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아파트 3억원 급락, 이유 알고 보니
다주택자 한시 완화 시장 영향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각종 입장 발표 때마다 다양한 반응이 나오면서 저마다 계산이 분주하다.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 완화다. 관련한 요즘 시장 상황을 알아봤다.
◇2~3억 급락한 거래 곳곳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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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전국 다주택자는 319만 가구에 달한다. /더비비드
최근 서울 강북과 경기도 일부 아파트에서 이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 내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가 1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8월 기록한 최고가(13억6000만원)와 비교해 2억원 정도 낮은 것이다.
동탄의 다른 아파트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84㎡는 11억6700만원에 팔렸는데, 직전 최고가(14억5000만원)보다 3억원 가량 낮은 것이다.
서울 강북으로 가면 은평구 ‘북한산푸르지오’ 84㎡가 4월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 기록한 최고가(13억6500만원)와 비교해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두 달 전 기록한 실거래가(12억7500만원)보다도 2억원 떨어진 것이다.
이런 거래는 성북구, 강북구, 동대문구 등 강북 지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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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급매 거래의 원인 중 하나로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를 들고 있다. /더비비드
시장에선 급매 거래의 원인 중 하나로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를 들고 있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1년 동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공론화한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규제 완화를 통해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양도세를 아끼려는 절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 매도 경쟁이 생기면서 집값이 하향 안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기준 전국 다주택자는 319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1173만 유주택 가구 중 27% 비중이다. 이런 다주택 가구 중 10%만 주택을 1채씩 내놔도, 시장에 31만9000채가 공급되는 셈이다.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약 50만 가구)의 약 60%에 해당한다. 매머드 신도시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지역마다 다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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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이나 경기도에선 매물이 늘었지만, 강남권에서 감소하면서 전체 매물은 그대로인 상황이다. /더비비드
그런데 이런 대책에 대해 지역 별로 다주택자들이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북 등에 중저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당장 매각해서 아낄 수 있는 세금에 관심을 갖고 급매까지 고려하지만, 강남권에선 상대적으로 긴 호흡으로 추가 규제 완화 등을 노린다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4월 3일 기준 서울 중랑구의 아파트 매물은 1513건을 기록했다. 3월 31일보다 2.2% 늘어난 것이다. 중랑 외에도 노원(2%), 구로(1.6%), 동대문(1.3%), 성북(1.1%) 등15개 구에서 매물이 늘었다.
반면 강남구는 매물이 4147건에서4012건으로 오히려 3.3% 줄었다. 서초(-2.5%), 송파(-1.4%), 여의도가 포함된 영등포(-0.9%)도 매물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서울 전체 매물은 3월 31일 5만1537건에서 4월 3일 5만1585건으로 사흘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결국 강북이나 경기도에선 매물이 늘었지만, 강남권에서 감소하면서 전체 매물에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해 이른바‘똘똘한 한 채’만 남겨두고 상대적으로 덜 비싼 주택을 처분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오르 분석된다. 이에 따라 강북 등에선 가격이 크게 내려간 급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증여 선택하는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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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는 증여 가액도 올라 많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더비비드
위치가 좋은 지역에 여러채 가진 다주택자들은 증여를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597건으로 9월(449건)과 비교해 33%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아파트 매매는 3874건(9월)에서 1634건(12월)으로 58% 급감했는데, 증여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자녀 등에게 집을 넘겨 본인은 다주택자 종부세에서 풀려 나고, 자식의 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증여세 역시 최고 세율이 50%로 높지만,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워낙 높은데다 줄어드는 종부세 부담까지 감안하면 증여가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가격 보합세는 증여의 기회가 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는 증여 가액도 올라 많은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내릴 때는 증여 가액과 증여세가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좋은 입지의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 외에 궁극적인 안정 대책은 없다”며 “시세에 흔들리지 말고 확실한 공급 대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