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사회단체들이 고 박종태 열사를 추모하고 총력투쟁을 결의하는 노동자대회를 9일 대전에서 개최했다.ⓒ 민중의소리
추모 결의대회를 앞두고 무력시위 중인 전투경찰ⓒ 민중의소리
"지금은 추모할 때가 아니고 투쟁할 때다. 동지 염원을 반드시 쟁취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박종태가 되어 달려가겠다. 승리하지 않으면 추모할 수 없다. 반드시 승리하고 추모하겠다."
-대한통운 택배분회 오만근 조합원-
대한통운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된 78명 택배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 故 박종태(38)지회장의 죽음이 노동계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 지회장이 소속된 화물연대는 대한통운 해고자 원직복직, 운송료 삭감 중단, 노동탄압 중단,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 등 고인의 유지를 받아안고 총파업 투쟁을 준비 중에 있으며,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대전에서 개최될 예정인 '5·18정신계승전국노동자대회'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서울로 거점을 옮겨 대한통운 본사, 금호그룹 본사를 타격하는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진보단체들도 이 투쟁에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밝히고 있어 전국적인 열사투쟁 정국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 "물류를 멈춰 동지의 핏값을 받아내자"
투쟁발언 중인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민중의소리
향후 전국적인 열사투쟁 정국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
민주노총을 비롯한 제 진보단체가 함께 꾸린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해고자 원직 복직, 고 박종태열사 대책위원회'는 9일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은 투쟁 방침을 선언·결의했다.
화물연대 투쟁본부 투쟁본부 김달식 본부장은 "박종태 열사의 염원을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풀어드리자"면서 "16일 대전에서 '총파업' 안건으로 총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화물연대가 평화로운 투쟁을 해왔지만 동지들이 결의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전술을 통해 대한민국을 멈춰버리겠다"면서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고 동지의 핏값을 반드시 받아내자"고 호소했다.
추모 결의대회에 참석한 강기갑 의원ⓒ 민중의소리
추모 결의대회 도중 눈물을 흘리는 노동자ⓒ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모두가 지금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하나가 돼 이명박 정권을 반드시 밀어내겠다는 의지로 투쟁한다면 '만만치 않은 상황'이 아니라 '만만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5-6월 투쟁에 전략적으로 임해 반드시 열사의 한을 풀자"고 총력 투쟁 의지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최근 '노동유연화를 연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면서 "박종태 동지는 정부의 반노동정책이 단지 화물연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 일용직, 인턴 등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 가슴에 심어주고 갔다"며 정부의 노동탄압, 노조말살정책을 전 사회적 문제로 받아안고 공동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전 공동대표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비정규직 철폐를 투쟁 과제 1순위로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엔 고인의 부인 하수진씨도 무대에 나와 남편과 참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승리하는 투쟁'을 호소했다.
부인 하수진씨.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슬퍼하지 말고 일어나 싸워주십시오"ⓒ 민중의소리
이정희 의원ⓒ 민중의소리
박종태 지회장이 살아 생전 동료들을 지켜 본 곳, 죽음을 선택한 숲에서 오열하는 노동자ⓒ 민중의소리
고인이 발견된 아카시아 나무에 추모와 결의를 담은 리본을 매는 모습ⓒ 민중의소리
"남편이 사랑했던 대한통운 택배 조합원 여러분,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진짜 죄인은 한 가족의 가장을 죽음에 몰아놓고서도 협상은 커녕 질서를 지키라는 등 저 뒤에서 헛소리하고 있는 뻔뻔한 저자들 입니다. 슬퍼하지 말고 일어나 싸워주십시오."
용산 철거민 참사에 맞서 100일 넘게 투쟁을 하고 있는 용산 유가족 고 이상림씨 며느리 정영신씨도 박 지회장의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이명박 정부에 맞서 함께 연대투쟁하자고 당부했다.
결의대회를 끝내고 각계 대표자들은 대한통운 맞은 편 고인이 살아생전 택배조합원들의 투쟁을 몰래 지켜봤고, 마지막 생을 마감한 장소로 이동해 추모리본을 나무에 매다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고인의 영정과 만장을 앞세우고 대전중앙병원 방향으로 행진, 병원 앞에서 정리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70개 중대가 동원돼 대한통운 주변을 철저히 통제했다. 참석자들은 경찰과 별다른 마찰없이 병원까지 행진했지만, 행진 시작 전 일부 참석자들과 경찰이 충돌해 4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진ⓒ 민중의소리
박종태 열사여 고이 잠드소서ⓒ 민중의소리
승리하지 않으면 추모할 수 없다. 반드시 승리한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