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온이 포근하고 줄기차게 봄비와 같은 비가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정월달에 봄 같은 날씨가 이어지다니... 이런 이외 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자주 창밖의 기후 환경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혹시 진눈깨비나 싸락 눈 또는 폭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베란다 큰 창 안에 나란히 놓여 있는 각종 화분들이 있습니다. 하루 일기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각 다르게 느껴집니다. 메마르고 강추위가 느껴지는 날은 보호받아야 할 화초로 느껴지고 햇살이 강한 여름은 목마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늘 같은 정월에 봄비처럼 오는 날은 묵은 잎은 다 지고 새 잎이 돋는 신춘으로 가는 길이 연상되는 것입니다. 봄비는 새봄을 연상시키며 움이 터져 새 생명이 자라고 연둣빛 물감이 산자락에 퍼져나가는 듯 봄에 교향악이 밀려오는 듯합니다. 오늘은 봄비와 같은 빗줄기의 영향 때문인지 화초들이 윤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착각이 아니라 분명한 듯합니다.
간혹 집을 비우고 산막을 기거하며 지내다 다시 귀향해 보면 제일 먼저 눈 길이 가는 곳은 화초가 놓여 있는 베란다 곳곳입니다. 투명한 유리창 안에 놓여 있다보니 온실효과가 커 건사를 조금만 외면하여도 눈에 띄게 변화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화초들입니다. 유리창에 투시되는 빛을 포함한 열기는 장난이 아닐 정도로 강렬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화초의 뿌리를 책임지고 있는 흙이 생각보다 빠르게 건조하게 됩니다. 제대로 수분관리를 해 주지 않으면 물부족으로 화초들은 누렇게 변하며 잎들을 떨어트려 제 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수 없이 경험하게 됩니다. 화초는 생기를 잃는 순간을 보는 것처럼 보기 싫은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을 빼앗긴 모습을 대한다는 것은 곤역스러운 일이지요. 화초는 더욱더 그런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 키우는 화초는 사람의 손 길이 멈춰지면 순식간에 바로 퇴락의 길로 접어들지요. 이에 반해 산과 들에서 자라는 야생초들은 가정의 화초보다 크기는 작지만 생기가 돌만큼 생생하고 빛 또한 강렬하답니다. 이에 반해 화초는 크고 빛 또한 야생화와 초들 보다 반감인 것 같습니다. 화초는 사람이 키우지만 야생초들은 하늘에서 키워 주셔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자연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은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온종일 비가 내려 오늘 산책을 포기할 무렵 헬스클럽을 다녀 온 제노가 불쑥 한마디 내려놓습니다. 잠시 비가 멈췄고 기온도 봄기운이라고... 듣는 즉시 창가로 달려 가 기색을 살피니 산책을 나가도 별 무리가 없을 듯하여 서둘러 반려견을 데리고 숲으로 갔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밝게 느껴지는 까치공원 숲은 정적이 감돌며 봄 정취를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동안 내린 봄비 흐른 세력에 따라 떠밀려 다닌 철 지난 낙엽들 모습을 보며 강수량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노동으로 더럽혀진 옷을 세탁하여 다시 입을 때 느끼는 청결함을 연상하며 숲을 걸으니 보통 경험하게 되는 산책의 평상심 보다 많은 변화를 느끼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숲은 향취와 시각 등 오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고요하고 정숙하게 온몸을 휘감아 주었습니다. 이러한 기분이 자꾸 저를 숲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기분 좋은 생각과 마음으로 오랜 시간 산책을 끝내고 돌아와 반려견을 닦아준 후 자신도 더운물로 샤워 후 책상에 앉아 놓치기 싫은 숲에서 경험한 마음을 글로 적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오늘밤 잠결까지 이 기분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가벼운 복장으로 주변 산길을 걷다 돌아올 것 같습니다. 때로는 내리는 비가 나의 일상 한 부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늘 숲으로 가서 그 안을 걷는 일은 바로 피정(避靜)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