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수다 방
집 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며 며칠을 보냈다. 대청소한 것도 아닌데 집안 분위기가 맑고 환해진 것 같다. 내 마음이 더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몇 달 전에 퍼머넌트했다. 앞머리로 이마를 가리는 스타일에서 옆 가르마를 타는 스타일로 바꾸었더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손질하기가 어려웠다. 몇 달이 지나니 조금 눈에 익고 손질도 편해졌지만 그래도 어색한 구석이 있어서 미용실을 찾았다. 염색도 할 때가 지났고 헤어스타일을 원장님께 상의하려고 전화를 드리고 손님이 없다고 해서 옷을 차려입고 오랜만에 미용실을 갔다.
머리를 옆 가르마를 타서 그대로 길렀더니 손질도 어렵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내 이마가 잘생긴 남자 이마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그러다 보니 앞머리를 내려서 이마를 가리는 스타일로 오랫동안 지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하면서 이제는 이마를 가리지 말고 옆 가르마를 타서 이마를 조금 보이는 스타일로 변화를 주고 싶었다. 앞머리가 길어서 귀밑까지 내려오니 나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거울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졌다. 원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진작 오지 그랬냐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하면서 옆 머리카락을 층을 내서 커트해주었다. 이마를 조금 보이게 하면서 층을 내주니 이제야 마음에 들었다.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머리 손질이 어려우면 언제고 나를 찾아주세요.’하면서 마음씨 고운 원장님이 환하게 웃는다. 머리 염색도 하고 커트도 마음에 들게 했으니 이제는 봄 맞을 준비가 되었다.
미용실은 여자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는 유쾌한 곳이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도 듣고 할머니부터 아줌마 아가씨들이 한데 어울려서 수다를 떤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들어와서 산뜻하게 예뻐져서 나가는 곳이 미용실이다. 원장님께 내가 만든 머그잔을 선물했다, 늘 예쁘게 머리를 손질해줘서 외출하면 어느 미용실에 다니느냐고 물을 만큼 예쁘게 머리를 해준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마음은 내 마음속에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경이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