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게 다시 읽으세요???
열통터지는 일은 다신 하면 안되죠?
그 책 저 주세요!!!
*^^*
--------------------- [원본 메세지] ---------------------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이야기를 아는가? 아름다운 선녀와 소박한 나무꾼 사이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로서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전래 동화 말이다. 가요곡 소재는 물론 초등 학생 추천 도서에까지 올라있는 이 명작 동화가, 그러나 사실은 기만과 협박, 이간질, 절도 등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요지경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쓴이: 이순수(Motor Bike)>
사냥꾼에게 쫓겨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꽃사슴은 우연하게도 나무를 베고 있던 나무꾼과 마주치게 된다. 자신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꽃사슴은 온갖 감언이설과 절묘한 연기로 나무꾼을 속여 수풀 속에 몸을 숨기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사냥꾼이 오거든 자신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거짓말을 칠 것까지 시사한다.
여기에 숨을 헐떡이며 필사적으로 사슴을 쫓아 달려온 사냥꾼이 등장한다. 귀가 얇은 나무꾼은 얼떨결에 사슴이 시킨 대로 엉뚱한 방향을 가르쳐 주고 사냥꾼은 그대로 속아 넘어가 부리나케 걸음을 재촉해 나무꾼이 가리키는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엾은 꽃사슴이 난폭한 사냥꾼의 마수로부터 벗어나는 감동적인 장면...... 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믿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상냥꾼에게 있어서 사냥은 생활과도 직결된 중요한 직업이다. 하루 종일 다리 품을 팔며 험준한 산을 헤쳐 돌아다니다가 천신만고 끝에 겨우 사냥감을 잡으면, 그걸 시장에 팔아다 아내에게줄 쌀도 사고 아이들 옷도 살 것이다. 집에는 병든 노모가 아들이 사 올 약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냥꾼의 생업을 나무꾼은 무슨 권리로 방해하였나? 그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 아니던가? 조그마한 친절을 베풀 요량으로 거짓말을 했을 지는 몰라도 당사자인 사냥꾼으로서는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남의 비즈니스를 훼방 놓은 나무꾼도 몹쓸 놈이지만, 정작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자는 바로 꽃사슴이다. 위험에서 벗어난 꽃사슴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또 하나의 실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다. 나무꾼이 노총각이 되도록 장가를 못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꽃사슴은 선녀에 대한 극비 정보를 흘려 주면서 그녀의 날개옷을 훔칠 것을 귀뜸 하는 것이다. 앞서 서는 거짓말을 시키더니 이번엔 절도까지 부추기다니......
남으로부터 은헤를 입었으면 어떻게든 자신이 갚을 수 있는 한도내에서 성의껏 보답하는 것이 일반적인 교양과 상식을 지닌 사람의 순리 아니던가? 꾼 돈을 갚기 위해 도둑질을 한다면 돈을 꾸어 준 사람을 모욕하는 짓이다. 꽃사슴은 자신이 응당 갚아야 할 신세를 애꿎은 선녀에게 전가시켜 버린 것이다. 또한......
아무리 귀가 얇아 줏대가 없는 사람이라도 불의를 보면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여자를 얻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귀가 솔깃해진 나무꾼은 그 가증할 절도 계획에 기꺼이 참여하게 된다. 이건 순박한 성격과 배운 게 없는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물욕과 애욕에 허우적거리는 추악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사건은 꽃사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드디어 오늘밤은 일생 일대의 거사를 치르는 날. 그도 그럴 것이 절도 대상은 한낱 인간의 아녀자가 아닌 신의 여식이다. 신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니 천벌을 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애욕에 눈이 어두워진 지금의 나무꾼에게 도리를 풀어 봐야 쇠귀에 경 읽기다.
잔X가리 잘 굴리는 꽃사슴의 책략대로 나무꾼은 선녀의 날개옷을 훔치는 데에 성공한다. 이윽고 옷을 도난 당한 사실을 안 선녀는 부끄러움과 당혹스러움으로 어쩔 줄 모르는데,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선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무꾼은 듣기에도 민망할 조건으로 선녀를 공갈, 협박하기에 이른다. 옷을 돌려 받고 싶다면 자신과 동침, 동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묘령의 아녀자에게 어떠한 방어 수단이 있을 수 있으랴.
선녀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 나라 그녀의 고향에는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이제는 잊어야 한다. 그리운 부모 형제와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아무 고통과 슬픔이 없는 패러다이스에서 영원한 생명을 살며 아들딸 손자 손녀 풍성풍성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운명이었거늘, 이 무슨 기구한 팔자로 어쩌다 속세의 인간과 결혼해서 시골 촌부로 늙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인가.
아무 죄 없는 멀쩡한 선녀의 인생을 이렇듯 철저하게 짓밟아 놓은 자는 누구인가? 꽃사슴이다. 가정 파괴범이 따로 없다. 꽃사슴이여, 남의 희생을 발판 삼아 부지해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목숨이었던가 묻고 싶구나.
원래부터 줏대가 없고 남의 말에 질질 끌려 다니는 나무꾼은 제 스스로 뭔가를 자발적으로 해서 잘 되는 일이 없다.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보여 주지 말라는 꽃사슴의 말을 듣지 않고, 괜히 쓸데없는 인심을 쓰다가 그만 마누라가 친정인 하늘 나라로 도망가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우여곡절 을 겪어 간신히 동아줄을 타고 하늘 나라 잠입에 성공하지만 이번에는 페가수스에서 내리지 말라는 마누라의 주의를 지키지 못해서 결국에 또 버림받게 된다.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정말 열통 터진다.
스스로의 무능함을 한탄하면서 하늘만 바라보고 울다가 그게 한이 맺혀 한 마리 수탉이 되었다는 나무꾼의 슬픈 이야기, 그러나 누구를 탓하리요. 다 지 스스로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을...... 자업자득. 뿌린 대로 거두리로다.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이 애절해지기는 커녕, 읽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져서 책을 집어 던져 버리고 마는 내가 이상한 놈인가?