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며칠 전 외치핵이 생겨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혼자 보려고 내용을 정리하다 혹시나 저처럼 고통을 느끼고 계신 분들도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남깁니다
반말투로 적은 점 양해 부탁 드리며 아래의 내용은 100% 저의 직접 경험 입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대변을 본 뒤 뒤처리를 하는데 무언가 불편함이 생겼다
‘엇, 이건.. 설마... 또?;’
아련하게, 그리고 조건반사처럼 떠오른 5년 전의 기억과 몸에 남은 고통의 경험
그렇다 치핵이 재발했다
다신 마주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지난날의 나의 방심을 후회했다
걱정스러운 마음과 달리 잠은 푹 잤다
푹 자면 없어질 수도 있지 않나 하는 헛된 기대와 달리 이미 2번이나 나를 찾아왔던 작은 콩알 같은 외치핵은 항문에 그대로 있었다
‘아 18...’
출근을 하고 전에 갔던 병원을 검색했더니 그 곳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차피 마주칠 일이라면 최대한 빨리 해결하자 싶어 오후 진료시간에 맞춰 바로 병원으로 갔다
벌써 3번째 방문
병원은 그대로였다
카운터에 친절하신 여자 간호사 3분이 계셨다
그리고 나의 치핵을 처리해주셨던 의사선생님도 그대로 계셨다
접수 후 3분쯤 대기하다가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선생님은 눈으로는 나의 과거 차트를 훑으며 가볍게 인사를 던지셨다
‘환자분 때문에 제가 부자 되겠어요’
오래알고 지낸 사이에 오랜만에 만나서 약간 어색해진 듯한 관계랄까
마음은 싱숭생숭 한데 유쾌한 인사와 그간의 안부를 빠르게 주고받으며 진료를 시작했다
참고로 선생님은 마인부우처럼 생기셨고 약간 장난꾸러기 같으시다
나는 이미 2번의 외치핵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모두 이 병원에서 했고 수술도 이 선생님이 해주셨다
‘제가 언제 왔었죠?’
‘21년도에 오셨었네요’
‘그럼 첫 번째는 언제였죠?’
‘16년에 하셨었네요’
월드컵 올림픽 윤달 뭐 그런 것도 아니고 왜 5년마다 재발을 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
검사 방법은 육안과 촉진이다
진료침대에 벽을 보고 옆으로 누워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몸에 힘을 빼야하고 특히 똥꼬 힘을 빼야한다
이미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몸이 기억한다
등 뒤로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큰 수술을 앞둔 비장한 외과 의사의 ‘탁’ 하는 의료용 장갑 착용소리와 함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환자분, 힘 빼세요~’
나의 엉덩이를 섬세하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벌리며 외치핵을 만져도 보고 눌러도 보고 그렇게 육안 검사를 하고 이제 촉진 검사를 하기 위해 젤? 같은걸 바르는 소리가 들린다
‘환자분, 이제 진짜 힘 빼셔야 해요~’
윽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의 똥꼬는 외부 침략자가 무엇이던지 잘라버릴 기세로 힘을 줬다
이미 외치핵이 생긴 똥꼬는 약간의 터치만 있어도 통증이 있기 때문에 힘을 빼야지 하다가도 본능적으로 잠궈버리는거 같았다
힘을 빼라는 약간은 다급해진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깊은 호흡을 내뱉었다
다행히(?) 선생님의 손가락은 잘리지 않았고 힘이 빠진 나의 똥꼬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촉진을 시작했다
‘윽. 윽윽.. 으그거으기그극윽...’
참아보려 했지만 지긋한 신음이 입 밖으로 삐져나왔다
‘선생님, 아프고 너무 불편해요, 윽.. 으그극으거우극...’
‘환자분도 불편하겠지만 다른 사람 똥꼬에 손가락을 넣는 나는 어떻겠어요~’
‘환자분이 힘을 빼야 진료도 빨리 끝납니다’
아픈 와중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다시 호흡을 하며 엉덩이에 최대한 힘을 풀었고 그렇게 촉진은 끝났다
‘선생님 혹시 바르는 약이나 먹는 약으로 나을 수도 있나요?’
수술만은 피하고 싶다는 눈망울로 바지춤을 정리하며 물었다
‘바르는 약을 처방해 줄 수는 있는데, 그럼 나중에 더 커지면 수술 부위도 더 커지고 더 힘들어 질 거예요, 저라면 이게 제 몸에 생겼다면 전 바로 없애버리죠’
‘네 알겠습니다, 바로 없애버리시죠’
걱정스러운 한숨과 함께 그렇게 수술을 하기로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이미 2번의 외치핵 수술을 했다
첫 번째 2016년 때는 헬스장에서 PT 받으며 운동하다가 생겼었고
두 번째 2021년 때는 골프를 시작하고 레슨 받고 연습하다가 생겼었고
이번에는 달리기 후 평행봉과 철봉을 추가한지 한 달 정도 지나서 생겼다
똥꼬 건강에 가장 안 좋은 술은 아예 마시지 않기 때문에 나의 원인은 유전적으로 약한 항문 혈관과 복압이 올라가는 무리한 운동이다
골프 야구 테니스처럼 타격을 할 때 배에 힘들어가는 운동들, 그리고 무거운거 들면서 용쓰는 운동들이 복압을 올리고 항문의 약한 혈관에 혈전을 발생시켜서 풍선처럼 볼록하게 된다
이게 항문 외부에 생기면 외치핵이고 항문 안쪽에 생기면 내치핵이다
‘환자분 몸 건강에는 운동이 참 좋은 건데 똥꼬 건강에는 매우 안 좋은 거죠’
‘저는 운동하면 계속 이렇게 재발 하나 봐요 ㅠ 5년 후에 또 생기면 다시 올게요’
‘아 내가 또 5년 후까지는 의사를 하고 있으면 안 되는데~’
‘선생님 저 다시 생기면 또 치료 해주셔야 하니까 건강 하셔야 해요’
그렇게 5년 후 4번째 수술을 미리 예약(?)하고 3번째 수술을 위해 진료실을 나섰다
간호사님의 안내에 따라 바지와 속옷을 벗고 수술복 바지로 갈아입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수술 때는 여자 간호사에게 나의 항문을 보이는 것이 수치스러웠지만 이것도 세 번째가 되니 수치스럽기 보다 다가올 아픔에 걱정이 앞섰다
외치핵과 내치핵은 같은 치핵이지만 수술의 방법은 차이가 크다
내치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질수술
하반신 마취를 하고 문제부위를 잘라낸 후 꿰매서 봉합하는 수술 후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 정도 입원한다
외치핵은 항문에 발생한 문제 부위에 부분 마취를 하고 문제 부위를 전기로 지져서 없애버리는 시술 같은 수술이다
입원도 필요 없고 바로 퇴원하고 운전도 가능하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말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가볍게 했지만 외치핵도 당연히 아프다
2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떤 구간에서 어떤 강도의 통증이 어떤 부위에 느껴지는지 떠오르며 뒷목이 쭈뼛 서는 거 같았다
수술 전 혈압을 쟀는데 180이 나왔다
나도 놀라고 간호사님들도 놀랬다
당황해서 한 번 더 쟀지만 여전히 165
그렇게 묘한 흥분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첫댓글 저도 세 번 했습니다.
2010년 2014년 2019년..
근데 요새 또 애매하네요..
유머가 있는 선생님 덕분에 긴장은 조금 풀리셨을거 같아요. 고생 하셨고 후기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늘 건강하시길!
웃으면서 글을 읽어 죄송합니다 ㅎㅎ. 완치 되신거 축하 드리고.. 앞으로는 재발 하지 않기를~~~
필력이 좋으십니다. 덕분에 또 하나 알아갑니다
외치핵은 바로 처치가 가능한거군요..
토닥토닥 고생하셨어요 ㅠㅠ
내치핵 수술 받은 경험이 떠오르는 글이었습니다.
신뢰할만한 의사분을 만나서 수술과 치료까지 만족스럽게 받았지만, 수술이후 삶이 불편했던 경험이 떠올라서 수술 안한 분들도 일상에서 관리 잘하시길 빕니다. ^^
으.. 저도 한 번 당했습니다. 어리버리하다가 당일날..ㅜ
필력 좋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