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튼을 통일한 왕권의 상징
중세 유럽의 영웅 전설 다운데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원탁의 기사로 잘 알려진 브리튼의 왕 아더 이야기일 것이다. 아더 왕은 중세 유럽의 영웅에 머물지 않고 고대 그리스의 전사 아킬레우스나 게르만 민족의 영웅 지크프리트와 나란히, 서구의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왕 중의 왕이다.
엑스칼리버는 6세기 영국에서 활약하던 영웅 아더 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성검이다. 이 전설이 처음 등장한 7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이야기에는 어김없이 이 검이 등장했다. 이 검은 그 주인 못지 않게 유명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영웅이란 민족을 이끌고 투쟁한 전사이며, 그가 몸에 지니고 있는 무기는 곧 그 영웅을 상징한다. 엑스칼리버는 아더 왕과 그 이야기를 상징하며 지배와 파괴 그리고 영웅이 지녔던 힘을 상징하는 왕 중의 왕의 무기, 검중의 검이었다. 그 이름은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수많은 일화와 함께 중세 영웅 전설의 대표적인 존재라는 지위를 차지했다.
엑스칼리버는 전설의 왕 아더가 왕이 되었을 때 호수의 미녀 요정한테 받아 왕자 모드래드와 최후의 전투를 벌인 뒤에 호수로 돌려보내졌다. 즉, 아더는 왕으로 있을 동안에만 이 검을 지녔던 것이다.
아더 왕은 요정의 마력을 가진 이 검을 가짐으로써 주위에 자신의 왕위를 인식시켰다. 나아가 엑스칼리버의 더할 나위 없는 위력으로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면 이 왕의 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엑스칼리버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도록 한다.
아더 왕 전설에 대하여
아더 왕 전설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8백 년쯤 전인 12세기에 유럽을 방랑하는 음유시인들에 의해 노래되기 시작했다.
일찍이 영국을 지배하던 켈트 민족은 1세기에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고, 6세기에 들어선 뒤로는 게르만 민족의 잇달은 침입으로 피폐해져서 마침내 영국의 지배자 자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더 왕은 게르만 민족이 침입하던 시기에 켈트인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그는 켈트의 여러 부족을 이끌고 '베이돈 산의 전투' 라 불리는 전투에서 게르만인을 격파하고 켈트의 영국 지배권을 지킨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아더의 인물상은 전설이 계승되면서 점차 변하여 브리튼을 통일하는 왕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당시 전해내려오던 랜슬롯 경이나 트리스탄경과 같은 기사들을 '원탁의 기사' 로서 수하에 거느리는 영예로운 영웅이 되어 갔다.
성검 엑스칼리버는 그러한 아더 왕의 왕권을 상징하며, 또 수많은 기사를 거느릴 만한 '영웅 중의 영웅' 임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생김새
물론 엑스칼리버는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는 어떻게 생겼는지는 분명치 않다. 일단 여기에서는 여러 이야기들의 내용과 영상, 그림 등으로 묘사된 엑스칼리버의 모양을 참고로 하여 그 생김새를 그려보기로 한다.
존 부어만(John Bourman) 감독의 영국 영화<엑스칼리버>에서는 이 검이 크고 무거운 장검으로 등장한다.그 은색 칼날은 햇살을 반사하며 푸르스름한 광채를 띠고, 손잡이와 칼밑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역시 영국 영화인에서도 아더 왕이 가직 엑스칼리버는 비교적 길고 자루는 역시 황금으로 만들어 졌다. 엑스칼리버는 아더 왕 이야기를 묘사한 중세 회화나 벽화, 그리고 그뒤 아더왕 이야기가 다시 각광을 받았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부터 금세기 초까지 출판된 서적의 삽화 등에서 그 생김새를 볼 수 있다. 그 자료들에 따르면 기사가 가진 검은 양날 편수검이며, 칼몸은 80cm에서 1m남짓, 그 손잡이 부분은 20~30m정도, 커다란 칼및과 둥근 고리가 달려 있다.
특별한 마력이나 기적을 부르는 힘이 없는 경우, 왕의 검이란 그 왕의 부와 힘을 상징한다. 본래 검이라는 무기를 만들려면 값비싼 강철이 대량으로 필요한데다가 고도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값비싼 무기야말로 왕권을 상징할 만하지 않겠는가. 나아가 자루에는 보석이나 황금을 박아서 오직 왕만이 가질 수 있는 비싼 무기로 만든다.
또 옛날에는 왕이라면 그 누구보다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누구보다도 강인한 용사가 아니면 모든 자를 이끄는 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전장에서 승리하려면 적보다 무겁고 강력한 무기를 오랜 기간 계속 사용해야만 한다. 즉 보다 강한 자가 승리의 영광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무겁고 긴 검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전사는 많지 않았다. 왕의 검은 왕에 걸맞은 힘을 가진 자만이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왕권을 상징하는 무기가 대개 검인 까닭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칼리번, 엑스칼리버의 원형
아더 왕 이야기는 너무나 많아서 그 원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특정 지을 수가 없다. 가장 유명한 아더 왕 이야기인 맬러리의 『아더 왕의 죽음』조차 프랑스나 아일랜드에서 전해내려오던 민간 전승을 기초로 했으니 이를 아더왕의 원전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12세기 몬머스의 제프리(Geoffrey of Monmouth)가 쓴 『브리튼 왕 열전 Historia regum Britanniae』은 트로이 전쟁 시절부터 색슨인의 지배에 이르는 역사를 기록한 소설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아더 왕 이야기는 후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에는 아더 왕이 칼리번(Calibum 또는 Calibunun)이라는 이름의 검을 썻다고 하는데, 이는 '쇠'를 뜻하는 라틴어 '칼리브스(chalybus)'에서 유래한 다고 한다.
『브리튼 왕 열전』에는 이검에 얽힌 일화는 그다지 나오지 않는다. 이 검이 요정의 나라 아바론에서 만들어지고, 아더가 이 검을 들고 470명의 색슨 군대를 혼자서 무찔렀으며, 칼리번을 한 번 휘둘러 적의 목숨을 빼앗는 장면이 나오는 정도다. 이는 이 검의 위력을 묘사한 가장 오래 되고 또 몇 안 되는 일화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