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공사가 한창인 5일 울주군 서생면 신리 원전 현장 바로 앞에 골프연습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장지승기자 jjs@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건설사업 부지 내에 골프연습장 건립을 추진중인 것이 뒤늦게 알려져 공기업의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수원은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게 마련한 원자력발전소 부지를 발전 및 주변 관리시설이 아닌 직원들을 위한 대형 골프연습장에 할애함으로써 '직원용 원전부지'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5일 울주군과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005년 1월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와 부산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 275만㎡ 부지에 지식경제부(전 산업자원부)로부터 전원개발사업 허가를 받아 100만㎾급 신고리원전 1, 2호기 건설 사업을 착공했다. 울산지역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건설되고 있는 신고리원전 1, 2호기는 현재 70%의 공정률을 기록, 예정대로 2010년말 1호기가, 2011년말 2호기가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한수원은 신고리원전 부지 2만1,668㎡를 떼내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706㎡, 40~50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건설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지난해 9월 울주군에 골프연습장 건축허가를 신청, 같은 해 12월 허가가 나자 지난 3월부터 건립공사에 들어가 현재 부지정지공사 등 기초 토목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국 원전 가운데 고리만 뺀 영광, 울진, 월성 등은 모두 골프연습장을 소유하고 있다"며 "직원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근 주민 등은 "주민 대부분이 어업과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원전 직원뿐"이라며 "지역민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홍보해 놓고 실제 자신들의 욕심만 챙기는 꼴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일부 주민들은 "직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실비를 받고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공기업이 돈벌이에 급급해 골프연습장을 건립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겠느냐?"며 "골프연습장 건립을 백지화하고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서는 전원개발촉진법에 의거 당초 부지를 확보할 때 실시승인계획에는 골프연습장을 넣지 않았다가, 이후 2년여 만에 실시계획변경 없이 울주군에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는 등 관계법령의 허술함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발전시설을 빨리 건립할 수 있도록 제정된 전원개발촉진법은 원자로 시설 등 주요 발전시설 및 부대시설은 실시계획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전력수급을 요하지 않는 경미한 시설은 변경 허가 없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지식경제부에 질의한 결과 변경 허가까지는 요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