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 살리시든지 데려가든지 하세요."
어느 날, 집에 누가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고 물으니 한국말로 “여기가 김종양 선교사님 댁입니까?”라고 했다. 오랜만에 듣는 모국어에 깜짝 놀라서 내다보니 한국인 부부가 나란히 서 있었다.
물리치료사인 그들은 독일 선교회에서 전문인 선교사로 파송되었으며, 남편 이경화 선교사는 말라위 원주민 장애인들을 치료하고 훈련하는 재활원 원장으로 근무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우리는 반갑게 그들과 교제했고, 얼마 후 그 가정에 초대받아 갔다. 아프리카에서는 다 우리처럼 사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정말 알프스에 살고 있었다. 부부도 참 화목해 보였다.
아내인 신종희 사모님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어서 나도 부엌에 가서 도왔다. 그러다가 그 분이 냉장고를 열었을 때 그 안에 계란과 우유가 수북이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보자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우리 아들에게도 저걸 좀 먹였으면….’
아들에게 매일 계란 한 개와 우유 한 컵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일어났다. 아들이 “엄마, 나 배불러. 그만 먹을래” 하는 소리 좀 듣고 싶었다.
그 집에서 밥을 잘 먹고 돌아와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얘기 좀 해요.”
“무슨 얘기를 또 해? 당신은 얘기만 하면 싸우자고 드니 할 필요 없어.”
“아니, 오늘은 내가 할 얘기가 있어. 여기도 계란과 우유가 있더라고.”
“당신,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길에 다니면서 닭도 보고 소도 봤지. 그런데 왜 우유랑 계란이 없겠어?”
“나는 없는 줄 알았지. 그러면 우리도 학수한테 계란과 우유를 좀 먹여요.”
아들에게 계란 한 개, 우유 한 컵 먹이자는 얘기에 남편은 대답을 안 했다. 아니,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그 대답을 들을 때까지 계속했다. 결국 눈 감고 자는 척만 하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당신, 여기 뭐하러 왔어? 무슨 신분으로 왔고, 누구의 아내로 왔냐고. 나는 선교사이고, 내 아내인 당신도 선교사로 온 거야. 그까짓 계란 하나, 우유 한 컵이 뭐 그리 소중해서 잠도 못 자게 난리를 치는 거야. 그래도 우리 애는 원주민 아이들보다 더 잘 먹잖아.
이렇게 살다가 하나님이 부르시면 어떻게 하나님 앞에 갈래? 부끄럽지 않아?”
그 말을 들으니 내 마음이 더 강퍅해졌다.
“나는 안 부끄러워요! 계란 한 개, 우유 한 컵도 먹이지 못하는 게 선교사 생활이라면 나 선교사 포기할 테니까 나를 한국으로 보내줘요. 이러려고 비행기 편도 표 사서 보낸 거예요? 내가 사 오게 뒀으면 왕복 비행기표를 사서 난 벌써 돌아갔을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밤새 싸웠다. 싸우고 말도 안 하고 지내던 중에 남편이 팔롬베라는 지역의 부흥회에 말씀을 전하러 갔다. 오고 가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 곳이라 사흘 동안 나는 아들과 둘이 있었다. 서로 말도 안 하고 지냈지만 남편이 없으니까 무섭고 허전했다. 사흘이 지나자 남편이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왔다.
“이게 다 뭐예요?”
“나도 몰라. 한번 열어봐.”
열어보니 계란이 가득 들어있었다. 세어보니 80개나 되었다. 원주민 목사님이 집에서 닭을 키우는 사람은 누구든지 선교사님이 돌아가실 때 계란을 선물로 드리자고 했다는 것이었다. 팔름베 지역은 너무나 가난해서 계란 한 개도 정말 귀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계란이 필요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나님께서 철없는 선교사 아내가 하도 계란 타령을 하니까 그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계란을 주신 것이었다. 그 계란을 아들에게 먹이는 동안은 남편과 한 번도 싸우지 않았는데 계란이 떨어지니까 또 싸우기 시작했다.
그즈음 나는 하나만 걸려도 힘든 황달과 말라리아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나중에 듣기로는 의사도 포기하고 살기 힘들 거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너는 안 되겠다” 해서 나를 병으로 치신 것 같다. 어느 날 밤, 피곤과 허기에 지쳐 잠든 남편을 깨워 아파서 죽을 것 같으니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다. 남편이 손을 내밀어 기도해주고는 빨리 자라고 했다. 남편도 일어나지 못할 만큼 너무 지쳐 있었던 것이다. 아파서 그대로 도저히 잘 수가 없어서 ‘죽더라도 기도하다 죽어야겠다’ 하고는 방 밖으로 나와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서 울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저를 살려주시든지 데려가시든지 하세요.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이 땅에 살기 싫어요.”
그런데 갑자기 음성이 들렸다.
‘사랑하는 내 딸아.’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밖에 누가 온 줄 알았다. 이 밤에 또 누가 왔나 싶어서 문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소리가 다시 들렸다.
‘사랑하는 내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거나 그분을 체험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간증을 들으면 ‘뭘 저렇게 요란스럽게 예수를 믿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다른 사람들의 간증에서나 들었던 그 일이 내게 벌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의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가슴으로 들었는지 귀로 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꾸라지듯이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앉아서 “아버지~?” 하고 불러봤다.
‘그래, 너는 내 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아프리카로 불렀다. 내가 너를 사용할 것이다.’
그 음성을 들으며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남편에게 “하나님은 나를 안 사랑하시고 당신만 사랑하시는 거 같아. 하나님은 당신만 택하고 당신만 불렀어. 나는 결혼을 잘못해서 여기 온 거고!”라고 소리 질렀던 순간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내게 확신을 주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네가 거듭나야 하겠다.’
그 말씀에 나는 깜짝 놀랐다.
“저는 목사의 아내이고 선교사로 왔습니다. 저는 물론 거듭났습니다.”
내가 거듭난 줄 알았다. 아니, 내가 거듭나지 않았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너는 거듭나지 않았다. 네가 지금 이 모습으로 있으면 내 이름만 더럽힌다.’
갑자기 눈앞에 환한 빛이 비치며 영화 필름이 돌아가듯 내 잘못된 행동들이 보였다. 밥을 떠서 감추는 모습이었다. 집에 모였던 사람들이 가면 아들을 더 먹이려고 숨겼다.
또 아프리카 아이들이 아들과 놀겠다고 오면 그 아이들에게는 빵을 얇게 썰어주고, 아들에게는 두껍게 썰어서 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또한 하나님께서 택하신 주의 종인 남편을 내가 마치 마귀처럼 대적하고 서 있는 모습도 보여주셨다. 나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울면서 하나님께 용서를 빌었다.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너는 네 아들을 사랑해서 밥을 감추고 빵을 두껍게 먹였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네가 사랑하는 네 아들을 사랑해서 내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달았다.’
나를 사랑해서, 그리고 내가 그렇게 사랑하며 키운 이 아들을 사랑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설교는 많이 들었지만, 그 사실이 처음으로 내 가슴에 깊이 들어와 믿어졌다.
이 말씀에 얼굴이 바닥에 닿도록 엎드려서 날 용서해달라고,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울며 용서를 구했다. 너무 울어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서 다시 회개기도를 드리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그렇게 밤새 하나님과 교제를 하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툭 쳤다. 나는 하나님이 나를 데리러 오신 줄 알았는데 남편이었다. 남편이 새벽기도 시간이 되어 가족예배를 드리려고 일어나 나왔더니
내가 그렇게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뭐라고 뭐라고 기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치지 않으니까 결국 나를 툭툭 치면서 “당신 왜 그래?” 하고 말을 건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남편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내가 너무 더러운 여자라는 생각에 그를 볼 수도 없어서 남편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 나는 그 발밑에 앉아 울며 말했다.
“여보, 난 당신한테 너무 악한 아내였어요. 나를 용서해줘요. 나는 당신의 아내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방해자로 왔었어요.”
“당신, 왜 그래? 무슨 말이야?”
“하나님이 지난밤에 나를 찾아오셔서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아프리카로 불렀다. 내가 너를 쓸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나도 사랑하신다고. 나도 부르셨다고….”
“할렐루야!”
놀란 남편이 나를 끌어안고 날이 새도록 같이 울었다.
박상원, 김종양 <하나님, 살리시든지 데려가든지 하세요!> 중에서
출처 : 갓피플
첫댓글
[ 하나님이 들려주신 음성 ]
사랑하는 내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그래, 너는 내 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아프리카로 불렀다.
내가 너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거듭나야 하겠다.
너는 거듭나지 않았다.
네가 지금 이 모습으로 있으면
내 이름만 더럽힌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네가 사랑하는 네 아들을 사랑해서
내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달았다.
아멘 아멘
하나님이 하십니다
계란 때문에 싸우는 그 사모님을 향해, 추하고 형편없는 우리에게 주님은 늘 '사랑하는 내 딸아'라고 말씀하시며 다가오시네요 ㅠㅠ. 주님의 이 사랑을 알아 우리의 남은 삶은 주님의 기쁨으로 살아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