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poem)
컴컴한 동굴에서
물만 먹고 사는 것이 나의 꿈이 아니예요.
아주 제한된 동굴에 나를 가두고 검은 천을 뒤덮어
세찬 물줄기로 서슴없이 물고문을 가할때마다
나는 발버둥치며 탈출을 꿈꾸지만
늘 제자라에서 조금씩조금씩 발돋움만 할 뿐이예요
동굴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어감없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트럭을 타고 새벽장으로 혹은 오일장 한 켠에서
오두마니 앉아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검은 비닓봉지에 담겨져 식당으로 가정으로 팔려가지만
그것이 나의 꿈이 아니예요
팔려가기가 무섭게 뜨거운 지옥으로 보냈다가
반주검이 된 나를 양은대야나 고무대야에 사정없이 꼬라 박고
고춧가루와 각종 양념을 뒤섞어 버무럴 때는
물고문보다 더한 고통을 느낀답니다
정갈하게 다듬어져
다른 친구들과 대등하게 제사상에 오를 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긴 하지만
그것이 나의 꿈이 아니예요
광활한 들판에
씨앗으로 뿌려져 새싹을 틔우고
비바람을 맞으며 새와 짐승들의 괄목을 받으면서
하늘을 향해 발돋움하며 숲을 이루고 열매를 맺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이랍니다.
시작노트: 아침 밥상에 콩나물이 오른 것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즉석에서 끌적거려 보았으니
오자나 탈자 혹은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벨라 들꽃님들께서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 주십시오,
앞으로는 생활詩에 주력하겠습니다. 새해에는 건강하세요 걸고 소원성취하십시오.
첫댓글 앍혀지는 시입니다.흔히 문학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기에 오히려 그 본질을 흐리는 경향에서 이 같이 사소하고 별것 아닌것 같은 것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소위 낯설게 보기로 형상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앞으로 생활 주변의 소재로 작품을 하신다니 기대가 됩니다.
정말 잠시 콩나물이 되어 보는 시간입니다
쉽게 잊고 지나치는 사물의 본질에 대해서
쉽게 익숙한 것에 대한 작은 감사함의 망각
등등 ...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글 한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너무나 어렵고 거창한 주제에서 좋은 글 쓰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펼쳐 보이고 싶은 글입니다
그냥 문득 글이 되는 님의 일상에 박수를 보냅니다
재밌는 시 감상 잘하고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