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한창인 이통3사가 '핀테크 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금융과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 사업을 통해 고착화된 이통시장의 수익 문제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통사들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핀테크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규모가 2015년 4311억 달러에서 오는 2017년 7210억 달러(한화 약 8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과 잠재가치가 큰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SK텔레콤, 간편결제 서비스에 금융 보안 영역까지 '성큼'
SK텔레콤의 핀테크 사업은 자회사인 SK플래닛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기존 스마트월렛 기능을 확장한 통합 커머스 브랜드 '시럽'을 출시하고, 지난 4월부터 11번가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시럽페이'를 제공하고 있다.
'시럽페이'는 이용자의 PC와 스마트폰 어디서든 앱, 보안프로그램 등의 추가 설치 없이 자신이 설정한 결제비밀번호 입력만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원클릭 간편결제 서비스다. SK플래닛은 시럽페이 등록 가능한 신용카드로 기존 삼성카드, 신한카드, 씨티카드, 하나카드(구 하나SK카드, 외환카드)에서 최근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까지 확장했다.
'시럽페이'를 이용하려면 쇼핑 사이트에서 결제수단으로 시럽페이를 선택하고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와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하는 최초 가입절차만 거치면 된다. 이후 쇼핑 사이트에 로그인만 하면 시럽페이 회원임을 자동으로 인식해 바로 간편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보안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영국 보안솔루션업체 트러스토닉, 국내 보안솔루션업체 에이티솔루션즈와 트러스트존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트러스트존'이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적용한 보안영역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별도로 보안OS를 구동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핀테크, 보안 관련 앱을 개발하면 핵심 정보가 트러스트존에서 처리돼 해커나 악성앱의 접근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013년부터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트러스트존 상용화를 위해 협력해왔다.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S3 이후 최신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단말에서 트러스트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 신규 단말에도 연내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퀄컴AP를 장착한 단말기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자체 AP를 탑재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
KT,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으로 '新성장 동력' 마련
KT는 지난해 말부터 BC카드, 지불결제 인증 전문업체 브이피(VP) 등과 손잡고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탭사인'을 운영 중이다.
탭사인 서비스는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모바일로 30만 원 이상 결제 시 미리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접촉,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다.
또 KT는 최근 모바일 결제를 간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올레 휴대폰결제' 앱을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는 휴대폰 결제와 관련된 정보, 부가 혜택 등을 한 번에 확인하고 보안성을 한층 강화한 통합형 앱이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결제는 만 19세 이상 본인명의 휴대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월 50만 원 한도로 이용할 수 있고, 본인 휴대폰으로 수신된 1회성 인증번호 입력만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제 이용내역, 부가혜택 정보 등을 앱에서 확인하는 건 어려웠다는 단점이 있었다. KT는 이 같은 불편함을 개선해 '올레 휴대폰결제' 앱을 선보인 것이다.
올레 휴대폰결제 앱 이용자는 별도의 고객센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앱에서 휴대폰 결제 이용내역 및 잔여 한도 확인이 즉시 가능하다. 또 휴대폰 결제 이용 한도를 월 50만 원 내에서 직접 조정할 수도 있다. 이 앱은 올레마켓에 우선 공개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KT는 지난 16일 중국 유니온페이 인터내셔널과 ICT기반 글로벌 금융 서비스 확산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핀테크 사업 발전을 위한 기술 교류 등 6개 항목에 대해 협력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 '페이나우' 기반으로 핀테크 사업 영역 확장
이통3사 중 핀테크 사업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이 회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나우'는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앱을 설치하고 최초 1회만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추가 절차 없이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결제 시간은 약 3초 정도 소요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6일까지 5일간 열린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 초소형 이동형 결제기 '페이나우 비즈'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나우'를 제공했다. 먼저 축제 현장에서 모바일 주문이 가능한 축제 공식 모바일 웹과 앱 '치맥톡'에 페이나우 결제시스템을 적용,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모바일에서 미리 주문·결제 후 치킨과 맥주 등을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스마트폰 이어폰 잭에 꽂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초소형 오프라인 이동형 결제기 '페이나우 비즈' 총 400대를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제공하며, 결제 편의성을 높였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휴대전화 번호 입력만으로 오프라인에서 간편 결제를 할 수 있는 '페이나우 터치'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페이나우 터치'는 커피숍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 시 휴대전화 번호를 불러주거나 결제 서명패드에 자기 번호만 입력하면 휴대전화에 자동으로 결제 승인 요청 메시지가 뜨고, 이용자가 메시지의 '결제 진행' 버튼만 터치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이는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때 사용하던 방식을 간편결제 서비스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결제 금액은 다음 달 휴대전화 요금에 합산 청구된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전 세계 간편 결제 거래액이 8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수료 수익은 5조 원도 안 될 것"이라며 "결제 수수료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수익 모델 발굴에도 힘써야 장기적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간편결제 사업자를 늘리는 것이 과제였다면 앞으로는 사업의 수익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