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둑 자연산 느타리버섯
십일월 끝자락 주중 수요일이다. 그제 비가 온 뒤 기온이 제법 내려가 쌀쌀해진 날씨인데 간밤은 서울과 중부 내륙 일대에 첫눈이 폭설로 내려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혼란을 겪는단다. 며칠 전 소설이 지났고 동지를 앞둔 절기로 열흘 뒤 대설이 다가올 테다. 소설과 대설은 그냥 절기로만 끼워져 있는 줄 알고 우리 지역은 눈이 흔하지 않아 나라 안 소식이라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날이 밝아온 아침에 평소처럼 자연학교 등교에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정류소로 가는 보도 바닥에는 낙엽이 쌓여 발길에 부스럭거려 만추의 운치를 더하는 계절이었다. 메타스퀘이아 가로수는 단풍이 갈색으로 물들기만 했지 새 깃털 같은 나뭇잎은 온전해 한겨울에 시나브로 떨어졌다. 길거리를 온통 장식한 나뭇잎은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주종을 이루어 흩날렸다.
버스는 명곡교차로에서 도계동을 거친 소답동에서 창원역 앞으로 나갔다. 거기서 내려 1번 마을버스로 바꾸니 근교 일터로 가는 일반인들이 다수 타서 도중에서는 서서 가는 승객이 늘어났다.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거리를 지난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거치면서 승객은 줄었다가 다시 불어났다. 주남저수지를 비켜 들녘을 거쳐 대산 일반산업단지에서 다수 승객이 내려 빈 차가 되었다.
이번에 나는 제1 수산교를 지나 일동과 갈전을 거쳐 신전까지 갔다. 갈전에서 시장바구니를 안고 내린 할머니 이후 종점까지 간 승객은 나 혼자였다. 운전기사들이 매번 달랐지만 내가 종점에 내릴 때면 기사는 저 승객은 현지인도 아닌 듯한데 무슨 용무로 아침 일찍 한갓진 마을을 찾아오는지 궁금해 여겨도 물어와 주지 않고, 나도 굳이 마을을 방문하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적이 없는 농가들이 들어선 마을 안길을 거쳐 골목을 빠져 아스팔트로 포장된 시골길이 나왔다. 하옥정과 상옥정에서 김해 한림으로 뚫은 신설 도로 교차로를 앞두고 강둑으로 향하는 굴다리를 지났다. 겨울에 방울토마토 따내는 비닐하우스 농장을 거쳐 저지대 농지에는 연근 경작지였고, 그 곁에 벼를 거둔 논에는 뒷그루로 심는 당근 농사를 위한 비닐하우스들이 지어져 있었다.
본포교가 걸쳐진 강가의 수변생태공원을 지난 강둑이 수산교 방향으로 이어졌다. 드넓은 강변 둔치는 물억새가 허연 이삭을 드러내 바람에 일렁거려 만추의 운치를 더했다. 강변에 숲을 이룬 갯버들은 아직 청청한 잎을 달고 있어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평일이라 라운딩을 나선 동호인은 없어도 간간이 자전거가 지났고 웃통을 벗고 본포로 향해 달리는 중년 사내가 눈길을 끌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강둑으로 뚫어둔 자전거길을 쉬엄쉬엄 걸으면서 둔치 풍광을 조망했다. 수산으로 흘러가는 물길 건너는 밀양 초동면 반월 습지로 꽃길로 알려진 곳이다. 거기서 이어진 곡강은 자연마을과 함께 벽진 이씨 문중에서 세운 곡강정이 아스라했다. 내가 걷는 길고 긴 둑길 언저리는 대형 굴삭기에 제초용 칼날을 부착해 무성했던 풀을 잘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둑길에는 뽕나무였는지 참나무였는지 삭아가는 둥치에서 느타리버섯이 돋아나 있었다. 느타리버섯 무더기를 배낭의 칼을 꺼내 봉지에 채워 담고 나니 그 곁에 다른 둥치에도 느타리가 보여 봉지에 더 채워 보탰다. 삭은 나무둥치에 서늘한 기후와 습도가 맞으면 돋는 느타리인데 올가을은 비가 흡족해 생육에 알맞은 조건이었는 듯했다. 자연학교에서 자연산 느타리버섯을 채집했다.
버섯을 채집하고 둑길을 걷다가 살짝 스친 비를 맞고 당리에서 마을버스로 가술로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수행했다. “본포교 강가에서 수산교 가는 둑길 / 뽕나무 삭은 둥치 생장에 조건 맞아 / 자연산 느타리버섯 수북하게 나왔다 // 철 따라 다른 생태 산야초 식별 익혀 / 발품 판 자연에서 눈여겨 살펴보면 / 손쉽게 득템을 만나 밥상 위로 올린다” ‘자연산 느타리버섯’ 전문. 2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