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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글 출처: 비밀의늪
— 텐더 (@HimNaeRyeo46) May 29, 2024
읽기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는 책조차 원래 독서하는 인간들만 맞아맞아 하면서 읽고 있는 현실..
책은 저자 한 명만이 만드는 것이 아님.
드라마 하나에 스태프 몇 백이 달라붙는 것처럼, 책 역시 그렇게 만들어짐.
가치 있는 생각을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이 책이며, 독서의 가치를 지닌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도서관은 존재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도서관에 가야 하는 이유 역시 이 부분 때문이다.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이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냐 고민하는데 사실 그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이를 서점에, 도서관에 데려다 놓으면 된다.
다만, 서점에는 종종 비닐 포장이 된, 훑어볼 수 없는 책이 있고 훼손의 우려가 있으므로, 책을 마음껏 펼쳐보게 할 수 있는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것이 좋다.
비단, 아이들에게만 도서관의 경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 큰 성인들에게도 도서관은 같은 경험과 가치를 제공한다.
숙제나 자료 찾기에 의해 책을 찾아 읽는 것 말고, 그냥 넓고 빽빽한 서가와 서가 사이에 가만히 서 있길 바란다.
읽고 싶은 마음 없이도 서가를 한창 서성이길 바란다.
필요에 의해, 강요에 의해 하는 독서 말고, 순수하게 내용이 궁금한 책을, 읽어볼까 싶은 책을 책장에서 빼어들어라.
손에 잡힌 책의 무게를 느끼고 표지의 재질과 디자인을, 출판사와 저자의 이름과 분류기호를, 당신의 눈에 담는 순간부터 독서라고 해도 좋다.
채 한 권도 빌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도 좋으니 빼곡히 자리잡은 잭과 책 사이를 즐겁게 누비고 그 공간에 오롯이 담겨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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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어느 분야에서든 "간間"을 읽을 수 있을 때가 경지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음표가 아니라 쉼표를 듣는 것.
음표든 쉼표든 무조건 한마디 내의 음·쉼표 길이를 계산해서 다 채워넣어야 하는데
작곡가는 왜 이 부분을 음표가 아니라 쉼표로 채워넣었을까를 궁금해 하는 것.
책을 읽을 때, 여백을 읽는 것.
쓰인 것보다 쓰이지 않은 부분을 짐작해 보는 것.
작가가 의도적으로 감추려 하는 것, 또는 작가가 다루지 못한 부분을 캐치해내는 것.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
여백과 여백 사이를 상상해 보는 것.
공백과 공백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들어보는 것.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종종 그 말을 곡해하는 자들에 의해 미디어를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미디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는 화면과 음향으로 책의 몇 십 페이지 달하는 부분을 한 장면으로 압축해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변화는 사람보다 빨라서 눈을 깜빡하는 사이에 화면이 바뀌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책에 적힌 활자는 고요하고 변하지 않는다.
여러 번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활자를 잘 분해하고 조립해서 씹어먹을 줄 알게 되면 미디어를 소화하는 능력 또한 좋아진다.
둘 중 하나를 택일하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책이 옳으니 미디어를 멀리하라라는 것도 아니다.
무겁고 단단하고 두꺼운 책을 질겅질겅 오래 씹다가 마침내 목 뒤로 넘기게 되었을 때, 당신은 책을 삼키기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목 뒤로 넘긴 것은 당신의 머리로 간다. 그렇게 변한 당신은 미디어의 바깥까지 볼 수 있다.
어떤 피사체를 어떤 구도로 촬영했는지,
카메라가 피사체에게 얼마만큼의 빠르기로 다가가거나 멀어졌는지,
피사체를 어떤 배율로 확대하거나 축소했는지,
피사체를 왜곡하지는 않았는지,
이 화면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무슨 의도로 이렇게 연출되었는지,
왜 이 부분에서 이런 연출을 했는지,
왜 그 부분에서 그런 음악을 넣었는지,
연출자가 화면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화면에 넣지 않고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감춘 것은 무엇인지,
이 화면이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게 하는지.
사람은 살면서 진짜 내 생각이라는 것은 거의 할 수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아가는 내내, 나는 내가 사는 문화권과 환경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으므로.
그러니 진짜 내 생각을 하고 싶다면 많이 읽고 여러 번 생각하고 고쳐 쓰는 수밖에 없다.
흥했다가 망한 여러 문화권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손으로 쓰였고, 몇 억에 이르는 사람들이 읽어왔으며, 여러 번 불태워지고 다시 쓰여진 것이 책이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 최초의 기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총망라하여 집대성한 것이 책이다.
그것이 지금 당신의 앞에, 정육면체로 놓여있다.
첫댓글 생각나서 덧붙이는 글
"나 너무 특정 장르 책만 읽는 것 같아", "나 맨날 에세이만 읽어서 큰일임"
☞ 하나도 안 큰일이고 질릴 정도로 읽다가 보면 어느새 다른 분야도 궁금해져서 기웃거리고 있을 거예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한 분야만 들입다 파면 또 어떻습니까? 당신이 그 분야 그 장르 전문가입니다
여시댓 좋다..
내가 너무 에세이만 읽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은 글이랑 댓글 고마워....
나도 이거 고민이었는데.. 넘 좋은말이다 고마워!
너무 좋은 글이다..🥺✨
마침 밀리에 있길래 바로 책장에 담았어!
여시 혹시 마지막 문단은 직접 작성한거야?👀 필사해도 될까...?
헉 별 거 아닌 문장을 필사 해주신다니...?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 영상이 마시는거라면 독서는 꼭꼭 씹어삼키는 느낌…? 먹는 행위는 똑같은데 든든함이랑 여운이 다르달까 아무튼 그러지말고 함 잡솨봐,,
오 읽어봐야겠다 요즘 생각보다 술술 읽히고 떠먹여주는 책들 많은데 다들 시도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확실히 같은 내용도 유튜브해설보다 책으로 보는게 오래가긴 해 본문에서 언급한 여백이 공감되는게 짧게라도 내 경험이나 다른 생각이랑 연결지을 수 있는 틈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내 것이 되는듯
아무튼 누군가 책을 읽길 바라면서 독서달글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나는 지하철에서 소설책읽는거 제일 좋아함 언젠가는 내려야한다는 생각때문에 집중해서 읽게되어서 몰입잘되더라 현생의 중심에서 다른 세계 가는 느낌도 들고
넘 멋진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