 역시 체력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혈전을 치른 두산 선수들은 체력을 보충할 시간도 없이 플레이오프에서 뛰어야 한다. 따라서 두산은 ‘정말 잘해야’ 플레이오프의 승자가 될 수 있고, LG는 ‘평균치’만 해줘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양준혁 :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은 전혀 다른 시즌이다. 정규 시즌 데이터는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낫다. 지금부터 중요한 건 누가 더 심장이 강하냐는 것이다. 베테랑들은 어느 정도 큰 경기에서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긴장을 많이 하는 신진급 선수들은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LG의 젊은 야수들은 심장이 강해져야 한다.
나 역시 체력이 변수라고 본다. 현역 시절을 돌아보면 포스트 시즌 1경기에서 뛸 때 소비되는 에너지는 정규 시즌 2, 3경기를 한꺼번에 치렀을 때와 동일하다. 준플레이오프는 그나마 낫다.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2, 3차전에 접어들면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진다. 나도 3차전 땐 아예 배트가 돌아가지 않은 적도 있다. 복싱으로 치면 LG는 1라운드부터 시작하는 복서고, 두산은 7라운드까지 뛴 복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