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범-동행, 그 아름다운 순환 고리를 위하여
만났다 오늘,
서로의 땅에서 우리로 합쳐
하나의 가슴으로
숨이 멎는 그 시간을 토닥이며
이 순간이 전부가 된다.
지구별이 수십억 광년 돌고 또 돌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너와 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로의 뜨락에서 구웠던 청춘과 꿈의 결기는
숙성된 향기로 서로에게 스며들어
서로를 추슬러 빛이 된다.
설원의 땅 서릿발 들녘에서 홀로 견디는 가슴도
여기 옹골찬 혈육이 있어 식을 수는 없다.
끓는 피 포효하는 우정은
숙명의 천연天緣이 얽어놓은 사슬,
함께 직조된 사랑을 이고 갈 일이다.
섬과 강을 이어주는 대양의 가슴이
우리를 녹여 채워주는 오늘
우리는 하나 된 영토요,
대양에 박혀 하늘로 빛나는 별이 된다.
마음의 주름은 사랑의 수면 위로 고요히 펴지고
너와 나 물결로 이어져 숨결마다 함께하니
천년의 동행, 모항으로 귀천歸川한다.
우리들의 언어는
조각되지 않은 시간의 얼굴,
그윽한 대양의 음조
장벽도 잠재우고 만남으로 영광을 그리는 문체,
너와 나의 문장이다.
호흡마다 너의 언어가 나의 언어를 잇고
세월은 고여 사랑으로 빛나려니
친구여! 동행의 순환 고리, 윤슬처럼 맑게 꿰어갈지어다.
*위 시는 정규범 시인의 “길이 흐르면 산을 만나 경전이 된다”는 시집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입니다.
*정규범-고려대학교 졸업(박사), 현재 황금찬 시맥회-문학광장 이사장, 고려사이버대학교 초빙교수, 제6회 황금찬 문학상 대상 수상(2020년), 제6회 문학대전 수상(2019년, 경북일보사).
'윤슬' :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며, “고향 땅의 봄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은 아름답다.”와 같이 쓰인다 하고, 다른 대사전인 “우리말 큰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