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 다녀온후
그곳을 기억해보면
언제나 떠오르는 두 단어가 있었다
골목과 트램
높은 언덕을 올라가던 트램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지나가던 트램
그 오래되고 낡은듯한 풍경이
마치 한편의 흑백엽서 같아서
골목을 돌고,
또 골목을 돌고,
트램이 다니던 길을 따라 걷고
또 걷고
난,그렇게
그길에
그 골목에 빠져들었다
리스본의 골목
오래된 손때가 묻어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가득담긴 골목
어떤 길로 이어질지 알수 없던
리스본의 골목은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내리막길이 나오겠지 싶은 곳에는
더 높은 오르막길이 날 가로막고 있었고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나
가픈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보면
내리막길이 나타나곤 했다
빨리
많은 곳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바쁜 마음으로
빠르게
사진만 담으며 걷다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의 보폭을 조절할수 있게 되었고
쉬어가야 하는 적당한 순간도 알게 되었다.
어쩜 여행을 떠나기전 내 삶도 그러했으리라
빠르게...빠르게..
더 많이...더 많이...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게..
늘 알수 없는 경쟁을 하면서 말이다
조금은 느리지만
천천히 주변을 음미하고 느끼며
오르던 골목길은
내게 힘든 고행이 아닌
낯선곳에서의 낭만이었다
힘들수록
어려울수록
조금더 천천히
좀 더 여유롭게
나아갈수만 있다면
좀 더 늦게 도착하겠지만
중간에 포기하거나
숨이 턱까지 차올라 고통받는 일은 없을테지
그 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낯선 나라 이 골목에서 느꼈던
내 마음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을 즐길줄 아는 내가 되기를
켜켜이 먼지가 쌓여
까맣게 변해버린 바닥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속 먼 일들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곤 했다
이곳에
단 한번도 머문적 없던
내게,
리스본의 골목은
내게,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 골목길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던
낡은,
오래된 건물들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흐릿하게 색이 바래진 벽
그리고 독특한 문양의 타일
아줄레주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된 아줄레주
이슬람문화가 포르투갈로 전해져
그들만의 독특한 타일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독특한 타일과 세월이 만나니
또다른 멋이 풍긴다
때론,누렇게
때로는 푸르스름하게
변해버린 타일조각들을 바라보며
낡은것이 아름다울수도 있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다
진정,
그 오래된 타일에서 품어 나오던 빛은
아름다움 이었다
너무 낡고 오래되어
어찌보면 참 지저분해 보이던 리스본
알수 없는 낙서가 가득하고
색이 바랜 타일이나
페인트가 벗겨진 벽들을 바라보면
내가 서있는 이곳이 유럽이 맞는걸까...?
의문을 품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저분해 보이는 건물들이
정감이 가고 애정이 쏟아지는건
이안에 살고있는 사람
무뚝뚝 해보이지만
소박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리스본 사람들이 있어서 일테다
그들의 삶의 공간에
카메라 하나들고 침입하여
그들의 사생활을 낱낱히 침범하는 여행자에게
인상을 쓰기보다는
무뚝뚝한 시선을
그리고...
슬며시 묻어나던 미소를 보내주던
그들의 얼굴을
난 잊을수가 없다
그 낡고 오래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는
의지가 그들의 얼굴에 담겨있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흔적
그 흔적들이
여기저기 하늘아래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그들이 이 공간의 주인이고
지금도 삶의 한 부분이란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리스본의 골목에는 유독 빨래가 많았다
좁다란 골목아래에서
펄럭거리는 춤사위를 연출하던 빨래를 보며
덩달아 내 맘도 기분좋게 펄럭거렸다
인위적이거나 꾸며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그 공간
그들의 일상이 만들어 내던
그 자연스러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한동안은 골목사이로 보이던 하늘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도
따스한 햇살도
춤을 추던 빨래도
모두 다 나의 시선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우던 비누향
기분좋은 향기에
기분좋은 발걸음이 이어진다
이름난 관광지에서는
절대 얻지 못할 무언의 힘이 깃든 곳
난, 골목을 빠져나가려고
애쓰기 보다
좀 더 오래 머물기 위해
큰 길이 나타나면 애써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리스본의 좁은 골목에
나의 마음이 빼앗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곳에
익숙한 어린시절의 향수가 묻어났다
어린시절 우리집도 옥상 한가득 빨래가 널리곤 했다
깨끗하게 빨아놓은 빨래들 사이에서
뛰어놀며 장난치다
엄마한테 꾸중을 듣기도 했고
좁은 골목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곤 했다
익숙하지만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유년시절 우리의 풍경들
이제는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대신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더 많은 현실
리스본 골목에서
어쩌면,나는
어린시절의 옛 추억을 그리워 했는지도
리스본의 골목에서 만날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노란 트램이다
오르막 골목을 올라가다보면
옆으로 노란 트램이 지나가곤 했다
한칸짜리 조그만 트램이 덜컹덩 덜컹덩 박자를 맞추며
요리조리도 잘도 올라갔다
트램을 타는 곳에는
언제나 길다란 줄들이 늘어섰고
사람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리스본을 떠나던 마지막 날
단 한칸짜리 트램을 타고
바이루알뚜언덕에 올랐다
덜커덩 덜커덩 요란한 소리를 내며
좁다란 오르막을 잘도 올라가던 노란 트램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쉽게 마주할수 있는 교통수단 트램
하지만,
리스본의 트램은 특별하다
단 한칸의 노란 트램이
세월의 때가 켜켜이 묻어있는
트램길을 달려
좁은 골목과 언덕을
덜컹거리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일은
다른 유럽의 도시에서는 결코 만날수 없는 풍경이다
노란트램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채
트램이 지나고 난후
제 몸을 드러내던 트램 길
몸을 낮추어
울퉁불퉁하고 까만 트램길을 바라본다
조금 불편할지라도
옛스러움을 소중히 간직할줄 아는 리스본 사람들
이 길위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까...?
까만 돌길을 걸으며
그 사이로 지나가는 트램을 바라보며
나 역시 조그만 추억을 남겨놓는다
골목과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노란 트램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가득한 리스본
그곳에는 유럽의 어떤 도시에도 견줄수 없는
리스본 그만의 빛깔이 있었다
PS.
어느날 우연히 접한 이 광고
그 광고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까무라칠뻔 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풍경
언덕,노란트램,골목....
그리고 사람들
그 광고속의 도시는 다름아닌 리스본이었다
첫댓글 그렇게 발전된 도시도 아닌..그렇게 낭만적이지도 않은듯한..흡사 옛날 우리네 달동네같은 풍경이... 소소한 시골마을 같은 곳이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지 몰랐는데...치열하기로 악명높은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사는 내자신이 가끔은 불쌍하다고 생각될때가 있습니다..난 언제쯤 트램안의 사람처럼 웃으며 살수 있을까 싶네요..ㅋㅋ
트램 귀엽네요~ 언덕길을 어떻게 올라가는건지... 내부에 천장에 있는건 CCTV일까요?? ㅋㅋ 우리나라에는 없는거라 그런지.. 트램은 볼때마다 신기하고, 왠지 운치(?) 있어보이고.. 부럽네요 ㅋㅋ
여행하면서 잘 가지 않는 뒷골목 같은 곳을 가셨군요. 저런 걸보면 어디나 서민 사는 곳은 어렵고 힘들다싶네요... 트램이 무척 짧군요. 덩치도 큰사람들이 좁을 것 같네요.. 그래도 왠지 운치있어보이고 (2) ^^;
벽에 붙어있는 각각의 타일 문양이 독특하네요... ^^ 퐁피두건물도 참 독특해서 하루종일 거기에서 머물렀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ㅋ 트램이 오르막을 올라갈때 경사와 같지않고 수평을 이루는 트램인가 보아요? 게다가 단 한칸만 움직이는 트램... 일정한 수의 사람만 태울 수 있는 한계가 있어보이네요.. 노란색이여서 눈에 확띄는데다 낙서한것도 참 귀엽게 보이구요.. 혹 유치원생전용 트램(?)이 아닐까요~ 훗....
넘 매력적인 사진이라서 리스본이 더 돋보여요~ 피오나님의 글은 항상 따듯함이 묻어나요^^
정말 가고 싶었는데 못갔던 곳이라 아쉬움이 항상 많았는데 이렇게 좋은 사진으로 구경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더 가고 싶어 지네요. 내년에는 꼭!! ^^
얼마전에 리스본 다녀왔는데...정말 익숙한 거리와 트램의 모습이 보이네요^^ 어쩜 사진을 이리 잘 찍으세요ㅋ 광고속에 비춰진 리스본 풍경을 보니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그립고..그립고...그립다...
사진실력 대단하시네요. 예술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네요.
광고로 보나 사진으로 보나 진짜 영상미는 차이가 없네요~~그곳을 실제로 보면 얼마나 좋을지....아~~빨리 떠나고 싶네요~~피오나님 글 보면 항상 가슴이 콩닥콩닥 지금 바로 떠나고 싶어 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